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 1월 대만 선거, 4월 국내 총선 및 11월 美 트럼프 재선 여부가 영향 줄 것”
“청년들에 ‘진짜 희망’ 줄 수 있는 그런 움직임이 일어나는 2024년 되기를 기원”

[공감신문] 유안나 기자=“우리나라의 저성장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정말 과감한 개혁을 통해서 우리 경제 체질을 바꿔놓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내부에서 어떤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 그런 변화가 없다면 지금 이 구도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15일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한국 경제를 두고 대내외적으로 장기간 1~2%대 저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공감신문은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필요한 획기적인 변화, 그리고 내년 경제 전망에 대해 물었다.

전 이사장은 “잠재성장률 자체가 떨어진다는 건 원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산능력을 활용하지 못하며, 그 생산 능력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전 이사장에 따르면 실질 잠재성장률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산요소를 총 활용했을 때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을 의미한다. 경제의 기초 체력 기준이 되는 중요한 지표로, 노동·자본·기술 3대 결정 요인으로 구성된다.

그는 “우선 노동과 관련해 한국의 생산 가능 인구는 이미 줄어들고 있다. 질적으로도 우리나라가 노동생산성이 낮은 나라라는 평가를 받는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만큼 노동 개혁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본은 결국 금융부문에서 투자가 활성화되고 금융이 선순환하는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인·해외 직접투자가 들어오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국’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아울러 전 이사장은 올 한 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경제 키워드’ 중 하나로 ‘생성형 AI’를 꼽으며, “기술은 첨단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경쟁력을 가지는 구도로 바뀌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며칠 전 다우존스가 역대 최대치를 갱신하고 나스닥은 금년 거의 40% 가까이 올랐다. 엄청난 호황은 AI돌풍으로부터 이뤄졌다”며 “미국의 기업 애플부터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 대표적인 첨단 IT 기업에서 선순환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서 “우리가 실리콘밸리 등 글로벌 최고 기술국으로 가자고 하기엔 거리가 있지만 우리는 나름대로 전기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등의 글로벌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이런 강점을 더 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 이사장은 “한국의 장기적 저성장 체제 고착화 우려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IMF(국제통화기금) 등 세계적으로도 분명한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며 “정말 아슬아슬한 상황이며, 추세적으로도 가라앉고 있는 형태”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막상 각론에 들어가면 입법 과정과 같이 이런저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사실상 규제 개혁은 생산성을 높이고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툴이다. 그리고 이러한 매듭을 풀 수 있는 변화의 전기가 마련되어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 전문가인 전 이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시간주립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한 뒤 세계은행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했다. 외환 위기 직후인 1998년 경제부총리 특보로 기용되면서 한국으로 터를 옮겼으며, 이후 국제금융대사, 초대 금융위원장 등을 지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Q. 내년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 대선 등 전 세계적으로 선거가 많이 이뤄진다. 세계 경제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관건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현 바이든 정권의 정책의 상당 부분이 바뀔 수 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재선 될 경우 과거보다 ‘메이크 아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을 더 강한 톤으로 얘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내년 11월 선거 이후엔 더 이상 나올 일이 없기 때문에 미국 우선주의 ‘아메리카 퍼스트’ 강도를 높이면 높였지, 줄일 가능성은 적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에선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배경으로 배터리 업체, 미국에 대거 투자한 배터리 업체, 미국에 대거 투자한 기업들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트럼프가 딜 중심의 안보 전략을 펼치는 사람이라고 평가를 받는 만큼, 북한 및 주한미군 비용 문제 등 안보 관련 문제들이 이슈가 될 변수도 있다. 오죽하면 일부 외신들은 ‘2024년 최대 위험 요인은 트럼프’라고 언급하기도 한다.

Q. 글로벌경제를 두고 ‘불확실성’이 자주 언급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 여러 요인 가운데 한국에게 필요한 자세는?

글로벌 지정학을 들여다보는 국제관계학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제일 위험해질 수 있는 곳이 미국 및 서방의 전력이 분산되어 있는 동북아시아라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특히, 대만 해협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위험 리스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상황이다. 여차하면 대만이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입장으로서는 북한의 도발 문제가 있다.

물론 외교·안보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스스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한미일 자유동맹 강화되는 매우 잘된 일이다. 또, 우리 입장에서 일본은 상당히 중요한 외교 안보 경제 전략이다. 그래서 현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자 중요한 일이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우리 국익을 생각했을 때 타국과 관계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앞서 언급한 트럼프 재선 등과 같은 정책, 아젠다 변화로 오는 불확실성과 그로 인한 충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외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시스템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것이다. 쉽게 말해 환절기 감기에 안 걸리려면 체질이 튼튼하고, 면역력이 강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로 기본이 되는 시스템 자체가 튼실해져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변화에 대처하려면 이러한 기초 체력은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 안보 등 전반적으로 다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Q. 최근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동결(5.25~5.50%)했다. 일각에서는 최소 3번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데?

시장에서는 세 번 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런데 그 세 번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해석할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피벗’(통화정책 전환)이다. 방향 전환을 의미하는 피벗이 가장 중요한 시그널이다. 사실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낮추겠다고 하는 시그널은 양면성을 지닌다. 그동안 2년에 걸쳐 급속도로 올린 금리로 인한 효과로 인플레가 잡히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가 있는 한편, 내년 경기가 나빠질 수 있다는 의미가 함께 있다. 때문에 후자의 경우로 보면, 사실 내년 경제의 전반적인 전망이 현재보다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경제를 분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너무 쉽게 빨리 돌아서는 것은 잠재되어 있는 인플레의 요인을 추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러 가지 상황이 이제 상당 수준 인프라가 안정화된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이런 관련 변화들이 내년 경제 키워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Q. 높은 물가로 가계·기업의 어려움이 계속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려움에 처한 우리 경제에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지난 5월 국제 언론사 행사를 통해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와의 대담을 한 적이 있다. 이탈리아도 부채의 덫으로 성장이 정체된 대표적인 나라로 꼽히는데, 결국  ‘성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었다.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의 ‘정공법’은 성장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늘려줌으로써 늘어난 소득의 일부로 빚을 갚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이 이어질 수 있도록 물꼬를 트려면 성장이 되어야 한다. 저성장 고착화를 반전시켜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성장을 해야 그 안에 있는 기업도 성장한다. 경제 전반에 걸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해외 투자를 유치하려면 소위 해외 직접 투자라고 하는 ‘FDI 자금 유입’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생산·설비 등에 투자하는 해외 직접 투자의 제일 중요한 요소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다. 하지만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서 직접 투자의 대표적인 걸림돌로 노동 시장을 지적한다. 물론 세제 측면에서도 손 봐야 할 문제이고,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투자의 걸림돌을 치워주는 노력을 통하여, 성장이 위축되는 반전을 만들어주는 것 또한 정공법이다.

정부의 기업 지원도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한계기업 중에서는 계속 연명치료를 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조금만 지원을 해주면 자생력 회복할 수 있는 기업들이 있다. 정부가 아무리 긴축 재정을 강조하더라도, 자생력 있는 기업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선택·집중하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오른쪽)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오른쪽)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Q. 2024년 한국의 상반기와 하반기 경제 모습을 전망한다면.

경제는 연속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하반기로 딱 나누기보다는 핵심변수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내년 경제는 4월 총선, 특히 11월 트럼프 재선 여부로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1월 대만 선거의 의미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또한 내년은 우리에게 금리로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수 있다. 금리를 쉽게 낮추기가 어려운 건 부채 문제 때문이다. 금리는 양면성이 있는데, 부채를 갚는 사람들의 부담을 줄여주려면 금리를 낮추는 게 맞지만, 금리를 낮추면 부채를 더 떠안게 하는 요인을 준다. 지금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3.50%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와중에도 가계부채는 자꾸 늘고 있다. 완전한 스태그플레이션까지는 아니더라도, 성장이 둔화되고 인플레는 높은 그런 유사한 상황을 올 한 해 겪었다.

Q.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으로서, 경제에 대한 희망사항이 있다면.

한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제조업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고 한다. ‘포스트 홍콩’으로 금융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얘기도 몇 년째 나오고 있지만, 잘 안되고 있다. 평소 저는 경제가 몸이라면, 금융은 심장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우리 금융산업이 동북아 허브 역할을 하는 등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성장의 계기를 맞이하면 좋겠다.

현재 대한민국은 교차로에 서있다. 저는 한국이 지금처럼 지속적으로 가라앉을 것이냐, 아니면 다시 한번 리셋을 해서 올라가느냐 그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저는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말뿐이 아닌, 진짜 희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많은 경험을 쌓아온 저를 비롯해 또래 어른들이 힘을 합쳐 우리나라 미래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움직임이 일어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왼쪽)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가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왼쪽)과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가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경영학 박사)
정리·사진= 유안나 기자

[전광우 이사장 프로필]

- 現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 초대 금융위원장
- IMF 외환위기 경제부총리 특보
- 국제금융센터 소장
- 외교통상부 국제금융대사
- 세계은행 수석연구위원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아태지역위원회 의장
- 미국 미시간 주립대락 경영학  교수
- '제10회 자랑스런 부고인상', '아시아 지역 올해의 CEO상', '청조근정훈장' 등 수상
- 인디애나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및 박사
- 서울대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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