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배너 배너 배너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시 넘어야 할 과제는?…집중투표제
김송현 기자 기자
수정일 2016-11-29 18:33
등록일 2016-11-29 18:27

정관 제정시 집중투표제 배제 어려워…투기자본에 이사 내줄수도

[공감신문 김송현 기자] 삼성전자가 29일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다목적 포석이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체제를 강화하고, 엘리엇 매니지먼트등 외국계 주주들의 요구사항을 일정부분 들어주면서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자사주 규제조항 입법화에 앞서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주회사 전환은 ①삼성전자의 인적분할 ②투자부문(홀딩스)과 사업회사 간 주식 스와프(교환)의 순서로 진행되며, 삼성전자 지주회사(홀딩스)는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지분을 30%까지 높일수 있다. 게다가 ③삼성전자 홀딩스와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밟으면 이 부회장 측이 삼성전자 홀딩스의 지분을 4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CFO)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현재로써는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여부만 검토할 것이며,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검토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중립적인 입장에서 지주회사 전환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검토하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사옥 앞에 걸린 삼성 깃발이 바람이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7.55%를 보유한 삼성생명이고, 이어 삼성물산이 4.25%, 이건희 삼성 회장이 3.54%, 삼성화재가 1.32%,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0.77%, 이재용 부회장이 0.60%를 각각 갖고 있다. 자사주를 제외한 삼성 측 지분율을 모두 합하면 18.44%(삼성생명 보유 특별계정 0.58% 포함)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50.72%에 달한다.

먼저 인적분할을 하면 삼성전자는 지주회사(홀딩스)와 사업회사의 2개 회사로 쪼개진다. 기존 주주들은 신설된 사업회사의 신주를 배정받는다. 인적분할이 주주들에게 기존 회사와 신생 회사의 지분을 똑같이 배분하는 절차다. 이후 오너 등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은 삼성전자사업회사의 주식을 홀딩스에 현물 출자하고 홀딩스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는다. 이른바 주식 스와프 과정을 거치면 오너 등의 지배력은 크게 강화된다.

상법상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의 의결권도 부활된다. 인적분할 때 지주 부문에 자사주를 할당하면 지주도 사업회사 지분을 갖게 되면서 의결권이 생기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자사주는 12.78%(보통주 기준)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확보 요건(상장회사는 20%)을 충족하는 데 큰 지렛대가 된다.

 

하지만 거쳐야 하는 문턱이 있다. 바로 집중투표제다.

지난 10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을 때 노무라증권은 이 문제를 지적했다. 노무라증권 정창원 리서치센터장은 당시 리포트에서 “삼성전자 구조조정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는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와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사외이사의 선출"이라며 "지주사 전환시 집중 투표제를 도입하지 않는 정관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엘리엇의 요구는 삼성전자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1998년 상법을 개정해 기업이 주총의 특별결의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수 있도록 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 상법을 기준으로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했다.

 

집중투표제란

상장회사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를 선출할 때 집중투표(cumulative voting)라는 제도가 있다.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당 의결권을 선출 이사 수만큼 곱하도록 한 제도다. 예를 들어 3명의 이사를 선임한다면, 주당 의결권은 3주가 된다. 이때 주주는 특정이사에 투표하거나, 여러명 후보에 분산해 투표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단순투표제(equal voting)는 1주당 1표의 권한을 갖는 것이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예를 들어 3명의 이사를 선임할 때, 70%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가 ①, ②, ③의 이사후보를 추천하고, 30%의 소액주주가 ④의 후보를 추천했다고 가정하자. 70%의 대주주는 210표(70%×3명)의 의결권을 갖고, 30% 주주는 90표(30%×3명)를 갖는다. 30% 소액주주가 90표를 모두 ④ 후보에게 몰아주면, ① ② ③ 후보중 한명은 떨어져야 한다.

집중투표를 않고 단순투표로 하면, 70% 대주주는 각 후보마다 투표를 하기 때문에 ① ② ③ 후보를 모두 이사로 선출시킬수 있다. 30% 소액주주가 추천한 ④ 후보는 70% 대주주가 부결시키기 때문에 선출되지 못한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운영회사로 분리할 경우 구 법인을 청산하고 두 개의 새 법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정관도 새로 정해야 한다. 1998년 상법 개정시 삼성전자는 쉽게 정관을 변경했지만, 새 법인을 만들때는 외국인주주 비율이 높아 특별결의(3분의2 의결권, 즉 66.6%)를 통과하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의 현재 지분중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기 때문에 지난해 여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때 홍역을 치렀던 주총 대결이 다시 나타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를 분할해 새 법인을 만들 경우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게 되고, 이사 선임을 집중투표에 의해 결정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대표가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설립은 집중투표라는 제도의 틀에 얽매이게 된다.

엘리엇이 주주 행동주의 운동을 벌여 외국인과 국내 소액주주에서 30%의 지분율을 확보한다면, 이사회 멤버의 3분의1을 차지할수 있다. 만일 50%의 지분율을 확보한다면 대주주측이 지명한 이사를 떨어뜨릴수도 있다.

과거 스티브 잡스가 애플 이사회에서 해임된 적이 있다. 투자자들이 내세운 이사들이 반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집중투표제와 신규 이사선임이 어우러질 경우 오히려 삼성전자의 지배구조가 취약성을 노출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게 된다.

엘리엇은 지난 6월부터 증권시장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을 매집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엘리엇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0.62%에 불과하다.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분으로도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방법을 그들은 알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의 자매지 배런스지는 지난 10월 “(엘리엇의) 기업분할 제안은 삼성 이씨 가문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떨어뜨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배런스는 “아마도 엘리엇이 한국 정치를 가지고 노는(play) 게 아닐까”라며 노무라증권을 인용,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되면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된다는 점을 인용했다. 더민주당의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은 싫든 좋든, 집중투표제를 받아들여야 할 형편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등 야당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우려하며 경쟁적으로 경제민주화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야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 ▲사외이사 규제 강화 ▲지사주 의결권 전환 규제 등의 내용을 열거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야당이 발의한 경제민주화 법안이 오히려 외국 투기자본의 놀이터를 만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법이 요구되고 있다.

[공감신문 박재호 칼럼] 긴급재난지원금 외국인 노동자 제외, 국제정세에 부합한가
[공감신문 강란희 칼럼] “제21대 국회, ‘주인이 준 막강한 힘, 정의를 위해 쓰라.’”
[공감신문 박재호 칼럼] 국내 외국인노동자 “기댈 곳이 없다”
[공감신문 강란희 칼럼] “밴 업계, 벼랑 끝에 서다.”
[공감신문 박재호 칼럼] 이개호•서삼석•주철현, 제2의 이낙연을 꿈꾸다
[공감신문 알쓸다정] 석가모니가 태어난 기념일!…'부처님오신날' 유래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