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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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박재호 칼럼니스트(부대표)=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여러 가지 제도를 시행했다. 이 중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해 사외이사제도가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기업의 대주주나 경영진의 독단적 경영으로 효율성이 저해됐고, 이로 인한 투명성 저하가 경제위기의 한 몫을 차지했다고 판단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외부 인사를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포함시키면서, 감시와 조언의 역할을 맡기고자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자산규모가 2조원을 넘는 기업의 경우 최소한 이사의 2분의1을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한다. 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외이사의 권한과 책임은 일반이사에 준한다. 중요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고, 경영현안이 있을 경우 이사회에 참석해 의사를 개진할 수 있다. 회사의 주요 업무집행에 관한 결정, 대표이사의 선출, 경영감시가 업무다. 핵심은 대주주나 CEO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감시하고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는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이 매우 요구되는 자리다.

 

이사회 관련 규제와 제도가 잘 정비돼 있어도, 사외이사가 CEO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구성된다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제대로 선임을 했어도 수년간 CEO 등 사내이사들과 이사회를 진행하면서 결국에는 유착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CEO와 상부상조하는 이사회의 관행적 문화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크다. 

   

사외이사는 전문성도 크게 요구되는 자리다. 경영진이 마련한 주요 경영 전략을 검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이사회의 역할이다. CEO를 비롯한 사내이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안건에 대해 당연히 찬성표를 던질 것이다. 그래서 견제‧감시하는 사외이사들은 경영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해야 한다. 경영진이 마련한 안건을 따져보지 않고 수동적으로 이사회에 참석해서는 사외이사의 역할을 할 수 없다. 안건에 맞는 조언과 감시를 위해서는 상당한 능력이 필요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2020년 포스코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여섯 번의 이사회가 개최됐다. 이사회에서 11건의 주요안건이 처리됐는데 모두 가결됐다.

 

중요한 것은 이사 12명(사내이사5명, 사외이사 7명) 모두가 어느 안건에도 반대표를 던진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사회 내 각종 위원회에서도 총 14건의 안건처리가 있었는데, 모두 가결됐다. 이 또한 반대표를 던진 이사는 없었다. 100% 통과, 100% 찬성한 것이다.

 

▲ 모바일 전자공시
▲ 모바일 전자공시

 

물론, 각 안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뤄졌을 터다. 하지만 모든 안건에 대해 사외이사들 조차 100% 찬성이라는 통계를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이는 상부상조하는 이사회의 관행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포스코 사외이사들 외 SK하이닉스 등 공시된 다른 기업의 사외이사들도 대부분 포스코와 같은 상황이다.

 

사외이사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는 제도다. 기업의 임원, 교수, 정치인 등 지식인들이 주로 선임되고 있다. 이들이 기존 지식과 경험이 있다하더라도, 평생 한 직장에서 한 분야에 매진하고 있는 CEO 등 경영진들을 조언하고 감시하기는 버거울 것이다.  

 

도입 목적에 따른 감시와 조언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사외이사가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고 CEO을 비롯한 경영진들과 ‘윈-윈’ 하는 문화,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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