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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북핵·미사일 정보 공유한다…군사정보협정 체결
박진종 기자 기자
수정일 2016-11-23 18:33
등록일 2016-11-23 11:01

첫 군사협정…군수지원협정 후속 체결 등 군사협력 확대

[공감신문 박진종 기자] 한국과 일본은 23일 군사정보 직접 공유를 위한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는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양국을 대표해 GSOMIA에 서명했다. 협정은 상대국에 대한 서면 통보를 거쳐 곧바로 발효된다.

이로써 한일 양국은 북한 핵·미사일 정보를 비롯한 2급 이하의 군사비밀을 미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공유할 수 있게 됐다. 그간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에 따라 정보를 교환해왔지만, 반드시 미국을 경유해야 했기 때문에 신속성은 떨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을 통해 얻는 정보에 일본 정보까지 확보되면 대북 감시능력과 대북정보의 질적 수준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첩보 수집 출처가 다양할수록 양질의 정보 생산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협상 재개 선언에서 체결까지 단 27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일 양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6월 GSOMIA 체결 직전까지 갔지만, 국내에서 밀실협상 논란이 불거져 막판에 무산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은 전날 GSOMIA가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자 "국정운영 자격도 없는 대통령에 의한 졸속·매국 협상"이라며 맹비난했다. 야3당은 협상 강행의 책임을 묻기 위해 한민구 국방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

북한 핵위협 대응능력 강화

한일 GSOMIA는 1945년 광복 이후 한국과 일본이 체결한 첫 군사협정이다.

우선 한일 양국이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공동의 위협으로 떠오른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대응능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정보수집 위성 5기(1기는 예비)를 보유한 일본은 북한 핵·미사일 시설과 잠수함기지 등의 위성 사진·영상정보를 확보하는 능력을 갖췄다. 탐지거리 1,000㎞ 이상 지상 레이더 4기, 이지스함 6척, 조기경보기 17대도 북한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할 수 있는 일본의 고급 정보자산이다.

한국은 고위급 탈북자나 북중 접경지역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정보(휴민트·HUMINT)와 백두·금강 정찰기로 수집하는 감청·영상정보(시긴트·SIGINT) 면에서 우위를 갖고 있다.

한일 양국이 서로 다른 영역에서 비교우위를 갖춘 만큼, GSOMIA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일본은 지난 8월 초 북한이 쏜 노동미사일이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을 때 발사 징후를 미리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이 보유한 북한 핵·미사일 정보에 접근하는 게 시급한 바램이었다.

우리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대잠수함 작전 능력도 GSOMIA 체결을 계기로 강화될 수 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로 한일 양국이 대잠작전 능력을 강화할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지난 8월 SLBM을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한 북한은 이르면 1년 안에 신포급(2천t급) 잠수함에 SLBM을 실전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잠수함을 탐지·추적하는 해상초계기를 77대나 보유하고 있어 대잠작전 능력이 뛰어나다. 우리 군의 해상초계기는 16대로, 일본보다 훨씬 적다.

북한의 점증하는 핵·미사일 위협은 한일 양국이 GSOMIA를 체결한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우리 정부가 한일 GSOMIA 협상 재개 방안 검토에 나선 것도 지난 9월 초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일 GSOMIA 체결로 한국이 얻는 이익은 일본에 비하면 적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정보수집 위성이 포착한 사진·영상정보의 경우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정보와 상당 부분 겹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일 군사협력 길 열어

한일 양국은 GSOMIA를 출발점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군사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GSOMIA 다음 단계로 우리 군과 일본 자위대가 탄약·연료·식량을 융통할 수 있도록 하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이 거론된다. 한일 GSOMIA에 이어 ACSA가 체결되면 우리 군과 자위대가 정보뿐 아니라 물자를 주고받을 수 있어 유기적인 공동 군사작전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우리 군의 남수단 파병부대인 한빛부대가 2013년 말 탄약이 부족해 현지 일본 자위대의 탄약 1만 발을 지원받았을 때 한동안 논란이 일었을 정도로 양측의 물자 교류는 막혀 있다.

한일 양국은 2012년 GSOMIA와 함께 ACSA 체결을 추진한 만큼, ACSA 협상을 시작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GSOMIA와 ACSA를 토대로 우리 군과 일본 자위대는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수색·구조작전, 대해적작전 등 폭넓은 영역에서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다.

한일 군사협력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보지형의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양국이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미국의 세계전략과 부합한다.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를 내건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동북아 지역에서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자 한미일 3각 군사협력 강화를 추진해왔다.

미국이 한일 양국에 GSOMIA 체결을 압박한 것도 한미일 3국 미사일방어체계의 통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3국이 적 탄도미사일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면 요격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군사대국화 우려도

한일 양국이 GSOMIA 체결로 본격적인 군사협력의 길에 들어섰지만, 한국에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베 정부가 과거사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전쟁할 수 있는 일본' 건설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민감한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한반도 안보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본에 북한 핵·미사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자위대가 북한 위협을 빌미로 한반도에 진출하는 것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빠르게 증대함에 따라 일본은 유사시 한반도 지역에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작년 5월 나카타니 겐(中谷元) 당시 일본 방위상은 유사시 자위대가 북한 핵·미사일 기지를 선제타격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우리 정부는 한국의 동의 없이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이 자국 안보를 이유로 일방적인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국방부는 "GSOMIA는 국가간 군사정보 공유와 보호를 위한 기본 틀을 제공하는 것으로, 일본의 군사대국화,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지역 미사일방어체계 편입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며 "협정 체결이 이런 주장이나 우려에 대한 근거나 빌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도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허용하게 된다거나 동북아시아의 세력각축을 자극할 수 있다는 주장은 견강부회"라며 "국제사회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는데, 과거의 역사에 얽매어 일본과의 협력을 기피할 경우 오히려 일본의 군사대국화나 동북아시아 세력각축에서 한국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이전까지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등 19개국과 정부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독일과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 13개국과는 국방부 간 군사정보보호약정을 각각 체결하고 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도 군사정보보호약정을 체결했다.

국방부는 현재 중국을 비롯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페루, 몽골, 터키, 태국, 체코 등 8개국과 협정 체결을 추진 중이며, 독일과 인도네시아와는 약정을 협정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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