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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아메리카나⑤…반미주의 확산
김인영 기자 기자
수정일 2016-11-04 18:33
등록일 2016-11-04 15:49

미국이 군대를 동원해 전쟁을 확대할수록 반미 기류 강하게 대두

[공감신문 김인영 기자] 좌파 지식인들의 제국주의적 타깃은 글로벌라이제이션인데 비해 미국 보수파들의 아메리카 제국주의론자들은 초강대국의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국 보수세력의 대변지로 알려진 월스트리트 저널지의 논설위원 막스 부트(Max Boot)는 9·11 테러 직후 컬럼에서 “우리(미국)는 모든 나라들이 함께 하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제국(attractive empire)”이라고 설파했다.

또 워싱턴 포스트지의 컬럼니스트 세바스챤 맬러비(Sebastian Mallaby)가 포린 어페어스지(2002년 3~4월호)에 쓴 글에서 미국을 ‘인도주의적 제국’(humanitarian empire)이라고 규정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제국주의는 반드시 계획된 것은 아니다. 아메리카 식민지도 원래 영국의 종교 싸움이라는 의도하지 않은 부산물로 시작됐다. 영국 정치계급은 인도를 지배하는데 확신이 서있지 않았으나, 상업적 이해관계가 인도를 식민화하도록 이끌었다. 오늘날 미국은 ‘마지못해’ 제국주의(reluctant imperialism)가 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제국주의의 순간이 다가왔고, 미국은 자신의 힘에 의해 지도적 역할을 하지 않을수 없다. 문제는 미국이 유럽 제국주의가 종식한후 생겨난 공백을 메우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워싱턴이 이 임무를 인식한다면, 그 다음 대응은 명백해진다.”

 

보수주의자들은 과거 유럽 제국주의가 비인도적이라고 매도하며, 미국의 제국주의적 무력 사용은 악의 국가를 처벌하고, 독재자의 폭압에 신음하는 백성을 구해주는 인도적이며, 세계 평화를 기여하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자화자찬한다.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고,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여성을 해방했다고 자랑했으며, 사담 후세인을 몰아내는 명분으로 이라크 국민의 자유를 내세웠다.

주이란 미대사관을 이란 대학생이 점거한 날을 기념하는 '학생의 날' 행사가 3일 테헤란의 옛 미대사관 건물 앞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그러나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미국을 제국주의로 이끌고 싶고, 테러의 온상으로 지목하는 나라에 군사개입을 하고 싶어하지만 미국은 로마제국이나, 유럽 제국주의와 본질적으로 다른 측면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영국은 해외 식민지를 개척해 그곳에 해군을 주둔시켰다. 케이프타운, 홍콩, 싱가포르, 포클랜드등의 조그마한 섬이나 곶(cape, 串)을 점령한 것은 등대를 만들어 항해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해군의 주둔지 확보가 주요한 목적이었다. 미국은 그렇지 못하다. 본토 이외에 주둔하는 미군은 태평양 군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에 영지를 빌려 사용한다. 한국의 용산 미군기지는 임차료는 한푼도 내지 않지만, 땅주인은 분명 한국 땅이다.

둘째 2차대전 이후 식민주의가 저항을 받아 전세계 식민지가 거의 독립한 상태이기 때문에 미국이 주권국가에 대한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는 제한이 있다. 프랑스의 좌파 지식인 레이몽 아롱(Raymond Aron)은 일찍이 1973년에 쓴 저서 ‘제국주의 공화국(imperial republic)’에서 미국의 한계를 제시했다. 아롱은 “미국은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지배하는 제국주의적 파워를 가지고 있다”면서, “동시에 미국의 영향력 안에 있는 나라들이 주권을 갖고 있는 공화국이며, 미국도 역시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9·11 이후 미국은 제국주의적 성향을 강화했지만, 반대급부로 얻은 것은 전세계적인 반미주의 확산이다. 미국이 군대를 동원, 반테러 전쟁을 확대할수록 미국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기류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수천명의 시민이 죽은 비극을 당했기 때문에 테러 세력을 소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지나치게 무력을 사용하고, 자신의 나라의 이해를 무시한다는 생각한다.

9·11 이후 미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왜 그들은 미국을 싫어하나’라는 것이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다.

퓨 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2002년 7~10월에 외국인 3만8,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조사가능한 27개국중 22개 국가에서 2년 사이에 반미 정서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통적인 우방인 한국에서도 미국에 호의적인 응답이 53%로 2년전보다 5% 포인트 낮아졌다.

그러면 미국이 외국에서 미움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의 연간 국방비는 미국 이외의 전세계 연간 국방비를 합친 것보다 많고, 미국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유가증권의 시가총액이 미국 이외의 세계 유가증권 총량과 비슷하다. 과거에 파리가 문화와 유행의 중심지였으나, 지금은 뉴욕이 그 자리를 빼앗았다. 미국은 확실하게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세계 최강대국이고, 세계를 압도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세계적인 반미 주의 확산이 초강대국에 대한 시기와 질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이 자국의 이해를 달성하기 위해 압도적인 힘을 일방적으로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 국가의 이해를 누르고, 그 라 사람들을 무시한 결과로 반미 기류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반미 운동의 전세계적 확산은 미국의 힘이 과거 로마제국이나 대영제국보다 강하지만,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지 못한다는 한계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군사력 사용을 우선할 경우 상대방 국가와 주변 국가로부터 엄청난 저항에 부딪치게 된다.

2002년 미군 궤도차량에 치여 숨진 고(故) 신효순·심미선 양 14주기인 지난 6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한 참가자가 헌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2년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에서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 이후 반미 시위가 확산되었다. 미국은 법체계와 사고방식이 한국과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이 사건 초기부터 한국을 무시하면서 한국인들을 자극했다. 또 미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의 제한을 요구하며 북한을 압박하는 것도 민족 화해를 원하는 한국 사람들의 소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미국의 것을 좋아하고 미국과 우호관계를 원하지만, 오랜 역사과정에서 강한 민족적 자존심을 지켜왔다는 사실을 미국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어쩔수 없이 한국민들에게 세 차례나 사과했다. 반미 무풍지대로 알려졌던 한국에서마저 미국에 대한 비판이 국민적 차원에서 제기된 것은 슈퍼파워 미국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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