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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해수 칼럼] 우리는 꿈을 가져도 되는가
지해수 칼럼 기자
수정일 2016-11-10 18:33
등록일 2016-11-10 17:06

“당신이 어떤 꿈을 꾼다한들 아무도 불가능이라 말하지 못할 것이다”
지해수 칼럼니스트

[공감신문=지해수 칼럼니스트] 분당의 한 고등학교에 학기당 두 번씩 수업을 나갔었다. 얼마 전 올해, 그리고 2학기의 마지막 수업을 했다. 그 날 그 친구들에게 글을 어떻게 쓰고 이런 거 말고 앞으로 살면서 무엇이 더 중요한 지 이야기해 주었다. 나도 내 인생을 뭐 제대로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없고 그들보다 겨우 10년 정도 더 살았지만, 내가 느껴보기에 보편적으로 이런 걸 알아두면 좋더라는 것들을.

 

그러고 보니 곧 수능이다. 마지막으로 교문을 들어서던 날, 학교에 붙은 현수막을 보고 알았다. 시국이 이러하니 11월에 가장 큰 이벤트인 수능을 잊고 있었다. 수험생들은 얼마나 초조한 마음이 들까. 수험생, 겨우 4번 만났지만 날 선생님이라 부르던 아이들, 그리고 내 어린 시절 친구들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모두들 이때쯤 굉장히 현실적이 된다는 것. 나는 수업을 나갔을 때 아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었다.

“요즘에는 점수로 학과 결정하지?”

아이들은 당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내 주변에도 전공과 다른 일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

그 아이들에게 이 말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아마도 내가 엄청 당연한 이야기를 해서 진부하기 짝이 없다고 느꼈을지 모르겠다.

취업 자체가 꿈인, 안정적인 삶을 꿈꾸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왜 다른 꿈이 있는 것 같은데 취업이라고 거짓말 하는 것 같이 느껴지지? 왜 ‘내 꿈은 취업일거야’라고 자기 최면을 거는 것 같지? 왜 다들 니체가 말하는 수동적 허무주의에 빠진 것 같지? 그게 맞는 걸까? 그래, 그게 맞을 지도 몰라.

글쎄, 우리는 꿈을 가져도 되는가? 아니, 꿈이 없는 편이 행복한 길일 지도 모른다.

 

나는 어릴 적부터 꿈이 진짜 여러 가지였다. 그리고 그 중 하나인 작가가 되었다. 직업에 귀천이 있겠느냐만, 개인적인 가치관에서 돈을 아무리 많이 벌더라도 진부하게 다가오는 직업들은 별 매력이 없게 느껴졌다. 그리고 좀 폼 나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 난 허세가 좀 있다. 때문에 난 누군가에게 내 직업, 내가 하는 일을 말했을 때 꽤 멋져보여야 한다고 느꼈다. 예술가나 사업가, 학자가 좀 멋진 것 같았다. 다행히 나는 어릴 적부터 글을 좀 쓸 줄 알아서 얼른 이 직업을 감사하며 택했다.

 

그리고 20대 후반인 지금도 장래희망이 두 가지나 된다. 그것들에는 순서가 좀 있는데 하나는 라디오 DJ가 되는 것이다. 평소 음악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은 편이다. 실제로 나는 작사 활동도 조금씩 하고 있다. 또 나는 글을 쓸 줄 아니까 라디오 원고도 내가 만질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사람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것 역시 좋아하니 딱 적성에 맞지 않나!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면 라디오DJ가 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기 시작했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팟캐스트를 먼저 해보는 것인데, 팟캐스트에서는 저작권 때문에 음원을 마음대로 틀 수 없었다. 그러다가 아는 라디오PD오빠에게 이야기했더니 mbc라디오에서 새벽 시간 일일DJ를 하는 코너가 있었다! 재작년에 그 쪽 PD님을 소개받아 하루 진행을 했었는데.... 정말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그리고 몰랐던 사실인데, 내 목소리가 이어폰으로 듣기도 꽤 괜찮더라고! 아무튼 이 글을 보는 라디오 관계자 분들은 나중에라도 나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해 주시길.

 

또 하나, 내 장래희망은 좀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철학가가 되는 것이다. 아주 대단히 무언가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다. 난 그렇게 학구적인 사람도 아니고. 그저 차근차근 공부하고 경험들을 쌓으면서, 산다는 건 이런 모습도 있는 것 같지 않니? 라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거다. 이건 좀 나이가 많이 먹은 뒤에 되고 싶은 모습이다. 아마 노후에 철학적인 삶을 산다면 나와 내 주변이 조금 더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백지연 님과 필자 본인)

사실 지금의 글쓰는 일을 하면서 저 꿈들을 가지는 것은 두 개의 미련을 가지는 것이다. 어디 당장 돈을 모아 세계 일주를 가겠어, 와는 조금 다르다. 내가 꿈꾸는 두 가지의 꿈들은 지금의 일과 어느 정도의 연관성이 있으니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위험한 것이다. 근접해있기에, 이루지 못하면 그 미련이 더욱 진할 테니까.

 

커피 한 잔을 비운 다음에, 심박수를 키운 다음에, 한 숨을 쉼표처럼 찍고

다시 한밤중에 싸움을 해! 왜?

왜냐면 난 내가 내 꿈의 근처라도 가보고는 죽어야지 싶더라고!

I gotta live my life now, not later! (빈지노 <always awake> 중에서)

 

예전에 sbs <힐링캠프>에서 철학자 강신주 분의 강의가 생각난다. 그 중 청중으로 온 한 남자분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았다. 배우가 되기 위하여 서울로 올라왔는데 끝없이 도전할지 포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러자 강신주 분은 이렇게 말했었다.

“배우가 되고 싶은데 왜 포기하느냐. 꿈을 이루지 못하면 평생 배우 근처에서 배회하는 귀신같이 살 거다. 꿈을 아예 없애도 된다. 꿈을 꿔도 되지만 꿈을 꾸면 해야 한다. 꿈을 이루어져야만 한다.” 또, 그와 덧붙여서, 꿈을 갖는 건 무서운 저주, 라고 하셨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취업이 꿈이라는데 사실 그건 꿈이 아니라고. 현실을 은폐하기 위한 꿈이 있는가, 하면 진짜 꿈은 실천을 강요한다고 말이다. 그 말이 정답인 듯 했다!

 

실제로 우리는 많은 천재들이 요절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불의의 사고나 자살, 약물 중독 같은 경우도 있지만 아주 철저하게 오래 살다간 인물들이 있다. 그들은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아서, 내고 싶은 작품이 많아서 오히려 그들의 삶을 아주 규칙적으로 살았었다. 그들은 건강해야만 했다. 그래야 본인의 창작 욕구를 모두 방출해내고 죽을 수 있었을 테니. 난 이런 사람이었다, 내 작품은 이렇다! 온 세계에 증명하기 위하여 그들은 그들 스스로를 계획적이고 건강한 틀 안에 가둔 것이다. 물론 술이나 음식도 가려먹었고 적당한 운동을 했다. 오로지 창작 활동을 위하여! 대단한 열정의 천재들이 아닐 수 없다! 즐기기에 노력하고 있던 것이다. 그렇다, 꿈은 정말로 실천을 강요하나보다.

 

현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혹은 꿈보다는 안정적인 것에 가치를 둔다고 하는 삶의 방식도 물론 인정한다. 하지만 현실을 보아라.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고 한국에서는 대통령 위에 대통령이 있었다. 정말 한치 앞을 모르는 세상이다. 그런데 ‘안정’을 꽤 한다고? 당신 스스로 당신 인생을 계획 한다구? 그런 거창한 ‘꿈’을 꾸시다니. 맙소사, 우리는 아무것도 계획할 수 없다. 정말 한치 앞을 모르고 사는 거다. 당신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에 계획이 수정될 수 있는 그런 꿈. 그럴 바엔 차라리 ‘진짜 꿈’, ‘꿈같은 꿈’을 꾸자는 거다.

 

당신의 계획은 한 순간에 바뀌는 법 앞에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 대의정치 사회에서 당신이 뽑은 국회의원이 당신이 원하는 법안을 발의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반대로 왜 저런 법안을 발의하는 거지 불만을 가졌던 적은? 정치인들을 욕하려는 게 아니다. 매일 집 나가는 남편이 오늘 또 나간다고 매일 눈물지을 와이프는 없다. 투표율이 낮은 국민들의 잘못도 크다.

 

잘 사는 것과 열심히 산다는 것은 분명 다른 의미이다. 당신은 열심히 살아왔겠지만 잘 살고 있는가? 거기에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사람은 분명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주 조금 열심히 살았지만 마음 적으로는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경제적으로 잘 사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의 가치관은 다른 데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꿈에 가까워지며 살고 있다. 한가지의 꿈을 이뤘고, 진짜 꿈같은 꿈을 꾸기에 시국이 어떠하든, 어떤 법안이 발의되든 난 흔들리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우린 진짜 꿈을 꿔야 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꿈을.

 

일부러 위에서 좀 도발(?)해보려고 우린 꿈이 없어야 된다고 말했었다. 정정하자면, 현실을 은폐하기 위한 꿈이 없어져야 한다. 왜 전 국민의 꿈이 내 집 마련 아니면 세계일주일까. 분명 막상 해보니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왜 다들 세계일주가 꿈이라고 하느냐는 거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현실을 은폐하기 위한 꿈이기에 그렇다. 진짜 내가 무엇을 원하는 지, 그 꿈이 무엇인지, 그 꿈을 이루기위한 장애물은 뭐가 있는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셀러브리티가 세계 최강국의 대통령이 되고, 무속인이 대통령 위에 앉고, 호스트가 나랏일에 개입하는 세상이다. 지금 당신이 어떠한 꿈을 꾼다한들 거기에 아무도 불가능이라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게 우주정복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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