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 고려대 연구 교수
김찬 고려대 연구 교수

[공감신문] 김찬 칼럼니스트 = 春(봄 춘), 泰(클 태), 秦(진나라 진), 奏(아뢸 주)에 공통으로 있는 ‘양손의 합친 모양’과 비슷하게 생긴 것이 拳(주먹 권), 券(문서 권), 卷(책 권)에 공통으로 있는 모양(龹)이다. 拳(권), 券(권), 卷(권)에서 각각 手(손 수), 刀(칼 도), 㔾(=卩, 병부 절)을 뺀 모양이다. 이 공통 모양(龹)은 본래는 ‘짐승의 발자국의 상형인 釆(구분할 변)’과 ‘양손(屮屮 → 廾)’의 합자에서 왔다.

 

 

그리고 뜻은 ‘손을 합치다 → 뭉치다’이다. 사냥하기 위해 짐승을 쫓을(釆) 때 함께(廾) 힘을 합쳐야 하므로 釆(변)과 廾(공)의 합자로 ‘힘을 합치다, 뭉치다’를 나타낸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春(춘)의 제일 윗줄 一 이 八 모양으로 나누어진 모양처럼 변했다. 하지만 둘 다 ‘양 손’과 관련이 되고, 모양도 비슷하므로 ‘양손 합친 모양의 응용 → 합치다, 뭉치다’로 보고 같이 배워두는 것이 좋다.

권법(拳法), 권투(拳鬪), 태권도(跆拳道)의 拳(주먹 권)의 원형(금문)은 여러 손(手)을 모으는 모습이었다. 소전에서 공통 모양(龹)으로 ‘모으다’를 나타내고 手(수)를 별도로 구분해서 ‘손가락(手)을 합친 모양 → 주먹’이 되었다.

채권(債券, 빚을 증명하는 문서), 증권(證券, 재산의 증거가 되는 문서), 여권(旅券, 여행자 증명 문서)의 券(문서 권)은 刀(칼 도)가 특징이다. 이는 고대의 글을 대나무를 깎아(刀) 만든 죽간(竹簡, 대나무 조각을 엮은 것)에 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죽간은 두루마리 형태로 말아서(龹) 보관되었다. 그래서 ‘대나무를 깎아서(刀) 말아 놓은 것 → 문서’가 券(권)의 뜻이다.

券(문서 권)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칼(刀) 대신에 㔾(병부 절, 앉은 사람 절)로 구분한 것이 ‘책을 세는 단위’로 사용하는 卷(책 권)이다. 卷(책 권)의 원형(금문)은 ‘앉은 사람(㔾)’과 ‘무엇인가를 말고 있는 손’의 모습이다. 이것은 죽간(竹簡)을 두루마리 형태로 말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본래 뜻은 ‘말다’였다. 하지만 후대에 ‘말아놓은 죽간 자체 → 책’의 뜻으로 사용되면서 본래 뜻인 ‘말다’는 扌(손 수)를 더한 捲(말 권)으로 바꾸었다. 압권(壓卷)은 본래 여러 책이나 작품 가운데 가장 잘된 책이나 부분을 가리키는 말로 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을 가리킨다. 석권(席卷, 席捲)은 ‘돗자리를 말다’는 뜻으로 빠른 기세로 영토나 세력 범위를 넓히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券(문서 권)이 들어간 합자로 승리(勝利)의 勝(이길 승)이 있다. 月(=肉, 육체 육)과 券(문서 권)의 합자이므로 ‘강한 육체(肉)와 지식(책, 券)을 겸비하니 → 이기다, 뛰어나다’로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원형은 朕(나 짐)과 力(힘 력)의 합자이다. 朕(나 짐)은 노를 저어 배를 움직이는 모습으로 임금이 자기 자신을 지칭할 때의 ‘나’이다. 이것은 임금 자신을 백성을 배에 태우고 조정해서 물을 건너는 뱃사공에 비유한 것이다. 이 朕(짐)에 力(힘 력)을 더하니 勝(승)은 나라를 이끌어가는 ‘임금(朕)이 노를 잘 젓고(방향키를 잘 잡고), 한 배에 탄 모두가 힘을 발휘하니(力) → 이기다’이다.

騰(오를 등)은 朕(나 짐)과 馬(말 마)의 합자이다. 朕(짐)이 배를 모는 모습이므로 騰(등)은 말(馬)처럼 펄쩍 뛰면서 앞으로 나아가는(朕) 것이다. 그래서 폭등(暴騰), 급등(急騰), 기세등등(幾歲等等)처럼 크게 ‘도약하다, 오르다, 나아가다’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