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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극단적 공약에서 발빼고 있다…현실 깨달은 듯
김송현 기자 기자
수정일 2016-11-23 18:33
등록일 2016-11-23 15:15

기후협약 탈퇴, 힐러리 수사, 국경 장벽설치 등에서 일보 후퇴

[공감신문 김송현 기자] 선거에서 정치인들이 내건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이라고 한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자극적인 약속을 하지만, 막상 당선되면 현실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는 격한 표현을 쏟아냈다. 아랍인들을 추방하겠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 힐러리 클린턴을 감옥에 넣겠다,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하겠다는 등등이다.

하지만 그는 당선후 조심스럽게 자신의 극단적인 공약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 역력하다. 미국이 기후협약에서 탈퇴하는 것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기소도 포기하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 쌓겠다는데 대해서도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따라서 트럼프 당선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걷혀가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뉴욕타임스 사옥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기후변화협약 탈퇴 재고 시사…고문 방침도 물러서

트럼프는 22일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기후변화협약 탈퇴 공약을 재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이날 뉴욕타임스 빌딩에서 뉴욕타임스 기자 및 칼럼니스트들과 회동했다. 그는 자신의 기후변화협약 탈퇴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는 그것을(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아주 면밀하게 보고 있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선거 기간에 기후변화협약을 폄하하며 대통령이 되면 미국을 탈퇴시키겠다고 한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나는 인간의 활동과 기후변화 간에 어느 정도의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선 선거유세 기간에 "기후변화는 미국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중국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트럼프와의 회동 이후 트럼프의 극단적인 공약이 뒷걸음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협약 탈퇴 재고를 시사한 데다 클린턴의 처벌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한 것을 예로 들었다.

또 이날 트럼프가 고문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도 물러났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국방장관으로 거론되는 제임스 매티스와의 면담 이후에 고문이 불필요하다고 마음을 바꿨다고 밝혔다.

고문보다는 테러 용의자들과 신뢰를 구축하고 협조에 대해 보상하는 게 더 가치 있다는 매티스의 말이 생각을 변화시켰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당선인이 22일 뉴욕타임스를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치 보복은 없다'…힐러리 각종 스캔들 덮기로

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이후 대선 라이벌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과 '클린턴 재단' 등에 관한 수사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정권 인수위 관계자들이 전했다. 대선 레이스 기간에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클린턴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위협했지만, 이는 선거 구호였을 뿐 '정치 보복'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이다.

대선 기간 최대 '정적'이었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국무장관 발탁 움직임과 툴시 가바드(하와이) 민주당 하원의원의 유엔주재 미국대사 검토 등에 이어 적극적 통합 행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MSNBC 뉴스쇼 '모닝조'의 공동 진행자인 미카 브레진스키는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클린턴이 (이들 스캔들과 관련해) 겪을 만큼 충분히 겪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으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인수위의 켈리엔 콘웨이 수석 고문도 이 프로그램에 나와 "공화당의 리더이기도 한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식도 하기 전에 클린턴에 대한 기소를 추진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면 이는 다른 공화당 의원들에게 매우 강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면서 다른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며 "그러한 생각에는 대선 선거운동에서의 주장처럼 들리는 것들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이메일 스캔들' 등을 거론하며 "클린턴을 감옥에"라는 구호를 연발했다.

특히 대선 TV토론에서 클린턴이 "트럼프와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은 우리나라를 담당하지 않는 게 좋다"라고 비판하자 "대통령이 되면 특검 수사를 해 클린턴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8일 대통령에 당선된 뒤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클린턴이 나쁜 짓을 했다"면서도 "특검 수사를 해 클린턴 부부를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민정책에서도 후퇴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후보 시절 강경한 공약에서 한발 물러서고 있다. 대선 후 이민자에 대해 한층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이민정책이 결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비슷해지고 있다고 AP통신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당선 후 첫 언론 인터뷰인 지난 13일 미 CBS 방송 '60분' 인터뷰에서 이민자 추방은 범죄자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약 200만∼300만 명 정도의 범죄자, 범죄 기록 보유자, 범죄집단 조직원, 마약 거래상을 이 나라에서 내쫓거나 감옥에 보낼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에 불법적으로 와 있는 그들을 추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1,100만 명에 이르는 불법 이민자를 전원 추방하지 않고 일부는 구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후보 시절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에 사는 모든 불법 이민자를 모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제시한 추방 목표인 200만∼300만 명은 오바마 정부가 추방한 불법 이민자 수와 큰 차이가 없다. 오바마 대통령 임기 동안 미 국토안보부는 불법 이민자 250만 명 이상을 국외로 추방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멕시코가 비용을 부담하는 '크고 아름다운 장벽'을 쌓아 불법 이민자 유입을 막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도 후퇴했다. '멕시코 장벽' 발언은 트럼프 당선인이 거의 모든 유세에서 되풀이해 트럼프의 대표 공약으로 꼽혔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CBS 인터뷰에서 장벽을 건설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하면서도 "일부는 울타리가 될 수 있고, 특정 구간은 장벽이 적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울타리와 장벽이 각각 어디에 알맞은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장벽 대신 울타리를 치겠다는 발상 자체가 후보 시절 강경한 태도에서 상당히 물러선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티후아나 접경 지역에 설치된 울타리/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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