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공감신문] 박창욱 칼럼니스트 = 3년전에 의료계 종사자의 의류에 적합할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고급 원단을 개발한 후배를 도우려고 의사 가운을 만들어 대형 병원에 납품하려고 시도하다가 세상을 배웠다. 글로벌 공급망의 분업 체계에 무관심했고 중국의 숨은 경쟁력에 할 말을 잃었던 기억이다.

글로벌청년사업가(GYBM)양성사업으로 워낙 베트남을 자주 오가고, 대우그룹에 재직했다는 것만으로 필자는 다양한 부탁을 받는 편이다. 종합병원에 의사용 가운(Gown)을 납품하는 의류 제조회사 사장님을 소개받아 만났다가 보기 좋게 거절당한 일이다. 의료용 가운도 대개가 1회용이고 질 좋은 것보다 ‘무조건’ 싼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당연히 싸게 만들기 위해 ‘꿰메는(봉제, 縫製) 작업’은 어느 나라에서 하느냐고 물었더니 베트남이라고 하였다. 인건비 싸고 손재주가 좋은 곳이니… “그럼 원단은 어디서 구하시느냐”고 물었더니, “중국에서 구합니다. 내륙으로 들어가면 가격 좋은 것이 많습니다. 그런데, 반드시 현금 가지고 가야 합니다. 아직도 중국 중서부 지역은 저임금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있는 분야는 많다”고 하는 것이다. 그 이후에 중국 전문가에게 물으니 ‘애플 등 많은 다국적 기업이 중국을 떠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보라는 함축적인 코멘트를 해주었다. 여전히 인건비 경쟁력은 중국이 최고라는 것이었다.

□ 평균의 함정에 빠졌다. 

중국 개인 소득이 1만불이 넘어가며 저임금을 기반으로 하는 섬유, 봉제, 경공업 산업은 한계에 달하였고 중국을 탈출해서 이젠 정말 ‘동남아시대’가 왔다고 판단한 것이 오류였다.

이런 판단의 오류는 평소에 평균의 함정,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평균이 1만불이면 작게는 천 불부터 많게는 3만, 4만불까지 펼쳐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전체 인구가 14억 명이니 천불, 2천불 소득 인구만 해도 몇 백만, 몇 천만이 될 것이다. 그만큼 빈부 소득격차가 크다는 말이기도 하다. 중국의 월 소득이 17만원인 인구가 5억명이라는 신문기사(2021년 2월, 아주경제)가 그 때야 눈에 들어왔다. 어림잡아 연간 200만원이니 1인당 국민소득(GNI)가 1,700불 수준으로 환산되는 소득 수준의 인구가 5억명이다. 중국 안에 인구 5억명 규모의 동남아 국가가 자리 잡고 있는 것과 같은 효과이다.

이 인구의 대개가 중서부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 연안 지역의 대도시 지역과는 완전히 다른 나라이다. 그런데 중국의 평균 통계로만 파악하는 상식 아닌 상식으로 판단을 망치고 있다.

5년 전, 중국 광저우의 동관지역을 방문했을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더 넓은 지대의 공장이 모두 텅 비었었다. 이어서 미얀마, 베트남에 갔더니 중국을 탈출한 회사가 몰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 기억이 착각하게 하는 한 요인이 되었다.

□ 실제 눈으로 확인한 여행 

지난 2월말 중국 여행에서 직접 확인하였다. 청두(성도, 成都)를 중심으로 하는 쓰촨성 여행을 다녀왔다. 대련에서 사업하는 지인의 딸 혼사가 있어서 청두에 들렀다. 청두는 인구 2천 만 명의 중부지역 거점도시로 크게 발전한 모습이었다.

결혼식 다음 날 하루동안 가족 일행과 외곽 지역의 관광지를 들렀다. 오가는 길에 들린 상점과 관광지에서 호객하는 직원들 모습, 관광지를 찾은 대다수의 중국인의 모습을 보니 베트남의 시골 길에서 만날 수 있는 분들과 행색이 비슷한 수준으로 보였다. 여전히 2천, 3천 불 수준으로 짐작되었다.

□ 테·쉬·알 그리고 공포감 

중국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의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많은 제품을 초저가로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철강, 석유화학, 배터리, 전기차 등 영역에 상관없이 뿌려지니 글로벌 시장의 기본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그래도 이런 제품류는 대체적으로 대기업 제품이니 나름대로의 전략으로 대응해 나가리라 생각이 든다.

그러나 테쉬알이라고 하는 테무, 쉬인, 알리익스프레스의 유통업체들이 공략하는 생필품 중심의 시장의 공습은 무지막지하다. 엄청난 광고료와 물량으로 파고 드는 것은 공포스럽다. 코로나를 겪으며 구축된 ICT기술로 중간 단계의 유통도 없애고, 입점 수수료도 없애며 심지어 재고 관리 시스템의 전면 개방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공유함으로 제조업체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거기다가 제품에 반영된 인건비 경쟁력이 더해지면 천하무적이 되는 것이다. 공포감이 엄습해 온다. 한국의 이커머스업체의 어려움도 문제지만 영세한 중소 제조업체들은 생존 자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대책이 없어 보인다.

아직은 품질이나 위생 안전기준, 짝퉁 제품 등의 문제가 많지만, 연안지역 대도시 근처 제조업체에서 지난 30년간 선진국 제품을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제조, 납품했던 관리 역량이 결합되면 순식간에 따라올 것이다. 물류 문제도 전국에 깔린 고속철도로 연안까지 와서 배로 실어 나를 때의 경쟁력은 상상을 넘어설 것이다.

제품 경쟁력은 결국 일자리까지 영향을 준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