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에 진심...문제 해결할 창발인재 키워야"
"정부 일방통행해선 답 없어...대학-기업 매칭 역할 해야"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

[공감신문] 박영신 기자= “최근 식품의 생산·유통·소비 전과정에 걸쳐 가치소비·초개인화 등 수요자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푸드테크가 첨병 역할을 할 것입니다” 지난 11일 서울대학교에서 만난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은 푸드테크가 주목받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식품을 의미하는 푸드(food)와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tech)를 결합한 푸드테크는 주로 식품 산업에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기술 등 4차 산업기술을 적용해 식품의 생산이나 가공 과정 등을 관리하는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기원 학과장은 푸드테크가 단순히 식품 산업에 기술을 접목한 분야에서 더 나아가 식품산업의 ‘초개인화’ 시대에 대응하고 소비자들이 직면한 환경·건강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 역할을 하기 위해 출발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푸드테크의 태동은 단순히 먹거리 산업의 변화에서 더 나아가 식문화와 사회를 바꾸는 ‘혁명’이라고도 했다.

이 학과장은 푸드테크가 아직 일반 소비자들에게 생소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접목돼 있다고 귀띔했다. 첨단기술로 알려진 배달로봇·스마트팜·대체육 등 뿐 아니라 최근 우리가 흔히 접하는 키오스크·밀키트·무인매장·모바일앱을 통한 음식 배달·개인 맞춤형 음식 추천 서비스도 푸드테크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는 “더 쉽게는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등도 푸드테크에 속한다”고도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는 정부나 관련기관이 제조나 생산 측면에서 추산한 푸드테크 시장 규모보다 유통과 소비 등 전 과정에 걸쳐 추산된 실제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세계 푸드테크 시장규모는 2020년 기준 약 5542억달러로 2017년 대비 38% 증가했다. 우리나라 푸드테크 시장 규모도 2020년 61조원으로 2017년 대비 31%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그는 국내 시장 규모를 500~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기원 학과장은 푸드테크 산업 발전을 위해 창발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기존의 농업과 식품산업의 질서와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먹는 것에 진심이면서 소비자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절박함이 있는 인재가 푸드테크 산업을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재들이 만들어내는 기존에 없었던 혁신적이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바로 창발생태계라는 것이다.

그는 민간 주도의 창발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가 대학과 기업을 매칭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기원 학과장은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어 2006년부터 건국대학교 생명공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1년 서울대로 자리를 옮겨 식품생명공학전공 교수로 재직했다. 2021년 푸드테크학과장을 맡아 푸드테크업계의 인재 양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또 2022년부터는 푸드테크 관련 ‘학·연·관·산’을 아우르는 협의체인 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오른쪽)과 전규열 본지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오른쪽)과 전규열 본지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Q. 푸드테크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푸드테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국민들의 식생활과 식문화, 식품산업이 변화를 시기를 맞고 있다.

기존의 식생활에서 주요 메뉴는 ‘엄마가 해 주시는 뜨끈한 밥’이었다면 이제는 편리성과 다양성이 중요해지며 배달주문, 밀키트 등이 식생활의 큰 부분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또 단순히 배고파서 먹는 시대에서 벗어나 이제는 개개인의 취향과 입맛이 중요해지며 개인 맞춤형 식단을 추천받는 등 초개인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아울러 전 인류의 공통과제인 기후위기 해결이 식생활에서도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며 식품의 생산·유통·소비·폐기 등 전과정에 걸쳐 탄소발생저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즐겁게 먹으며 건강도 챙기자는 헬시플레져 트렌드가 확산되며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업과 축산 등 1차산업 중심이었던 식품산업은 푸드테크 산업의 발전과 함께 소비자 편리성, 초개인화, 당면과제 해결 등을 위한 키오스크·밀키트·무인매장·모바일앱을 통한 음식 배달·개인 맞춤형 음식 추천 서비스·대체육·배달로봇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결국 푸드테크는 먹거리와 관련된 수요자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산업으로 규모 또한 500~600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푸드테크 산업 규모도 4경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Q. 푸드테크 산업 발전이 국민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는지.

푸드테크로 인해 식생활에 있어서 수요자 중심으로의 변화가 더욱 가파르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통해 간편하게 식품을 배송받을 수 있게 됐으며 인공지능(ai)을 통해 나에게 맞는 식단이나 음식점을 추천받을 수 있게 됐다.

앞으로는 환경을 위해 축산농가에서 키운 고기 대신 실험실에서 키운 배양육을 먹게 될 것이다.

Q. 정부는 지난 2022년 12월 ‘푸드테크 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1000억원 규모의 푸드테크 전용 펀드 조성 ▲푸드테크 융합 연구지원센터 구축 ▲푸드테크기업 인증제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푸드테크 산업 기반 마련을 위한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을 평가해 주신다면.

우선 푸드테크 산업의 미래지향성을 꿰뚫어보고 발전방안 마련 등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여주신 것은 잘 하신 일이라고 본다.

이같은 관심과 추진력을 통해 우리나라가 푸드테크 분야에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것도 뜻깊게 생각한다. 푸드테크학과가 설치된 국가가 아직 우리나라 밖에 없고 푸드테크민간협의체인 푸드테크협의회가 출범한 것도 역시 최초다.

앞으로 푸드테크 산업의 발전을 위해 산업 기반 마련과 아울러 창발생태계 조성에도 함께 힘을 기울여 주셨으면 한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오른쪽)과 전규열 본지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푸드테크 산업 발전을 위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오른쪽)과 전규열 본지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푸드테크 산업 발전을 위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Q. 푸드테크 산업의 발전을 위한 첫걸음으로써 창발생태계 조성을 주장하셨다. 창발생태계 조성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조성할 수 있을지.

창발생태계에서 가장 핵심은 바로 창발인재다.

창발인재는 먹는 것에 진심이면서 먹거리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추진력이 있는 인재이다. 또 문제 해결 방식에 있어서 기존의 식품산업의 관행과 질서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저녁에 일이 늦게 끝나면 아침에 먹을 것이 없어서 새벽배송에 착안하게 된 사례나 우유 등 유제품 알러지 때문에 비건사업을 시작하게 된 사례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대체육 스타트업인 비욘드미트, 임파서블푸드나 비건 스타트업인 인테이크 등이 그런 경우다.

특히 수년 전 쿠팡이 1조짜리 물류센터 10개를 짓겠다고 했을 때, 대부분 그 가능성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쿠팡을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이 없을 정도가 됐다.

아무도 하지 않았지만 수요자들의 취향과 요구를 예견해 새로운 시장,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로 창발정신이다.

쿠팡처럼 대체불가능한 기업, 글로벌시장에서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기업이 되려면 사업분야가 보다 전문적이어야 하며 그런 면에서 협업이 중요한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 돈을 벌려는 기업과 기술을 개발하는 기술자, 대학의 전문가 등이 같이 움직이는 창발생태계 조성이 필요한 이유다.

Q. 푸드테크 산업이 발전하려면 민간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이유는.

푸드테크는 태생적으로 민간 주도가 될 수 밖에 없다. 수요자의 요구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학이 정부의 연구사업을 수행하는 형식이 아닌, 정부가 기업과 대학을 매칭해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연구결과를 보고서로 제출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연구·사업성과로 이어지게 된다.

또 이렇게 해야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창발적인 사업모델이 구축될 수 있는 것이다.

Q. 푸드테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은.

식품을 잘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이런 측면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더 나아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식생활에 대해, 개개인의 건강한 삶을 지키기 위한 식생할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단순한 식품이 아닌 지속가능성과 건강이라는 가치를 먹는다고 생각한다면, 그만큼 식생활의 사회적·개인적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면 모두가 ‘먹는 것에 진심’인 창발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경영학 박사)
정리·사진= 빅영신 기자

이기원 학과장 프로필
- 서울대학교 푸드테크학과장
- 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
- 대통령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
-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 석·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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