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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박지나 칼럼] 황혼의 성인용품에서 새벽의 리얼돌까지
박지나 칼럼 기자
수정일 2018-09-23 18:45
등록일 2018-09-23 21:10

▲ 인간 관계에 지친 남녀와 리얼돌의 얘기를 그린 유명 연극 ‘드레싱’ 中

[공감신문] 해외 여행 중 성인용품을 구매했다가 망신 당한 일화가 많다. 국내에서 정식으로 판매하고 있는 상품까지, 도대체 왜? 리얼돌은 더하다. 수입 자체가 불가한 상황이다. 공항 검색대의 대답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 결 같다. “미풍양속을 위배하는 음란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미풍양속이란 뭘까? 아름다울 미(美), 바람 풍(風), 어질 양(良) 그리고 풍속 속(俗). 어질고 아름다운 것이 세상에 전해지는 생활 습관. 뜻 한 번 기가 막힌다. 국어사전 역시 대개 ‘아름답고 좋은 풍속이나 기풍’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회는 ‘미풍양속 위배’에 대해 ‘아름답고 좋은 풍속을 어기는 행위’라 말하고 있다. 현대에는 성에 관련한 소재들, 주로 성인용품이나 여성의 신체적 노출 등에 초점을 맞춰놨다.

우리가 지난 수십 년간 성인용품을 합법적으로 소비하지 못했던 이유도, 당신이 매일 밤 야한 동영상을 보며 벌금이라도 물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해외 선진국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리얼돌의 국내 수입이 여전히 불가능한 이유도, 바로 이 미풍양속에 있다.

미묘하고 심오하도다.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 ‘미풍양속을 위배하는 것’에 대해. 리얼돌의 수입 불가에 대해.

성인용품이 불법일 때가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의 일이다. 미풍양속을 위배한 음란물 취급이었다. 나 혼자 방구석에서 성인용품을 쓰겠다는데, 왜 이것 갖고 난리야?

2003년 여성 성인용품이, 2014년 남성용 성인용품이 합법화됐다. “성적 흥분이나 만족을 위해 성기를 재현했다는 것만으로 음란물이라 단정할 수 없다. 성적 자기 결정권 또는 행복추구권 측면에서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당시 재판부의 판시는 이러했다. 하지만 리얼돌에 한해서는 여전히 수입 불가다. 이건 또 미풍양속을 해친단다.

대략 감이 온다. 미풍양속이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성향, 시대가 바라는 방향 등에 따라 바뀌는 갈대 같은 녀석이다. 언제는 불법, 언제는 합법, 종 잡을 수가 없다.

아니, 왜 우리와 평생을 함께할 성생활이 미풍양속에 속하지 못한 건가. 아름다운 풍속이나 생활 습관을 위배하는 거라니. 게다가 성인용품인 리얼돌은 방구석에서 혼자 쓰는 거라고!

▲ 상하이 성 박람회에 전시된 리얼돌. 중국은 리얼돌 산업의 선두에 있다 <사진 제공=바나나몰>

급성장하는 시장 규모, 우리는 언제까지 외면할 거야?

떠오르는 경제 시장 중국. 중국은 인간의 성 라이프에 초점을 맞춘 사업도 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분야가 바로 ‘리얼돌’이다.

중국의 리얼돌 제작사 엑스돌은 ‘샤오디’라 불리는 인공지능 탑재(A.I) 리얼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엑스돌은 이번 인공지능 탑재 리얼돌을 통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첨단 성인 기술 산업(SEX TECH)의 선두에 나서길 원하고 있다.

선진국형 진보의 산실이라 불리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오스트리아 린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기술 박람회에서 선보인 인공지능 탑재 리얼돌 ‘사만다’는 영국 등 유럽의 첨단 기술이 동원된 기기였다.

예술의 중심지 파리,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는 리얼돌을 체험할 수 있는 영업소가 존재한다. 그 외 리얼돌 산업에서 뗄 수 없는 미국, 일본 등 기존 강국은 여전히 사람과 흡사한 형태의 리얼돌 제작을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리얼돌 시장의 규모는 날로 성장 중이다. 기술의 진보 역시 굉장히 빠르다. 일본에서 사람과 흡사한 형태의 고급 리얼돌이 본격적으로 취급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시장 규모가 0.5조 달러를 넘었다. 최근 성장 추이를 보면 1도 달러 도달이 오래 걸릴 거 같지 않다.

여성을 위한 리얼돌 제작 역시 늘어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선 여성을 위한 남성형 리얼돌이 일부 판매되고 있다. 이 역시 단순한 리얼돌을 넘어 인공지능을 탑재하거나 온열 효과를 넣는 등의 시도가 진행 중이다.

해외는 인간과 쏙 닮은 리얼돌을 넘어, 인공지능이 탑재된 리얼돌과 섹스 로봇까지 나오며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일반 리얼돌의 수입조차 불가다. 미풍양속이란 이름을 가진 이 고약한 녀석은, 우리나라를 떠날 생각이 없다.

▲ 바나나몰이 합법적으로 판매하는 ‘하반신 리얼돌’의 모습. 전신 리얼돌은 여전히 수입 불가다.

꼴 보기 싫다는 이유로 뭔가를, 누군가를 죄인 취급할 순 없으니까

리얼돌은 특정 성별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같은 성별 갈등의 문제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 남성용 리얼돌도, 여성용 리얼돌도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단순히 성욕해소의 기능을 넘어 폐경기에 있는 여성이나 우울증을 가진 여성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기도 한다.

법원은 성인용품의 합법을 인정했고, 간통을 폐지했다. 개개인의 행복을 위한 판결이라는 논리였다. 리얼돌도 마찬가지다. 이는 개개인의 권리에 대한 문제다. 리얼돌 쓰는 이가 아무리 꼴 보기 싫다고 해도, 나와는 생각이 다르다고 해도, 그것 또한 그 사람의 자유다.

무조건 막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개인의 성문화를 존중하는 세계 많은 선진국이 미래 시장 가치를 지닌 리얼돌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이 기술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연구한다.

영미권에선 높은 이혼율을 이유로 리얼돌 산업의 긍정적인 측면을 말하고 있다. 미국은 53%의 이혼율을 가진 나라다. 재혼 이혼율은 60%를 넘는다. 중국은 1자녀 정책에 의해 남녀 성비 불균형 완화를 꼽고, 유럽의 몇몇 국가는 장애인, 노인 등 성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의 일환으로 보기도 한다.

우리는 왜 리얼돌 수입을 불허하고 있는지? 왜 우리나라는 리얼돌을 사용할 수 없는지? “미풍양속 위반입니다” 수십 년 전에 나오던 응대 매뉴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려야 한다고 했다. 나라님들이 개인의 성적 권리를 쥐어짜고 막아대도 동영상 시드는 언제나 있어왔고, 성 인식은 진보했으며, 성문화는 개방되어 왔다.

동 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이란다. 암만 막아도 아침은 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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