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 같은 연구중심대학 벤처 생태계 만들어야…박사 30% 창업이 시대정신”
"벤처로 미래 먹거리 연구·상용화…미래 기술은 산·학·연 융합 돼야"
“지방 소멸 문제 해결하려면 지방의 각 기업 ‘포스코’ 역할 해야”

 

세계적 연구중심 대학인 포항공대 전경. 사진= 포항공대
세계적 연구중심 대학인 포항공대 전경. 사진= 포항공대

 

[공감신문] 유안나 기자=“실리콘밸리 같은 모든 벤처 생태계에는 연구 중심 대학이 있습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연구 및 상용화에 있어서 경제적으로 가장 필요한 건 벤처, 그리고 그 인력은 대학에서 만들어집니다”

12일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성진 포스코홀딩스 전무(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산학연협력담당)는 이같이 말했다. 

박 전무는 “창업을 위해선 밤새면서 일할 수 있는 젊음과 연구하는 대학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스탠퍼드, 버클리 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오히려 학교를 떠나지 않고, 그 주위에서 창업을 한다”고 했다.

이어 “심지어 그 대학교 학생이 아니더라도 환경이 좋기 때문에 또 다른 국가의 명문대 학생들이 유입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진정한 경제 생태계, 실리콘 밸리이다”라고 설명했다.

박 전무는 또한 20~30대 젊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창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무는 “'벤처'는 미래 먹거리 연구를 통해 실용화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벤처 중심의 혁신 성장을 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애플, 구글, 테슬라 등의 기업은 모두 벤처로부터 나왔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GDP의 비율을 계속 유지해오고 있다”며 “이에 반해 유럽과 일본은 하락했다. 그 차이는 젊은 사람들이 창업할 수 있는 시스템의 유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질문을 던져보면, 잘하는 사람을 더 잘하게 만들기 위하여 포항공대, 카이스트, 서울대 등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들 중 30%가 창업을 해야 한다. 그게 지금의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했다.

포스코의 스타트업 육성·투자를 총괄하고 있는 박성진 전무는 포항공과대학(포스텍) 1회 학부 전체 수석졸업자로, 동 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중소·벤처기업, 대기업 등 현장 경험을 쌓았으며,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박성진 포스코홀딩스 전무가 인터뷰에 답하고 있는 모습. 
  박성진 포스코홀딩스 전무가 인터뷰에 답하고 있는 모습. 

 

Q. 올해 소규모대학평가 세계 2위, 중앙일보 공학계열 평가에서 2년 연속 1위(카이스트 2위)를 차지했다. 포항공대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지난 1980년대 포항공대가 생길 당시 시대 정신은 ‘국산화’였다. 중장비 등 국산화해 부가가치세를 높이기 위해선 R&D가 필요했는데, 이때 포항공대가 연구 중심 대학으로 인력을 배출하겠다는 비전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근원적인 이유로 포항공대가 단기간에 리더십이 생길 수 있었다.

현재 포스코·포항공대가 포항에 벤처 생태계를 만든다는 건 지금 시대에 필요한 인력을 위해서다. 대부분의 기업은 창업 지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초연구에서부터 실용화, 창업 단계를 도와줄 수 있는 건 포스코·포스텍이 유일하다. 포스텍은 기초연구 실용화, 인큐베이팅 센터 제조, 펀드 연계, 해외 마케팅 등의 모든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이게 타 대학과의 근원적인 차이다. 또 이를 통해 해외진출, 유니콘 기업 등 포스코 자회사가 되면 포스코는 모든 사업이 가능한 플랫폼 기업이 된다. 그렇기에 포스코·포스텍이 한국판 실리콘밸리인 ‘퍼시픽 밸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정부 사업 ‘2023년 글로컬대’에 포항공대가 선정됐다. 앞으로 정부 지원금 외에도 대학법인에서도 2000억 원 을 확보했다. 또 다른 계획이 있는 건가?

현재 포스코 전략은 ‘철강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탈피해서 2차 전지·수소와 같은 친환경 소재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흔히 포스코는 큰 장치를 들여와 오퍼레이팅, 매니지먼트를 잘하는 ‘O&M 기업’이라고 한다. 그런데 앞으로 친환경 미래 소재 대학원과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O&M 기업에서 R&D 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저희는 포스코가 필요한 분야와 관련하여 포항에 15층의 융합동을 만드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이 곳에서 50%는 포스코가, 30%는 포항공대 교수가, 나머지 20%는 벤처기업에서 각각 쓰는 것이다. 저희가 ‘글로컬 대학’ 사업을 통해 하려고 하는 건 더 좋은 연구를 위한 연구시설을 제공하고, 그 시설을 쓰는 교수들이 포스코와 협력해 창업하는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타 대학에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연구 수준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협력을 해야 된다. 미래 기술은 자체 연구 산·학·연 벤처의 세 가지 컴포넌트를 가지고 융합이 되어야 한다. 

Q. 포항공대에는 노벨동산이 있다. 롤 모델인 미국의 칼텍 같은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한 만큼, 노벨상 수상은 언제쯤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지?

노벨상 후보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노벨상이 국력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의 연구 수준이 노벨상을 받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게 전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목맬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제가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 건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MIT 교수는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다닌다. ‘그들만 특별한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배경에 시스템이 있다. 우리도 이러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유럽과 일본이 갔던 길이 아닌, ‘게임의 룰’을 만드는 미국처럼 혁신 성장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걸 포스코·포항공대가 만들어나갔으면 한다. 

 

산학연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포항공대 캠퍼스안에 있는 창업 인큐베이트 '체인지업 그라운드' 전경. / 사진=체인지업 그라운드 홈페이지
산학연 중심역할을 하고 있는 포항공대 캠퍼스안에 있는 창업 인큐베이트 '체인지업 그라운드' 전경. / 사진=체인지업 그라운드 홈페이지

 

Q. 포스텍 내 창업 공간 ‘체인지업그라운드’ 개관 이후 그동안의 목표 달성 등 과정을 평가한다면.

체인지업그라운드에는 120개 정도의 벤처기업이 있는데, 그중 한 70%는 포항과 관련된 기업이다. 이곳을 만들고 저희도 깜짝 놀랐는데, 1년 2개월 만에 공간의 100%가 모두 찼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분석을 해봤더니, 시스템이 좋아지면서 서울에서 창업을 준비하던 포항공대 학생들, 수도권에서 공장을 만들려고 하던 기업 7개가 제조 인큐베이팅 센터 등 이용을 위해 내려왔다. 또, 저희들이 스마트시티, 스마트 팩토리에 경북도·포항시·포스코 연결을 시켜주니까 수도권에 있던 24개 기업도 이동했다. 이를 통해 200개의 일자리 창출이 이뤄졌다. 지금까지 ‘지방 소멸시대’에서 이런 일은 없었다.

최근 포항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장 회의(지방시대위원회 행사)가 열렸는데, 그날 저는 정부 관계자를 만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역에는 각 R&D가 있고, 창업이 되려면 기업 컴포넌트가 들어가야 합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는 모두 기업이 연결되어 있으며, 그 기업들이 ‘포스코’와 같은 역할을 하면 됩니다. 이게 지방 소멸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포항공대를 방문한 대학생이 창업 이큐베이트인 제인지그라운드에 산학연을 강조한 문구앞에서  선 모습.
포항공대를 방문한 대학생이 창업 이큐베이트인 제인지그라운드에 산학연을 강조한 문구앞에서  선 모습.

 

Q.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한 연구중심의대 설립으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전 세계는 기술 전쟁으로 과학자 육성이 절실한 가운데 의학계열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어떻게 보시는지.

미국에서 의사과학자라고 하는 게 PHD가 백신을 만들고, 그걸 쓰는 사람은 MD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연결하는 걸 중개 연구라고 하는데, 양쪽의 지식을 모두 알아야 한다고 해서 이미 1970년대 하버드, MIT 등에서 시작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잘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졸업 이후 PHD 초봉 월급은 약 1.5억, MD는 2.5억이다. 결국은 수익 구조 문제고,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구조를 바꾸려면 벤처 생태계를 통해 부가가치가 더 높은 걸 만드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전통적으로 노벨상을 추구하는 칼텍도 요즘 창업을 많이 한다. ‘벤처’ 하면 훨씬 많은 돈을 벌고, 평생 편하게 살 수 있는 기회로 보기 때문.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곳에 제일 똑똑한 사람들이 가고, 제일 똑똑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 부가가치가 가장 높아지는 그런 구조로 바뀌어 가는 것이다. 

              박성진 전무가 인터뷰에서 한국판 실리콘 밸리인 포항의 '퍼시픽 밸리'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박성진 전무가 인터뷰에서 한국판 실리콘 밸리인 포항의 '퍼시픽 밸리'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Q. 세계적 스타트업 육성을 위하여 실리콘밸리 같은 ‘창업 밸리’를 조성한다고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달라.

여러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우리나라도 박사들이 창업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박사의 30%가 교수 국가출연연구소를, 30%는 대기업을, 나머지 30%는 창업을 한다. 3분의 1씩 분배되어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교 및 교육적인 입장에서 보면, 연구 결과는 글로벌 탑 수준의 레벨이고, 글로벌 비즈니스도 가능하다. 그런데 여전히 대기업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다. 대기업과 벤처기업 부가가치가 같아지려면 박사의 반은 창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30%는 창업을 해야 된다고 본다.

다음으로 글로벌한 연구결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려면 해외 진출이 숙제다. 미국까지 가려고 하면, 미국 내 한인 벤처 생태계가 좋아져야 한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포스코가 실리콘밸리에 체인지업그라운드 정도 되는 곳을 사는 건 어떨까 싶다. 그리고 여기에 50개 기업은 한국에서 미국에 진출하는 기업, 또 다른 50개는 미국에 유학 가거나 이민 간 학생들, 이렇게 한국 정체성이 있는 기업 100개를 모아 각 회사가 아닌, 시스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더불어 한인 벤처 생태계가 더 강해질 수 있도록 금융권, 정부 지원 등 국가가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  

Q. 포항공대의 미래 비전은 무엇인가.

우선, 모든 연구 시스템에는 자본 이득 기반의 ‘인센티브 시스템’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월급으로는 줄 수 없는 인센티브로, 제일 똑똑한 사람을 벤처 쪽으로 오게끔 만드는 것. 그러나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대학교의 힘만으로는 절대 안 된다. 대학과 기업, 벤처 간 인력이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협력을 해야 하는데, 타 대학이 ‘시장 친화적’으로 하기 어려운 부분이 포스코·포항공대에선 가능하다. 과거 포스텍이 연구중심대학이었다면, 지금은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 인력을 배출하는 것을 플래그십으로 하여 그 흐름이 다른 대학으로도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러 교육 분야의 글로벌화다. 저희는 각 나라의 상위권 공대 학부 학생들에게 연구 장학금을 주고, 포항공대에 1년 교환학생을 데리고 오고 있다. 꿈이라는 건 결국 아이덴티티 크기인데, 그 정체성 중 가장 큰 건 사실 국가다. 교환학생을 온 학생들에게 여러 좋은 경험을 시켜주고 ‘제2의 조국이 대한민국이다. 포스코 패밀리, 포항공대 동문이다.’ 이런 아이덴티티를 심어주면서, 포스텍 졸업 시 연구원 100% 채용 등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에서 7명이 왔고, 올해는 인도,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 세 나라가 늘어 10명이 왔다. 교육을 기반으로 앞으로는 그 수가 100~200명으로 더 늘어, 30년 후에는 그 학생들 중 저와 같은 사람들이 또 나올 수 있게 하고 싶고, 그런 대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우리나라에 창업 생태계에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한 견해는?

샌드박스가 필요하다. 여러 예로, 먼저 경상북도는 330만 명에서 260만 명 70만 명이 줄었다. 여성해방이 가전제품으로, 장애인 해방은 의료기구로, 노동자 해방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빅데이터·AI 등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지방 소멸 시대는 기술로 해결 궁극적으로는 기술로 해결이 된다. 또한 경북도는 DNA 검사를 위한 1천억의 투자를 한다. 개개인의 식단과 운동, 정기적인 건강검진의 절반은 모두 집에서 할 수 있는 시대가 금방 올 것이다. 

한편 요즘 미국 북서부주 몬타나주가 인기가 있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이 공기 좋은 몬타나주에서 살면서 재택근무를 하고, 한 달에 1~2번만 뉴욕, 샌프란시스코에 들린다는 것이다. 재택근무를 통해 일자리가 창출된다. 이밖에 일부 글로벌 명문대에서는 온라인 국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에는 아직 법이 없다.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 재택 근무, 온라인 교육 등 어디서 사느냐에 대한 문제는 사실 없다. 그래서 그런 기술들을 이용하려고 한다면 혁신 벤처 기업, 지방정부를 위한 혁신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박성진 전무(왼쪽)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가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하고 있다. 
박성진 전무(왼쪽)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가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하고 있다. 

대담=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경영학 박사)
정리·사진= 유안나 기자

[박성진 전무 프로필]

- 포스코 홀딩스 산학연협력 담당 전무
- 포항공대 산학처장
- 포항공대 기술사업화센터 센터장
- 포항공대 산학협력단 연구부처장
- 포항공대 창업보육센터 센터장
-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
- 포항공대 기계공학 학·석·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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