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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라메드] 서교동의 밤 “살짝 취해 내려 본 밤거리 같은 음악”
[공감신문 라메드] 도시의 밤. 사랑과 이별, 기쁨과 슬픔이 혼재되어 수만 가지의 이야기가 생겨났다 잊히는 밤. 복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오른 언덕. 보랏빛과 푸른빛이 혼재된 밤하늘 가까이에서, 살짝 취해 내려 본 밤거리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고요하기만 하다. 도시의 밤을 녹여 몽환적이고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드는 ‘서교동의 밤’의 음악이 어울리는 순간이다.“칵테일 같은 느낌의 음악이에요. 종류가 많고 맛도 다양하잖아요. 살짝 취하기도 하고. 유행을 만드는 느낌이지만, 주류처럼 가려고 하지는 않는 거 같아요” - 서교동의 밤 프로듀서 크루 ‘서교동의 밤’은 지난해 싱글 <Walking in the Moonlight> <럭키스타(Lucky Star)>에 이어 최근에 선보인 <Hug You>까지. 특유의 풍부하고 몽환적인 사운드로 팬층을 넓혀왔다. ‘서교동의 밤’의 노래는 세련미를 갖추면서도 지나치게 유행적이지 않다. 자신만의 음악적인 섬을 만들고 싶다는 ‘서교동의 밤’을 만났다.1. 소개 부탁합니다.D(김재환): 안녕하세요. 저희는 인디크루로, ‘서교동의 밤’은 곡 작업을 하는 프로듀서들의 모임이에요. 모여서 다양한 장르의 곡을 쓰고 작사, 작곡, 연주, 녹음 등 모든 것을 한꺼번에 저희가 다 알아서 하는 모임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2. 서교동의 밤,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는지?B(양태경): 저희가 서교동에서 공연을 많이 했는데,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프로듀서A’라는 분이 우리가 연주만 할 것이 아니라, 모여서 함께 곡을 써보자고 하면서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서교동의 밤’이라는 팀명이 정해졌어요. 그때가 2년 전이지요.3. 프로듀서의 이름을 A, B, C, D 알파벳으로 붙인 이유는?D(김재환): 저희 팀 프로듀서들은 본래 알고 지내던 선·후배 사이였어요. 그러다 함께 작업하면서 공동 창작물에 대해 더 애정을 갖자는 의미에서 개인의 이름을 쓰지 않고 공동의 이름을 나눠 쓰기 시작한 거지요. 처음에 1, 2, 3, 4로 붙일까 하다가 좀 이상한 거 같아서, 자연스럽게 A, B, C, D라고 붙이게 되었어요.4. ‘서교동의 밤’ 이름이 특이한데, 이 밴드 이름도 만만치 않다고 느끼는 밴드가 있는지?다원: ‘무키무키만만수’라고 음악도 특이한데 이름도 특이하신 거 같아요.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9와 숫자들’ 역시 이름이 특이해요.5. 객원 싱어를 영입할 때의 기준과 다원 씨의 영입 계기는?B(양태경): 원래는 저희가 얼굴을 보고 뽑는데(웃음). 다원 씨는 의외로 노래를 너무 잘해서. 매력이 있지요.D(김재환): ‘서교동의 밤’ 이름으로 결과물을 내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예요. 그때는 다양한 장르였어요. 발라드도 해보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해보자고 했었지요. 그러다 다원 씨랑 <Walking in the Moonlight>이라는 곡을 녹음하는데 너무 잘 맞는 거예요. 이러한 색채의 음악이 사람들이 말하는 ‘힙’하다는 장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요. 우연히 작업했다가 덥석 잡은 경우에요.다원: <밤 공기>를 먼저 했잖아요.D(김재환): 어, 그랬네? <밤 공기>와 <Walking in the Moonlight> 두 곡을 작업하고 다원 씨는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지요.6. ‘서교동의 밤’ 결성 전에는 무엇을 하셨나요?다원: 저는 실용음악과 학생이었어요. 지금도 학생이고요. 저는 본격적으로 음악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어요.B(양태경): 저는 대학교에서 학생들 음악을 가르치고 연주도 나가고 했어요.D(김재환): 저도 마찬가지예요. 대학교 강의를 나갔죠. 저희는 모두 음악이 전업인 사람들이에요.7. 가수 ‘박정현’ 씨를 비롯해 여러 인디밴드가 속해있는 ‘문화인’(文化人, 서교동의 밤 소속사)은 어떤 성격의 기획사인가?D(김재환): 인디 쪽 뮤지션들이 많은데요, 아직 널리 알려지지 못 한 음악을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의외로 좋은 결과도 있고 해서 보람 있는 일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8. 서교동의 밤이 추구하는 음악은?B(양태경): ‘힙’하면서 오래 갈 수 있는 음악이요. 계속 노력하면 된다고 보거든요.다원: 유행을 만드는 느낌이지만, 주류처럼 가려고 하지는 않는 거 같아요.D(김재환): 옆에 또 다른 섬이 있는 느낌으로. 여기도 놀러 오세요. 그런. 우리만의 영역이 있는 음악이요.9. ‘서교동의 밤’의 음악에는 ‘몽환적이다’ ‘달달하다’ ‘고독하다’ 등의 수식어가 붙는데, 창작자 본인이 생각하는 비유나 수식어가 있는지?다원: 음식에 비유하자면, 칵테일 같은 느낌. 칵테일은 종류가 많고 맛도 다양하잖아요.D(김재환): 살짝 취하기도 하고. 아주 살짝.10. 음악적인 영감을 받는 방법이나 창작의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D(김재환): 보통 어떤 감정이 벅차서 그거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될 것들을 음악이나 예술품으로 만들잖아요. 그런데 실제 그런 경우는 굉장히 극소수고요. ‘만들어야지’ 결심하고 만들 때가 더 많지요. 뿜어져 나올 때 만들면 더 자연스럽기는 한데, 세상일이 다 그렇지는 않잖아요.‘오늘 어떤 걸 쓰지?’ 하면서 현재 나에게 가장 영향을 준 게 뭐일까를 생각하고 결심해서 자연스럽게 써지는 일과 쥐어 짜내는 일이 공존하는 거 같아요. 그렇게 해서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은데, 안될 때도 많지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기도 하지요.11.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느껴질 때가 있으세요?다원: 친구가 ‘내 친구가 네 노래 좋아한다’고 할 때요.D(김재환): 우리 친구는 나인지 몰라. B도 모르지?B(양태경): 모르지.12. 서교동의 음악을 좋아하시는 팬층은?다원: 보통은 여자분들이 많으신 거 같고. 갈등 속에 계신 분들이 많아요. 왜냐면 알려졌으면 좋겠으면서도 안 알려졌으면 좋겠는 거예요.D(김재환): 그치, 나만 알고 싶은? 좀 그런 느낌이 있지요.13. ‘서교동의 밤’ 음악 중 추천하고 싶은 곡은?다원: <Walking in the Moonlight>이라는 곡이 가장 유명하니까, ‘서교동의 밤’ 입문으로 추천해요. 개인적으로는 <Day>라는 곡이 요즘 계속 맴돌아요.D(김재환): <City Blow>라는 곡이 있는데, 최근에 나온 <City Girl City Boy>라는 곡과 함께 도회적인 느낌이 들지만, 굉장히 외로워지기도 해요. ‘어떻게 이런 느낌을 담았지’하는 생각을 하곤 해요.B(양태경): 저는 <눈치>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들을수록 좋더라고요. 이것도 다원 씨가 부른 거지요?D(김재환): 우린 다원 씨에게 사로잡혔네.14. 뮤직비디오 톤과 정서가 독특하다. 제작은 어떻게 이뤄지나?D(김재환): 요즘은 음악이 가지는 톤과 색깔이 음악 자체라고 생각하고요. 테크닉이나 가창력보다는 음악이 주는 질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바스락거린다든지, 매끈하다든지 그런 건데. 그래서 우리 영상을 도와주시는 분들과도 그런 질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15. 프로듀서들이 익명을 쓰지만, 음악 외에도 각자의 재능을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을 거 같다.D(김재환): 태경 씨, 카메라 욕심 있어요?B(양태경): 아니요. 저는 없어요. 조용히 있을수록 편해지고.D(김재환): 프로듀서들이 다들 연주자들이에요. 그래서 보컬 뒤에서 받쳐줄 때가 대부분이고 뒤에 있는 게 편해요. 다원 씨가 앞에 있어줘서 참 고마워요.다원: 그래도 개그 욕심 있으시지 않으세요?D(김재환): 개그 욕심은 있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목소리만 나오는 개그.B(양태경): 얼굴이 알려지는 건 싫지만, 이름이 알려지는 건 좋아요.D(김재환): 어, 그래요?16. 서교동은 멤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인가?다원: 저는 음악 관련 고등학교에서 일 년을 지냈거든요. 그때 홍대에 합주를 많이 나온 게 기억에 남아요. 재수할 때도 근처 연습실 왔다 갔다 하고.B(양태경): 저는 이십 대를 홍대, 서교동에서 다 보내서, 그냥 동네 같은 느낌.D(김재환): 음악 하는 사람이면 마찬가지겠지만, 주로 이 동네에서 자고 먹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모든 걸 다 했지요. <City Girl City Boy>라는 곡에도 그런 내용이 담겨있거든요. 그래서 서교동은 저희한테 친숙하면서도 외로운 곳이에요. 동시에 여러 가지 감정이 녹아있어 특별한 곳이 아닐까 싶어요.17. 밤에는 주로 무엇을 하세요?B(양태경): 밤에는 자지요(웃음). 곡 쓸 때도 있고 술 마실 때도 있지만, 특별한 건 없어요.D(김재환): 저희는 해 떴을 때 작업해요. 술 안 먹고 깔끔하게. 그럼 왜 서교동의 밤이지?다원: 낮에 만드는 밤에 듣기 좋은 음악.18. 오늘 밤 클럽 ‘에반스’에서 모임이 있다고 하던데, 술자리를 종종 가지는지? 특이한 술버릇이 있는 멤버가 있다면?D(김재환): 녹음작업이 끝나고 저희끼리 작게 쫑파티를 가지는데요. 자주 있는 건 아니에요. 저는 술을 못 하지만 꼭 참석은 하고요. 누가 술버릇이 좀 재밌더라?B(양태경): 저는 술 마시면 프로듀서A랑 맨날 싸워요. 제가 취하면 점점 우기거든요.다원: 진짜 웃겨요. 저도 술은 잘 못 먹는데, 술을 마시면 웃음이 많아지는 거 같아요.19. ‘서교동의 밤’이 잘 가는 장소를 소개한다면?D(김재환): 서교동은 구석구석 많이 아는데요. 요즘은 서교동 주변까지 많이 퍼져나갔어요.다원: 저는 연남동의 닭발집이요. 원래 닭발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그 집 가고 나서부터 닭발이 좋아졌어요.B(양태경): 저는 서교가든. 돼지갈비가 아주 맛있는데. 밖에서도 먹을 수 있고.다원: 그 주변에 맛있는데 정말 많아요. 부대찌개, 김치찌개도 맛있고 디저트 카페에... 다 알려드리고 싶다. 위치까지 자세하게.20. 음원 외에 ‘서교동의 밤’을 좀 더 가까이서 만나려면?D(김재환): 가까운 시일 내에 클럽 공연도 잡혀있고요. 저희를 검색하시면 페스티벌 참가 일정 등이 나와요. 공연에 오시면 음원과는 또 다른 면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21. 어떤 뮤지션으로 기억되고 싶은지?B(양태경): 기억에 남는 뮤지션으로 남고 싶네요(웃음). 사운드적인 면을 더 연구해서 모던하고 트렌디하고 멋있는 사운드를 선보여서, 사운드만 딱 들어도 ‘서교동의 밤’이구나 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D(김재환): 요즘은 유튜브도 있고 하니까, 국경이 없잖아요. 저희 영상의 댓글을 봐도 터키,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정말 구분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가사를 못 알아듣더라도 다원 씨의 음성과 사운드만으로 마음이 느껴지는 ‘국경 없는’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다원: 스타일에 제한을 두지 않고 어디에 갖다 놓아도 어울리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22.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다원: 저희 새 싱글 <Hug You> 많이 사랑해주세요. 새로운 분위기의 곡이라 걱정도 많았는데, 다행히 많은 분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B(양태경): 저희의 노래를 들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곡을 써야지요. 계속 지켜봐 주시면 계속 더 좋은 곡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D(김재환): 저는 짧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11-12 18:47
김수석 기자
[공감신문 라메드] 허승범 사진작가 “우주와 별을 닮아가는 과정, 투명의 존재를 찍다”
[공감신문 라메드] 정적의 시간. 나아가고자 하지만 멈춰야 했던 시간들. 시들 운명을 앞두고도 활짝 피어나기를 주저하지 않는 꽃처럼, 사그라질 것을 알면서도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고찰. 우주와 별을 닮기를 원했던 사소한 것들에 대해.허승범 작가의 사진은 정적이지만, 사라지기 직전의 아름다운 찰나들을 담고 있다. 나뭇가지에 걸쳐있는 얼음, 깨진 달걀 틈으로 새어 나오는 흰자, 공중에 던져진 유리병, 시들어가는 꽃... 곧 사라질 존재. 투명하게 기억될 존재들에게 살아있었음을 증명하는 사진들. 예술가가 아닌 적이 없지만, 예술가로 인정받기에는 힘든 시간. 청춘의 고뇌가 스며든 그의 시간은 별을 닮았다.예술가가 아닌 적이 없다허승범 작가가 처음 잡은 사진기는 외할아버지가 물려준 낡은 니콘 fm2 필름카메라였다. 그의 외할어버지는 사진작가는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사진 찍는 것을 사랑했고 어디를 가나 허 작가를 사진기에 담아주었다. 이후 허 작가는 미국 시카고 예술대학 건축과에 입학했고 2학년 때 사진과로 전과했다. 다소 늦은 시작이었지만, 그는 외할아버지의 사진기를 떠올렸다.“저는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며 ‘예술가’의 긍지를 잃지 않도록 교육받았어요. 대학에서도 우리의 작품에 점수를 매기지 않았지요. 예술가의 창작물을 점수로 평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어요.”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온 허 작가는 ‘예술가의 긍지’에 대한 의심과 저항에 부딪혀야 했다. 자신을 ‘예술가’나 ‘사진작가’라고 소개하면,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나온 적이 있는지, 대표작품은 무엇이고 얼마에 팔렸는지에 대한 질문이 돌아왔다. 일부 사람들은 세상물정 모르는 젊은 작가지망생의 객기로 치부하며 대놓고 무시와 조롱하기도 했다.“예술가가 꼭 피카소나 반 고흐는 아니잖아요. 누구나 예술적인 마인드가 있는 거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게 예술이라고 시작해요. 그래서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고 그건 의지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허 작가는 예술가에 대한 기준을 테크닉적인 것보다는 진실성과 순수성에서 찾는다. 예를 들어 쓰레기로 작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소재를 쓰레기장에서 주워오지 않고 일부러 쓰레기를 만들어서 만든다면 좀 더 그럴듯한 작품이 될 수는 있겠지만, 진실성에 오류가 생기는 것과 같다. 그래서 허 작가의 예술적 고민은 진실성을 지키면서 예술적인 표현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상업과 예술의 경계허 작가는 예술작가로 시작했지만, 현실적인 벽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단순히 예술가에 대한 세상의 편견이 아니었다. 그것보다 더 큰 장벽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무시할 수도, 자신의 신념만으로 싸워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작가로서 꾸준히 습작하려 해도 장비, 인쇄, 출장, 모델비 등 제작비의 한계에 부딪혀 생각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렇게 힘들게 찍은 사진도 판매가 쉽지 않았고 팔리더라도 제작비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죠.”게르하르트 리히터. 전후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그는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예술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그는 사진이 갖는 현실 요소에 붓질로 얻어지는 추상적 요소를 합해 새로운 회화 양식을 선보였다.“게르하르트 리히터처럼 다양한 영역을 접목해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이 있어요. 이런 새로운 시도를 통해 예술의 경계가 넓어지고 풍부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다음 전시회에는 사진뿐만 아니라 설치나 미디어아트도 접목하고 관객 참여 부분도 고려할 예정이에요.”우주에게 배우다허승범 작가는 근육이 굳고 빠지는 희귀병으로 4년여 간의 투병 생활을 했다. 목발에 의지해서 생활해야 할 만큼 상태가 안 좋을 때도 있었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명확한 병명을 알 수 없이 상태가 계속 안 좋아질 거라는 두려움이었다. 현재는 병세가 많이 호전되었지만, 투병의 생활 속에서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은 몸을 회복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힘이 들 때, 우주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많이 봤어요. 저에게 있어 가장 많은 영감과 예술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준 사람은 <코스모스>의 저자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에요. 그의 저서를 읽으며 인간과 우주의 별은 태생적으로 닮은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식이 부모를 닮아가듯, 사람도 우주를 닮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런 생각들이 ‘투명의 존재’ 전시회를 준비하는 모티브가 되었어요.”허 작가는 올해 봄에 2번의 전시회를 가졌다. 폐업한 니트 공장과 중국집에서 열린 그의 전시회는 독특한 전시 공간과 함께 작품의 주제 면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작은 시작이었지만 의미 있는 시작이었고 그가 세상에 내민 화해의 손길이었다.“‘투명의 존재’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은 저를 치유해가는 과정이기도 했어요. 투병 생활을 하며 몸이 아픈 것 이상으로 마음에도 상처가 깊었는데, 전시회를 준비하며 인간은 고통마저도 더 의미 있는 것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은 마음에 전시회를 열었어요.”예술가들의 공동체허승범 작가는 ‘바운드(BOUND)’라는 예술 단체를 구성하고, 이에 대한 후원과 전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운드는 현실적인 벽에 막혀 활로를 찾지 못하는 예술가들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 습작과 판매를 연결하는 유통 시스템을 만들려 한다.“‘바운드(Bound)’는 ‘~할 가능성이 있는’이라는 뜻인데, 가능성을 가진 예술가들이 그 가능성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갈 예정이에요. 현재 바운드와 함께하는 분들 역시 음악, 영상, 무용, 조형, 설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분들이세요. 다양한 분야의 이들이 뭉쳐서 융합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바운드는 허승범 작가의 창작 공간인 성수동의 ‘라운드테이블’ 스튜디오에서 주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이들은 내년도 전시 기획을 논의하며 다양한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는다. 이들은 예술이 ‘예술’이라는 미명 하에 독단의 공간에 갇혀있기를 원하지 않는다. 대중과 소통하며 효용성을 인정받는 ‘쓸모 있는’ 예술이 되고자 한다.“제가 힘들 때 친구가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해줬는데, 흔한 말일 수 있지만, 당시의 저에게는 큰 힘이 되었어요. 이 말의 가치를 저처럼 예술과 생계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예술가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2018-11-12 18:47
김수석 기자
[공감신문 라메드] 백윤아 작가 "자유를 소망한 물고기가 꾸는 꿈"
[공감신문 라메드] 미술가가 꾸는 몽상의 끝. 내가 물고기의 꿈을 꾸는 것일까. 물고기가 나의 꿈을 꾸는 것일까. 해담(해를 담다)이라는 호처럼 하늘을 유영하는 물고기는 저 태양에 닿을 수 있을까.“우연히 바라본 하늘은 맑고 파랬다. 날고 싶었다. 어항 속 물고기는 모든 무게로부터 자유로운 듯 그 안을 유영하고 있었다” - 백윤아 <작가노트> 中해담 백윤아 작가는 감정의 방에 갇혔을 당시, 물고기라는 문을 통해 세상을 봤다. 숨을 쉬듯 당연한 자유의 갈망으로. 그렇게 괴로움이 자신의 의지가 되고 외로움과 공생하는 방법을 배워나갔을 때 물고기마저 풀어놓았다. 이제 빈 어항에 그녀 자신을 채울 차례다.자유를 향한 갈망백윤아 작가는 중학교 때부터 패션디자인을 공부했다. 그리고 파리 의상조합(ECSCP)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백 작가는 좀 더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를 캔버스에 옮기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몇 날 며칠 동안 그림만 그리는 것에 열중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결석 일수가 쌓이고 학사 경고를 받는 등 대학 생활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백 작가는 결국 파리에서의 대학 생활을 잠시 미루고 예술적인 갈망을 안은 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중학교 때부터 패션다자인만 공부했는데, 스무 살이 되어서야 다른 친구들이 하는 순수미술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어요. 지금 돌아보면 늦은 시작이 아니었지만, 그때는 내면적인 갈등이 많은 시기였어요. 진로에 대한 갈등이 삶 전반에 대한 생각들로 연결되면서 답답했고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백 작가는 스무 살 청춘의 과도기에 우울의 바닥에 갇혀 있었다. 그 답답함 속에서 백 작가는 우연히 물고기가 헤엄치는 사진 한 장을 보게 된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도 아닌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흔한 이미지였다.“저한테는 그 사진 속의 물고기가 하늘을 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사람은 하늘을 날 수 없지만, 물고기처럼 헤엄칠 수는 있자나요. 그때부터 물고기가 자유에 대한 매개체가 되었고 물고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하늘을 나는 물고기그 후 백윤아 작가는 물고기 그림에 전념했다. 미국 뉴욕 파슨스 미술대학교에 입학해 순수미술을 전공했고 재학시절 첫 단체전을 열었다. 그로부터 10여 년간 국내외 기관 및 갤러리, 아트페어에서 활발하게 작업을 선보였다.2016년에 소개한 ‘낙원’ 시리즈로 ‘물고기 작가’라고 불리며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작품 중 일부는 국회의사당 의원실에 보관되었고 그녀의 그림이 그려진 다양한 아트상품도 출시됐다. 2017년 ‘대한민국 창조 문화예술대상’에서 특별상을, ‘세계 문화예술 교류 대상’에서 대상을 받으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갔다.“이십 대 초반에 패션디자인에서 순수미술로 전향하면서 동년배 친구들에 비해 늦었다는 생각을 했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늦은 건 없는 거 같아요. 그림을 그리면서 잠시 쉰 기간도 있었지만, 그 시간 속에서 제가 분명 얻은 게 있을 거고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상황과 고민의 무게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말도 조언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답을 찾으려하기보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물고기를 놓아주다백윤아 작가는 올해부터 물고기가 아닌 추상화를 그리고 있다. 올해 봄, 서울 서초구의 ‘이상아트스페이스’에서 ‘흐림’ 시리즈를 포함한 총 15점의 회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전시의 타이틀인 ‘흐름 FLOW’의 뜻대로 그날의 기분과 느낌에 따라 작업된 그림이었다.각각의 작품에서 보이는 흐름도 유의미하지만, 작품들을 나란히 배치했을 때 보이는 큰 흐름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전의 ‘물고기’ 그림과는 다른 작업 형태와 느낌의 그림들이었지만, 그녀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삶의 과정이었다.“자유로워지고 싶어서 그린 물고기가 또 다른 족쇄가 되었어요. ‘물고기 작가’라는 호칭이 붙고 마치 저는 물고기만 그리는 작가처럼 인식되고 있었어요. 제 안에는 새롭고 다양한 것을 표현하고 싶은 열정이 가득한데요. 그래서 물고기를 이제 놓아보자고 결심했어요.”백 작가는 추상화 작업을 하며 전체적인 색의 비례 등을 많이 생각하지만, 최대한 감정과 본능에 따라 그리려 한다. 최근에는 캐주얼 풋웨어 브랜드 크록스(crocs)와의 아티스트 콜라보 작업에 참여하는 등 작품 활동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처음 그림을 그릴 때부터 소망한 것인데, 감정의 전달과 소통이 잘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제 그림은 제가 살아가는 인생에 대한 질문과 같아요. 밥을 먹는 거처럼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에요. 행복을 찾아가는 게 인생인 거 같고 그림은 그 길을 찾는 도구에요.”
2018-11-12 18:47
김수석 기자
[공감신문 라메드] 신혜미 스트리트 아티스트 “벽, 끝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 이어지는 통로”
[공감신문 라메드] 살다보면 누구나 벽에 부딪힌다. 그 벽이 누군가에는 끝이고 절망이지만, 또 누군가에는 시작이고 희망이다. 일상과 꿈의 갈등 속에서 어느 쪽을 선택한다 한들 잘못된 선택은 아니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벽에 직면했을 때 그곳에 또 다른 문을 그려 넣을 수 있는 용기와 낙천성이다.그라피티라는 말이 더 익숙한 스트리트 아트(거리 미술)는 쉽게 말해 벽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다. 저항의 문화로 비쳐 괄시받던 때도 있었지만, 좀 더 정제된 방식으로 나아가 하나의 공간 예술이자 문화로 자리 잡았다.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서울 종로구 이화마을, 서울 서대문구 개미마을, 부산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경상남도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등 역사적인 상처를 간직한 곳에 오색 반창고를 붙여주듯 벽화가 칠해졌다. 이러한 벽화들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SNS 채널이 생활 깊숙이 들어오면서 여행 명소가 되고 있다.2평짜리 여관이 우주 공간으로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입구의 해담하우스. 철거 위기에 놓인 여관 건물을 열린 아트 갤러리로 변모시킨 이곳에 개성 강한 아티스트들이 힘을 합했다. 장르도 사진, 회화, 음악, 시, 설치, 퍼포먼스 등 가지각색. 총 3층의 공간에서 다양한 예술 작품과 공연을 접할 수 있다. 그곳 1층의 2평 남짓한 방 하나에 스트리트 아티스트 신혜미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신 작가는 그 공간을 우주정거장으로 만들었다.“굉장히 좁은 방이기에 방에 들어섰을 때 다른 공간 안에 들어온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최근에 우주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는데, 그것에 영감 받아서 우주정거장 내부를 표현해봤어요. 그 안에서 뛰노는 캐릭터들, 우주선 내부와 창문. 각종 기계를 그렸어요.”스트리트 아트의 세계신혜미 작가는 대학에서 주얼리 디자인을 전공했다. 이후 작은 회사에 취업해 2~3년간 회사생활을 했다. 하지만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퇴사하고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했다.“퇴사하고 혼자 미국으로 여행을 갔어요.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 모마(MoMA) 전시관을 갔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당시는 그림을 그리겠다는 생각도 못 하던 때였는데, 매일 그곳에 가서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면서 언젠가 저곳에 내 그림도 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한 거 같아요.”월급 나오는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의 길로 접어든 것이니, 처음에는 집안의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신 작가는 자신의 활동 사항과 그림을 가족에게 보여주며 조금씩 설득해 나갔다. 그러나 전북 전주의 고향집에서 내려와 혼자 생계를 책임지려니 역시나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큰 문제였다.아르바이트와 소소한 디자인 작업 의뢰를 받아서 생활했고 끼니를 거르거나 라면으로 때울 때가 많았다. 지금은 어느 정도 작품이 알려져 생계 걱정을 덜기는 했지만, 일이 없을 때는 3개월씩 쉬어야 할 때도 있다.“솔직히 잘된다는 확신은 없었어요. 그냥 좋아서 시작한 거고. 재정적으로 안정돼서 여행지에서 그림 그리고 현지의 아티스트들과 교류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더라도 어떤 상황에서든지 항상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신 작가는 스트리트 아티스트로 활동하기 위해 스스로 홍보하는 방법을 익혀갔다. 드로잉할 때마다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올리고 국내외 매거진 및 포트폴리오 사이트 등 자신의 그림을 소개할 수 있는 모든 곳에 포트폴리오를 보냈다.그러던 중 네덜란드의 일러스트 작가가 신 작가에게 연락을 해왔고, 그 인연이 발전되어 한국의 작가들과도 친분이 두터워지고 자그마한 전시회도 열게 됐다.“그런 노력을 통해서 제 그림이 매거진에 실리기도 하고 일도 조금씩 들어왔어요. 2년 전 지인의 소개로 2평 남짓한 방 두 곳을 대여해 전시회를 열었는데, 한 곳에는 그림을 액자로 엮어 10여 점을 소개하고 다른 방은 벽면에 그림을 그렸어요. 바닥을 제외하고 천장과 문까지 그림으로 채웠죠. 그게 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의 시작점이 된 거 같아요.”벽을 통해 길을 보다현재 전문적인 스트리트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작가는 스무 명 남짓. 야외작업이 많다보니 체력적으로 고되고 특히 여름, 겨울에 극한의 환경 속에서 작업하는 경우도 많아 현장에서 여자 작가를 찾아보기 어렵다.스트리트 아트하면 떠오르게 되는 남성적이고 거친 느낌에 비해 신 작가의 그림은 누구나 받아들이기 쉬운 정겨움과 친숙함이 있다. 그래서 신 작가의 그림은 다양한 연령층에 사랑받고 신 작가의 아트상품 역시 인기를 얻고 있다.“저는 일러스트로 처음 습작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정크하우스’라는 스트리트 아티스트분의 작품을 보고 제 일러스트를 벽에 옮기는 작업을 해봤어요. 지금은 일러스트 작업과 스트리트 아트를 병행해서 하고 있어요.”신 작가의 작품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모바일 전략 게임 ‘클래시 로얄’ ‘삼성병원’ ‘SK 와이번스’ 등 브랜드 홍보와 연계해 기업 및 공공기관과의 콜라보도 늘고 있다. 신 작가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부산. 부산 아트 페어 벽화 작업에 참여했고 온천장, 부산대길 등 산책로에 신 작가의 그림이 그려있다.서울에서는 성수동과 을지로 조명거리에서 신 작가의 그림을 만나볼 수 있으며 동두천 보산동 공공미술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해외에서는 홍콩 ‘Hkwall Streetart Fastival’에 초대받아 그린 신 작가의 그림이 남아있다. 그 외에 올해 열린 베이징 언더그라운드 페스티벌 등 다양한 문화행사에도 초청받아 그림을 그리고 있다.“최근에 중국 베이징을 다녀왔는데, 홍콩에서 오신 그라피티 아티스트분이 제가 그리는 그림을 보고는 홍콩에서도 그리지 않았느냐고 물어봐 주시는 거예요. 제 그림을 본 적이 있다면서요. 가끔 핸드폰에 찍어놓은 제 그림을 보여주는 분이 계신데, 그럴 때마다 놀랍기도 하고 감사해요. 묘한 기분이 들어요.”가끔 좁은 길에 그림을 그려야 할 때, 특히 리프트나 보행에 장애가 되는 장비 등이 필요할 때는 인근 거주민과 보행자의 핀잔을 들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림이 그려지고 나면, 찡그려졌던 얼굴은 호기심과 미소로 바뀌고 아웅다웅하던 주민과도 어느덧 이웃이 된다. 그건 신 작가 특유의 유쾌함과 명랑한 성격에 기인하기도 한다.“아직 그림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정체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림을 그릴 때 안 써본 색상도 써보고 그림체나 글씨체도 고민해요. 항상 새로운 도전이 있는 직업이라 즐거워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새로운 공간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죠. 재밌고 즐거운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즐거워야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거든요. 유튜브 채널을 이용한 1인 크리에이터도 해보고 싶고, 스트리트 아트를 다양하게 알릴 방법을 찾고 있어요.”
2018-11-12 18:47
김수석 기자
[공감신문 라메드] 정취에 물든 경북, 문경-의성-안동
[공감신문 라메드] 단풍이 물든 가을이면 매년 찾게 되는 곳, 푸른 하늘과 황금빛 들판이 대조되는 아름다운 그 곳. 혼자여도 좋고 함께여도 좋다. 나는 또 그렇게 올해도 경북으로 떠났다.어렸을 때 부모님 손에 이끌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 채 끌려왔고 학창시절 수학여행으로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의 문경새재를 죽도록 걸었던 기억이 있다. 어릴 때는 몰랐지만, 성인이 되어 다시 찾게 된 문경의 가을은 마치 영화 속 풍경 같았다. 햇살을 머금은 황금빛 벼 이삭이 반짝이며 살랑살랑 나에게 손을 흔드는 것 같았다. ‘다시 왔구나, 언젠간 다시 찾아올 줄 알았어...’라며.#1문경에 들어서면 조령산과 주흘산의 멋진 기암과 함께 가을 단풍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빨강, 노랑으로 물든 은행나무와 단풍나무로 둘러싸인 한적한 시골길 드라이브는 언제나 힐링 그 자체다. #2화려한 단풍만큼이나 코끝을 자극하는 건 달콤한 사과향이다. 문경은 예로부터 사과가 유명한데 실제로 사람보다 사과나무가 더 많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주렁주렁 달린 사과는 탐스럽고 귀엽기까지 하다. 매년 가을, 문경새재에서 열리는 사과축제는 대표적인 가을 축제 중 하나다. 새콤달콤한 사과를 실컷 맛볼 수 있음은 물론 사과를 직접 따는 체험도 할 수 있다.#3문경을 대표하는 곳은 뭐니 뭐니 해도 문경새재다. 과거 조선시대에 영남에서 백두대간을 넘어 한양으로 가는 길 중에 가장 빨랐던 길이 문경새재였다는데, 이 길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나쳤을까. 청운의 꿈을 품고 한양에 오르던 선비들, 가족들의 생계를 어깨에 지고 길을 오르던 보부상의 모습이 떠올랐다. #4올해 개봉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젊은 세대에게 귀농 붐을 일으킬 정도로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많은 이들에게 자연 회귀 욕망을 부른 촬영지는 경북의 ‘군위’와 ‘의성’이었다. 마을 자체가 ‘슬로우 시티’를 대변하는 의성은 나만 알고 싶은 곳 중 한 곳이다. 풀 냄새를 맡으며 흙길을 걸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발이 아프면 쉬어가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면서 천천히 걷는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기도 한다. 다 걷고 내려오면 조금은 단단해졌을 발을 깨끗하게 씻어줄 냇가가 있기 때문이다.#7나와 함께 의성을 방문했던 지인 중 의성을 사랑하지 않은 이는 없었다. 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작은 면들로 이뤄진 마을. 마을에서 가장 큰 은행나무 아래 놓인 정자, 지천에 널린 탐스러운 감나무와 위풍당당 느린 속도로 도로를 점령하며 달리는 경운기. 그리고 정겹고 인심 넉넉한 할머니들. 사랑해 마지않는 풍경이다. #8문경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경북의 대표적인 관광지, 안동까지 둘러볼 수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안동에는 하회마을을 비롯해 도산서원, 병산서원 등 고적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가득하다. 하회마을은 풍산 류 씨가 대대로 터전을 만들어 살아오며 전통을 간직해온 곳으로 자연친화적인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적합하다. 앞만 보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과거를 돌아보고 멈춤의 미학을 알려주는 곳이다. #9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은 ‘병산서원’이다. 병산서원에 앉아 바라보는 병산과 낙동강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낙엽이 굴러가는 소리, 바람이 살랑거리는 소리…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그런 순간! 병산서원이라는 공간이 간직한 마법 같은 매력이다.
2018-11-08 18:46
김수석 기자
슈페리어갤러리,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까요?' 미리 만나는 2019년 선물展 개최
[공감신문] 박진종 기자=슈페리어갤러리는 12월 21일까지 회화, 혼합매체 장르의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까요? 미리 만나는 2019년 선물전(展)’을 슈페리어갤러리 전관에서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지난 3일부터 시작한 이번 전시는 슈페리어갤러리에서 2018년 연말을 맞이해 개최했다. 전시작가는 박현웅 작가와 신철 작가다.박현웅 작가의 작품은 작가가 평소에 다녔던 여행의 낯선 공간, 어릴 때 기억 속의 공간들이 재해석되어 표현된다. 자작나무 판을 오리고 짜맞춰 겹겹이 쌓아올린 각 레이어가 만들어내는 그림자와 색들의 조합은 마치 차곡차곡 쌓여진 우리 추억의 모습과도 같다는 평이다.또한, 박 작가의 포근한 성찰이 담긴 작품은 한 편의 동화를 풀어내는 듯, 잊었던 동심과 현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걱정말아요 그대’ 라는 카카오이모티콘 등 ‘기억풀이’ 시리즈로 대중에게 친숙한 신철 작가는 사랑과 추억, 그리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작품 속 단발머리 소녀와 소년, 꽃, 나무 등은 작가의 고향에 대한 애수와 추억의 편린이 담겨져 있다. 키치하고 원색적임에도 작품 속 여백과 여운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짙은 그리움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거기에 원숙하나 아직도 맑고 순수한 작가의 시선이 더해져 작품에서 전해오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전시에서는 연계프로그램도 준비됐다. 11월 15일, 22일, 29일 총 3회에 걸쳐 진행된다.연계프로그램은 구체적으로 ▲슈페리어갤러리와 롯데백화점 문화센터가 함께 하는 ‘신철 작가와의 아티스트 톡!’ ▲슈페리어갤러리와 현대백화점 문화센터가 함께 하는 ‘갤러리 요가 클래스’ ▲슈페리어갤러리/세계골프역사박물관 '문화가 있는 날' 프로그램 ‘Lunch at Gallery - 박현웅 작가와의 아티스트 톡!’ 등이다. 자세한 사항은 슈페리어갤러리에 전화문의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슈페리어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내 옆, 혹은 떨어져 있지만 항상 고마운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전시를 목적으로 한다. 성숙하고 따뜻한 통찰력을 가진 두 명의 예술가가 만들어 낸 작품이 관람객들의 마음까지 전해지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전시를 통해 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8-11-08 18:46
박진종 기자
[공감신문 라메드] 유준상·깔끼단 부부의 ‘색’다른 로맨스
 [공감신문 라메드] 사랑에는 인종도 국경도 없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인종이란 벽이 엄연히 있고, 국경이란 울타리가 떡하니 가로막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렵사리 그것을 넘어도 언어와 문화가 사랑을 가로막는다. 언어와 문화를 극복해도 개인이라는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에서 사랑은 멈춰 선다. 한없는 배려와 내려놓음이 필요한 고비가 찾아온다.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에는 남편 유준상(34세)과 아내 깔끼단(24세)이 살고 있다. 준상은 삼례읍 토박이고 깔끼단은 에티오피아 예르가체프에서 온 아프리카 여성이다. 부부는 결혼 4년 차, 한국이라는 전혀 알 수 없었던 나라로 건너온 깔끼단은 남편 준상과 딸 유그래(4세)를 낳고 한국에 적응하며 살고 있었다.삼례와 예르가체프라는 동네에 대해시를 쓰고 싶었던 문학청년 유준상. 그는 뇌종양 수술을 받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 남들이 가지 않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고 친구와 의기투합한 곳이 아프리카였다. 북부에서 남부까지 종단하며 아프리카에 대한 여행기를 전자책으로 묶자는 꿈을 안고 시작된 여정이었다. 처음에는 좋았다. 여행하면서 책도 쓰고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하지만 케냐에서 예기치 않게 짐을 도난당하면서 준상의 계획은 전면수정에 들어갔다. 종단의 꿈은 무산되고 에티오피아의 숙소에 머무르게 됐다. 준상은 그 숙소에서 커피를 파는 직원이었던 지금의 아내, 깔끼단을 만난다. 준상은 깔끼단에게 호감을 가지고 데이트 신청을 했지만, 그녀의 마음을 열기는 쉽지 않았다.한국보다 어려운 삶이고 주변 환경도 좋다고 할 수 없는 예르가체프. 에티오피아 최대의 커피 생산지이지만 한국의 읍내보다 작은 동네인 이곳. 예르가체프 사람들은 하루에 세 번씩 프라이팬에 커피 생두를 볶는다. 밥보다 커피를 더 좋아하고 인간적인 정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 그곳에서 준상은 한국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인간적인 온기와 공동체의 삶을 생각했다.태어나서 쭉 살아온 삼례와 아프리카의 이곳이 참 닮아있다고 생각한 준상. 그는 깔끼단과에 대한 사랑을 통해 예르가체프에서 새로운 삶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예르가체프를 떠나 한국의 삼례로 시집온 깔끼단의 마음은 어떨까. 깔끼단 역시 고향인 예르가체프와 삼례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물론 고향이 가지는 평안함과 따뜻함에 비교할 수 없겠지만, 깔끼단은 삼례가 정이 있는 좋은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에는 남자가 없니?” “외국 사람을 어떻게 믿고 결혼하니?” “아직 결혼하기엔 이른 나이야!” 준상과 결혼하겠다고 말한 스무살의 깔끼단을 부모는 염려스러워 했다.준상과 깔끼단은 인종과 국경,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어 두 곳이 무척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의 시선은 그렇지 않았다. 걱정과 우려가 넘치고 서로의 집안이 서로를 받아들이기에는 편견과 따가운 시선이 지뢰처럼 놓여 있었다. 그런 가운데 준상과 깔끼단 사이에 새 생명이 잉태되었다. 딸인 유그래였다.사랑, 갈등 그리고 책임준상은 에티오피아에 정착해서 평생 시를 쓰면서 살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뇌종양 수술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에서 정기적인 점검이 필요했고, 준상의 부모님은 외아들을 이국의 땅으로 보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결국, 준상의 끈질긴 설득으로 준상의 부모님은 결혼을 승낙했지만, 준상·깔끼단 부부가 한국에서 살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그 후 딸인 그래의 탄생으로 행복은 안착된 듯 보였다. 하지만, 낯선 이국땅에서 갓 스물을 넘긴 나이에 엄마가 된 깔끼단에게 한국 생활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읍내 대형마트 정육코너에서 일하는 남편은 마트 종료 시간인 밤 11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고, 깔끼단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휘몰아치는 날을 육아와 살림의 고단함 속에 묻어가야 했다.서로 고단한 일상을 버텨가야 하다 보니 준상과 깔끼단 사이에 싸움이 늘고 화가 나 있을 때가 많아졌다. 이해의 문제 이전에 열정과 현실 사이에서 뭔가 틀어진 느낌을 견디기 어려웠다. 그러는 사이에 그래는 커갔고 집의 냉랭한 분위기는 그래의 웃음과 목소리로 채워졌다. 그래에 의해서 부부는 다시 미소를 찾기 시작했고 ‘사랑’보다 더 무거운 ‘책임’의 열정을 배워나갔다.젊은 시절, 준상은 시가 생활과 분리된 대단한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생활 속에 시가 있다는 것을. 깔끼단 역시 생활 속에서 새로운 의미들을 찾고 있다. 그 가운데 에티오피아 원두로 커피를 내려 마을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것 역시 소소한 의미이자 즐거움이다.그리스인 조르바와 유라시아 횡단 여행준상은 문학도답게 딸 그래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살기를 원한다는 말을 했다. 지금은 가장으로 틀에 짜인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본인도 그러한 삶을 동경하고 있다고 했다. 깔끼단 역시 남편의 생각을 존중했다.앞으로 5년이면 그래가 초등학생이 되고 그러면 그래와 함께 세계여행도 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준상과 깔끼단은 미리 유라시아 대륙횡단 계획을 세우고 있다. 5년 전 준상이 그랬듯이. 당시 준상은 아프리카에서 길을 잃었지만 대신 인생의 행복을 찾았다. 그 되찾은 행복에는 딸 그래가 있다.아는 길은 누구나 갈 수 있다. 하지만 준상과 깔끼단이 걸어온 길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이었다. 그래서 두렵고 낯설지만, 더 큰 용기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여행이라고 칭하기에는 다소 가볍고 순례라고 칭하기에는 너무 무겁다. 그냥 삶 그 자체였다.그 삶 속에서 준상·깔끼단 가족은 자유로운 조르바처럼, 구름을 몰고 가는 바람처럼, 삶의 여정을 해쳐갈 것이다. 그 가운데 준상은 시를 쓸 것이고 깔끼단은 생두가 볶아지는 프라이팬을 보며 미소를 지을 것이다. 예르가체프의 순박한 사람들이 생두를 볶으며 피어오르는 구수한 내음처럼 그들의 삶도 모락모락 진한 향기를 퍼트릴 것이다. 그래에게 있어서 아빠, 엄마는 세상 누구보다 더 뜨겁고 멋지게 사랑했다. 세상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넘은 부모의 모습처럼 그래의 삶도 그렇게 펼쳐졌으면 한다.
2018-10-24 18:46
임준 기자
[공감신문 라메드] 낯선 이의 목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책이 된다
[공감신문 라메드] 책을 점자로 번역하여 인쇄하면 오돌토돌한 돌기로 채워진 하얀 점자책이 완성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책이지만, 누구나 점자를 읽을 수는 없다. 배우는데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배우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어린아이들은 점자의 돌기에 손끝이 아프다. 그래서 소리책이 필요하다. 점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도 점자보다는 소리책이 더 생동감 넘친다고 한다. 시각장애인들은 처음 듣는 어떤 이의 목소리로 세상을 보고 감동을 느낀다.낭독 봉사자들은 일주일에 두 시간 작은방에서 꼼짝하지 않고 소리 내어 책을 읽는다. 속도, 성량, 감정을 계산한다. 어려운 책을 읽을 때면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소리책 한 권을 완성하기 위해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 2층에 자리한 성북점자도서관에서 3년째 낭독 봉사를 하는 박정언 씨를 만났다.작은 방이 있다. 방을 꽉 채운 책상을 제외하면 겨우 한 사람이 앉을 정도다. 모니터 앞으로 마이크가 놓여있다. 녹음실에 불이 켜지고 마이크 앞에 앉은 박정언 씨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책을 한 줄 한 줄 정성껏 읽어 내려간다. 녹음 중인 책 『왕세자의 깊은 사랑』의 한 구절이다.샤를이라고 이름 붙인 왕자는 주변의 축복을 받아 건강하게 자랐다.“어머니! 오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샤를님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왕자님이군요. 다정한 어머니가 왕자님을 무릎 위에 앉히고 책을 읽어 주시니까요.”뤼시앵이 샤를의 머리를 쓰다듬자 아이는 기쁜 듯 방긋 웃었다.정언 씨는 사람들이 이걸 들으면서 영화 한 편이 머릿속에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성공이다. 외국영화를 더빙하는 성우의 목소리를 라이브로 듣는 듯하다. 샤를 왕자가 당장이라도 저쪽에서 걸어 나올 것 같다. 실감 난다.말로 설명해야하는 요가“일반인들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돈을 들고 찾아가면 돼요. 그런데 장애인은 그럴 수 없어요”낭독 봉사를 시작한 것은 2016년이다. 하지만 성북점자도서관과의 인연은 꽤 오래전에 시작됐다. 정언 씨는 10여 년 전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요가 수업을 하던 요가 강사였다. 재능기부였다. 직장 상사에게 우연히 얻은 『원정혜의 힐링 요가』라는 책으로 요가를 시작했다.“마음이 차분해지고, 몸도 좋아졌어요.”오랫동안 취미로 하다가 2007년에는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요가 강사가 되었다. 요가 강사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요가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일반적인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돈을 들고 찾아가면 돼요. 그런데 장애인은 그럴 수 없어요. 돈이 없어서가 아니에요.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거부당하기 일쑤죠.”지체장애인과 자폐 아동, 시각장애인을 위한 요가를 했다. 눈으로 요가 동작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에게 요가를 가르치는 것은 특히 어려웠다. 당시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요가가 없었고 정언 씨는 처음부터 혼자 만들어가야 했다.“눈을 감고 해보니 눈뜨고 살던 사람이라 균형이 안 잡히더라고요. 제가 수업하는 대로 녹음을 하고 들어봤어요. 몸의 각도, 손가락 모양, 움직임의 방향. 눈으로 동작을 볼 수 없으니 모든 것을 말로 설명해야 해요. 너무 자세하면 머리가 아파요. 말하는 속도도 조절해야 하고 단어도 세심하게 골라야 했어요.”어쩌면 그때부터 정언 씨의 녹음이 시작된 셈이다.마이크 너머의 독자“대화를 하고 싶은데, 수다는 싫었어요. 의미 있는 대화를 하고 싶은데, 같이 할만한 사람이 없었어요.”결혼과 이사, 그리고 바빠진 일 때문에 요가 봉사를 더는 할 수 없었다. 그 후로 정언 씨는 왼쪽 어깨 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았고, 더는 요가 수업은 하지 못했다. 대신 어릴 때부터 관심 있었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문화센터에서 두어 달 배우고 혼자 그렸는데, 대한민국현대미술대전, 서울미술대전 같은 유명한 대회에서 상을 타고, 전시도 했다. 타고난 체력이 좋지는 않은데 새로운 일을 좋아하고 아주 열심히 하다 보니까 몸에 무리가 됐다. 대상포진이 왔다.“지옥에서부터 올라오는 통증이었어요. 일주일 만에 나았지만, 그때 떨어진 면역력이 회복이 안 되더라고요.”그 후로 그림도 요가도 더는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게 싫었다.“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아까웠어요. 대화하고 싶은데, 수다는 싫었어요. 의미 있는 대화를 하고 싶은데, 같이 할 만한 사람이 없었어요.”체력적인 소모가 심하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생각하다가 낭독 봉사가 떠올랐다.“어릴 때부터 전달력이 좋고 성우 같다는 칭찬을 받은 기억이 떠올랐어요.”낭독 봉사를 하기 위해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을 5년 만에 다시 찾았다. 책 그리고 마이크 너머의 독자와 의미 있는 대화를 시작했다. 목소리 연기에 눈뜨다“목소리로 연기하는 맛에 점점 빠져들었어요”처음 읽게 된 책은 『신비소설 무』(문성실, 달빛정원)였다. 정언 씨가 처음 읽은 판타지소설이다. 사실 판타지는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었다.“12권이 완결인데 이걸 다 제가 녹음했어요. 소설이니까 목소리 연기가 필요했어요. 처음이니까 살짝 부담됐지만 설렜어요. 묘한 느낌이었어요.”조카 동화책 읽어주던 생각도 나고, 요가 명상 내레이션 하던 생각도 났다. 정언 씨는 잘 할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들었다. 녹음하게 되면서 지하철과 집에서 책을 읽었다.“캐릭터를 분석하고, 등장인물을 연습하면서 목소리로 연기하는 맛에 점점 빠져들었어요. 어린애가 신나는 놀이를 처음 발견한 기분이었죠.”낭독봉사를 하며 다양한 책을 읽었다. 역사서, 시집, 철학서, 불교 법문, 기도문, 국가고시수험서, 소식지, 뉴스. 장르와 종교를 넘나들었다.“처음에는 연기가 있고 내레이션이 있는 소설류가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시집과 역사서, 수험서를 읽는 감정이 다 달라야 했어요. 그래서 이 모든 게 연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래서 정언 씨는 도서녹음이 너무 재미있다.“글을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 사람들이 살면서 가졌던 철학과 지혜가 다 책에 녹아있는 거잖아요.”책을 듣게 될 시각장애인들이 그냥 흘려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 감명 깊은 문구가 마음에 남아 인생에 도움이 되길 바랐다.“라디오를 자주 들어요. 특히 KBS Classic FM <장일범의 가족음악>을 좋아해요. 진솔하면서 따뜻한 음성이 감동적이었어요. 장일범 씨처럼 제 목소리가 꽉 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성우로, 배우로 한 발 더“도서녹음은 죽을 때까지 할 거예요”정언 씨는 낭독봉사를 하며 자신의 재능을 확인했다.“예체능형 인간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연기를 굉장히 잘한다고 생각했어요.”KBS 성우 아카데미를 등록했다. 사실 새롭게 도전하기에는 늦은 나이였다. 하지만 이왕이면 프로답게 하고 싶었다. 2017년 1년을 꼬박 다녔다.“성우수업을 듣고 처음 녹음했던 내용을 들어보니까 속도, 완급 조절 등 미숙한 부분이 느껴져요.”정언 씨는 오글거린다는 듯이 손짓을 한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성우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영화나 종편 진행자에 도전해보면 어떻겠냐는 추천을 받았다.“하지만 별나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어요. 그저 오디션 경험이 성우에게 도움 된다고 해서 KBS 방송연출 공개오디션에 도전해봤는데 결과가 좋았어요.”단편영화 『모자』에서 비중 있는 디자인 실장 역할을 맡게 됐다. 단편영화 7편, 드라마 2편, 뮤직비디오 1편에 출연했다. 상도 받았다.“독립영화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해보고 싶어요. 도서녹음은 죽을 때까지 할 거고요.”주고받는 마음“봉사는 어떤 사회생활보다 따뜻했다. 그리고 깊이가 있었다”정언 씨는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요가가 주는 차분함을 전하고 싶었다. 소리책을 만들어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처음에는 다들 그렇게 와요. 내가 잘하는 거고 재능이 있으니 도움을 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막상 해보면 봉사라는 것도 사회생활이더라고요.”결국은 모든 일이 사람과의 일이라고 말한다.“도서녹음도 방에서 제가 혼자 하는 일 같지만, 피드백이 들어와요. 그걸 듣고 힘든 일이 녹아 없어지기도 해요. 주러 왔는데 계속 받는 거예요.”정언 씨에게 봉사는 어떤 사회생활보다 따뜻했다. 그리고 깊이가 있었다.“마음을 열지 않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저를 무한 신뢰해준다는 기분 들어요. 그분들이 주는 마음이 저를 굉장히 편안하게 해주더라고요. 그게 사랑인 것 같아요.”가족이나 친구들이 주는 사랑이랑은 조금 다르다. 너무 가까운 사람들이 주지 못하는 그런 감정이다.“그런 마음이 저를 강하고 깊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줘요. 많이 배우고 성장했어요.”오랜 시간 시각장애인들과 함께하며 그들과 쌓아온 관계 속에서 정언 씨는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그 감정들을 차근차근 풀어놓았다. 낭독 봉사가 타인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들여다볼 기회가 된다. 천천히 집중해서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스스로 마음을 곱씹어보게 된다.“지금은 지금 하고 있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낭독과 연기. 또 바뀔 수도 있어요”인터뷰를 마친 정언 씨는 『왕세자의 깊은 사랑』을 마저 읽으러 녹음실로 들어간다.
2018-10-19 18:46
임준 기자
[공감신문 라메드] 차와 도심 속 가을 산행
[공감신문 라메드] 눅눅하고 추운 날. 바쁜 도심 속 후미진 골목 끝 한 찻집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푸근한 공기에 손끝이 찌릿하다. 손님이 들어서자 주인의 손이 한껏 바빠진다.폴폴 소리를 내며 끓는 찻주전자가 하얀 김을 내보내고 다양한 찻잔이 두근대며 이를 기다린다. 주인이 건넨 한 장의 메뉴. ‘가을, 겨울 산행’이 테마란다. 티바(Tea Bar) 알디프의 이은빈 대표와 느긋하게 도심 속 산행을 떠났다. 단풍이 예쁘게 물든 산속, 따스한 산장에서의 휴가가 떠올랐다.# 오늘의 차, 오늘의 문장이은빈 대표가 선보인 첫 티는 ‘스페이스 오디티’. 차를 끓이는 동안 내게 다양한 문장이 담긴 ‘오늘의 차, 오늘의 문자’ 통을 건넨다. 가을 산행이 첫 테마로 선택됐다. 이은빈 대표가 운영하는 티바(Tea Bar) 알디프는 ‘Art, Life, Tea, Dignity & Diversity, Freedom’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열린 알 모양의 심벌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서 영감을 받았다.“‘스스로의 알을 깨야 새로운 세상을 얻는다’는 데미안의 구절처럼 ‘작은 습관의 변화가 곧 삶의 변화로’가 이곳의 콘셉트입니다.”‘우주의 맛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에서 만들었다는 스페이스 오디티는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스페이스 오디티>에서 따온 이름이다. 찻물이 우러나오고 심오한 보랏빛이 넘실대며 찻잔에 차오른다. 카밀러 향과 더불어 새콤달콤한 향이 특징인 이 차는 우주에서 맡았다는 포름산에틸이 파인애플 향을 이루는 물질이라는 데서 착안했다.레몬즙을 떨어뜨리자 보랏빛 차가 핑크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어릴 적 부모님과 오르던 산. 이른 새벽 일어나 봤던 밤하늘을 연상시킨다. 어둠이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하늘, 처음 본 세계에 얼마나 두근거렸던가. ‘내일이면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며,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에디터가 뽑은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의 한 문장처럼. 난생처음 보는 차에 오감이 반응한다.# 얼음과 불의 밀크티알디프가 생긴 것은 2016년 말.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던 이 대표는 중국 유학 시절, 좋아하던 차에 그녀만의 트랜디한 감각을 녹여 하나의 새로운 티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번 코스의 이름‘얼음과 불의 밀크티’는 유명 미국드라마에서 본떴다.‘얼음과 불의 밀크티’를 만드는 과정은 보기만 해도 흥미롭다. 밀크티를 데워 우유 거품을 올린 후 설탕을 뿌리고 열을 가한다. 달콤한 달고나 향이 나면서 겉면이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는데 숟가락으로 두드리면 톡하고 깨지는 소리가 난다.한겨울 살짝 따뜻해진 공기, 발 걸음걸음 얼었던 바닥이 ‘토도독’ 깨지던 일이 생각난다. 깨진 균열 사이로 올라온 우유 거품을 조심조심 혀로 핥아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추위 속 따듯한 안식처블렌딩 티를 포도주스와 끓여 계피와 오렌지 조각을 띄운 ‘더블 스파이크 뱅쇼’. 시나몬의 알싸한 향과 과일의 상큼함을 극대화한 따뜻한 논알콜 뱅쇼는 추운 겨울바람을 뚫고 찾아간 따뜻한 안식처 같은 느낌을 준다. 국산 사과에 시나몬과 생강이 블렌딩된 ‘바디앤 소울’은 그대로 마시면 카페인 없는 애플시나몬티, 와인이나 포도주스에 끓이면 달달한 뱅쇼가 된다.알디프에는 ‘바디앤 소울’ 외에도 다양한 블렌딩 티가 있다. ‘경화수월’ ‘나랑 갈래’ ‘서울의 달 그레이’ ‘러브 포 무드’처럼 모두 노래 제목에서 이름을 땄다. “차를 잘 몰라도 호기심을 갖고 접해볼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 <바디앤 소울>을 부른 빌리 홀리데이의 목소리만큼 순간이 느리고 풍요롭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느긋하고 나른한 오후석 잔의 차를 마시고 나니 몸도 마음도 따듯해졌다. 해도 저만치 기울어 세상이 온통 홍차 빛이다. 알디프는 100% 예약제로 하루 4번, 2시간씩 한 번에 최대 3명이 이용할 수 있다. 덕분에 예약한 2시간만큼은 공간 전체를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즐길 수 있다.이은빈 대표가 다음으로 준비한 메인 티는 시원하고 달곰한 향이 특징인 ‘스파클 샹들리에’ 스파클 샹들리에는 블렌딩 티 ‘샹들리에’에 홍차 시럽, 탄산수, 얼린 홍차를 곁들인 논알콜 스파클링 와인이다.‘샹들리에’는 세계 3대 홍차 실론의 우바와 붉은 장미 꽃잎을 담았는데 화사한 꽃잎 사이로 작은 별사탕이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설탕이 프로스트 된 잔을 살짝 맛본 후 차를 마셨다. 홍차 얼음이 녹을수록 기분 좋은 달콤함이 더해져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장미가 만발한 5월처럼 행복해졌다.# 하얀 눈 소복한, 만년설새하얀 겨울 산을 오르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어느덧 돌아갈 시간. 겨울 산행의 마지막 코스는 ‘만년설’. 블렌딩티 ‘비포선셋’에 눈처럼 하얀 마스카르포네 치즈 크림을 올린 차다. 블렌딩 티 ‘비포 선셋’은 허니부쉬 베이스에 파파야, 딸기, 자몽크림 향을 더해 상콤달콤한 향이 특징이다.영화 비포 선셋의 마지막 줄리델피가 떠나는 에단호크에게 마지막으로 부르는 노래 <왈츠 포 어 나이트 Walz for a night>가 이 차의 모티브. 차 위에 치즈 크림을 올리자 눈처럼 천천히 차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은근히 내려앉는 모습이 예뻐 따로 섞지 않았다. 마스카르포네 치즈의 짭짭하고 새콤한 맛이 홍차와 어울려 아련한 맛이 났다. 또 생각날 것 같다. 영화 <비포선셋>의 마지막 장면처럼.
2018-10-17 18:46
이채현 기자
[공감신문 라메드] <계간홀로> 이진송 편집장 “연애 강요하는 사회를 반대한다”
[공감신문 라메드] 오랜만에 만난 친척 또는 친구들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 만큼이나 많이 듣는 말이 “요즘 만나는 사람 있니?”다. 언제부터 연애가 안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걸까. 모두가 연애를 권장하는 사회에 반기를 든 <계간홀로> 편집장이자, <연애하지 않을 자유>의 저자 이진송 씨를 만났다.독립책방을 즐겨가는 에디터의 눈을 한눈에 사로잡은 그 책 <계간홀로>. 범상치 않은 이름 위에는 비연애인구 전용잡지라고 사뭇 진지한 글씨체로 쓰여 있다. 그렇다고 ‘솔로천국 커플지옥’을 외치는 잡지냐 하면 결코 아니다.솔로들을 짠하게 여기는 사회현상을 비판하고 성소수자들을 비롯해 보다 자유롭고 다양한 연애를 존중하는 한 여자의 외침으로 완성된 잡지다. 연애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이야깃거리가 없는 이들을 위해 과감히 펜을 잡은 그녀와의 대화.Q.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매년 밸런타인데이와 광복절에 잡지가 나온다고 들었는데 <계간홀로>의 근황도 궁금합니다.A. 평소에는 책 보고 글 쓰는 것이 일상이에요. 처음엔 여러 사람에게 기고를 부탁해도 무시당하기 일쑤였어요. 유명하지 않고 어떤 잡지인지도 알려지지 않았으니까요. 거의 저 혼자 하는 원맨쇼였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많은 분이 글을 보내주시고 이제는 내용도 더 풍성해졌어요.잡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연애’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1910년 서양에서 일본으로 수입된 LOVE가 연애라고 번역되어 국내로 들어오면서부터 ‘연애’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죠.당시에 좀 배웠다 하는 사람들이나 그 단어의 뜻을 알고 비슷하게 흉내 냈던 거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는 당연히 누군가를 사랑해왔겠지만, 연애와는 다른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연애는 훨씬 사회학적이고 근대적인 개념의 관계이고 필수나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Q. <계간홀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A. <계간홀로>는 단순히 안티연애 잡지는 아니에요. 사실상 우리 사회에서 연애라는 개념을 남녀 간의 것으로 국한시키잖아요? 하지만 <계간홀로>는 조금은 다른, 주류 바깥의 연애까지 포함하는 비연애 잡지에요. 예를 들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남성이나 여성으로 규정하지 않는 젠더퀴어들의 연애는 남녀가 하는 연애랑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또, 타인에 대한 성욕을 느끼지 않아 자신을 무성욕자로 규정지은 분들은 연애하면 성관계가 자연히 따라야 한다는 인식에 대한 불편함을 이야기하기도 해요.제가 쓴 글 중에 ‘연애가 망친 나의 명작’이라는 글이 있어요. 한창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나 만화에서 여자 캐릭터가 꼭 누군가의 아내나 여자친구로 끝나는 결말이 너무 지겨운 거예요. 잘 나가다가 항상 ‘기승전 연애’가 되는 아쉬운 작품들에 대한 리뷰를 써봤어요.Q. 공감하시겠지만, 여자들끼리 만나면 남자친구 얘기를 제일 많이 하잖아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대체 연애가 뭐기에.A.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연애 이외의 화제가 빈곤하다는 것 아닐까요. 마치 연애가 굉장히 중요한 가치인 것처럼 제시되면서 솔로들을 불쌍히 여기고 의기소침하게 만들어요. 반대로 연애 하는 사람들은 과시하고 자랑하고 싶어 하고요. 만약 여자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넌 남자친구 있어?”라고 물어봤을 때 없다고 하면 걔는 솔로가 되는 거예요.하지만 그 친구는 말 못하는 여자애인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분명 굉장히 다양한 맥락의 애인이 있을 수 있는데, 우리 사회가 연애를 2030의 비장애, 비슷한 계급의 남녀 관계로 규정하다 보니 그 외의 사람들이 하는 연애는 떳떳하지 못한 게 현실이죠.제가 20대 초중반에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연애가 모임의 화제를 독점하는 현상이 폭력적이고, 누군가를 소외시키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여자들은 현재의 연애로서 자신의 존재가치나 상품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 연애를 안 하거나 인기가 없으면 자기가 조금 별로라는 자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계간홀로> 캐치프레이즈 중에 “니 연애 니나 재밌지”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친한 친구들에게는 연애 안부를 물어요. 걔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연애를 하는 게 안부와 연관이 돼 있으니까요. 단, 암묵적으로 “살이 찐 것 같다” “너 ~ 좀 해야겠다” 등 지적하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에요.Q. 흔히 말하는 결혼적령기이신데, 결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A. 저는 우선 독신주의자는 아니지만 비혼주의자에요. 태어나서 한 번도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비혼주의라고 해서 혼자 사는 게 결코 아니에요. 모임을 형성해 쉐어하우스 형태로 살 수도 있고, 친구 또는 애인이랑 동거할 수도 있는 거죠.<계간홀로>에도 그런 내용이 나오는데, “결혼적령기의 여자가 결혼을 원하지 않을 때 결혼을 원하는 남자를 만나면 빨리 헤어져 주는 것이 맞나”하는 논점이에요. 상대방에게는 기약 없는 기다림이 될 수 있으니까요. 사실 요즘 저처럼 비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당장 1년 뒤 예식장도 예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결혼을 많이 하거든요. 저는 그 외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잡지를 만든 거죠.Q. 연애가 없으면 집에만 있는 집돌이·집순이들, 연애가 여가생활의 전부인 이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A. 사실 집에 있는 게 편한 분들은 무슨 말을 해도 안 듣죠. 하지만 조금 안타까운 건 있어요. 사회에서 연애를 허용하는 나이는 길어야 15년인데, 만약에 결혼이라도 하면 자기 삶에 누군가 완전히 들어오게 되니까 결국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을 것 같아요. 그렇게 이성친구에게 자기 삶을 의탁하면 평생 스스로를 좋아할 기회가 없다는 것.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떨 때 기쁘고 슬픈 감정들을 느끼는지 모른 채 남에게 의존하게 되는 거예요.그래도 연애가 좋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애인의 유무가 자기 생활의 질을 결정하게 두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해야만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혼자라도 맛집에 가거나 전시를 보고 콘서트도 가보고 여러 시뮬레이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남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답니다(웃음).Q. 반면 진지한 연애 말고 데이트만 추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A. 요즘은 연애가 일반화되면서 다양한 스타일로 나타난다고 봐요. 간혹 칼럼 같은 데 높으신 분들이 ‘젊은이들은 책임지는 것을 싫어하고, 진지한 연애를 기피한다’는 등의 코멘트를 다는데, 아주 딱 질색이에요. 단순히 데이트 메이트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는 거예요.중요한 건 상대방과의 합의. 데이트하기 위해 상대방을 속이거나 기만하면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해요. 누군가는 진지하게 만나고 싶은데 누군가는 데이트만 하고 싶다면 그 관계는 빨리 정리해야겠죠.스킨십 같은 부분도 상대방과 합의가 된 상태에서 하는 게 좋아요. 특히 여자들은 확신 없는 스킨십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우리 관계는 뭐야?”라고 자주 물어보는 등 관계에 대한 집착을 하게 되죠. 그러니 스킨십을 하기 전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Q. 이진송 씨가 생각하는 행복한 비연애, 비혼 생활은 무엇인가요?A. 비연애와 비혼이 결코 거부나 포기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하지 않음’ 역시 실천인데 ‘하는 것’을 기본값으로 두는 편견이 싫어요. ‘자발적’과 ‘비자발적’을 칼 가르듯 나누는 것 역시 애매해요. 솔로 중에서도 연애 ‘안 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으로 계급을 나누게 되잖아요.이럴 경우 연애 안 하는 사람은 우월의식이 생기고요.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애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는 건데 말이에요. 자발적 비자발적은 중요하지 않아요. 연애가 없는 삶을 불쌍하거나 비정상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해요.예전에는 연애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젠 미디어에서도 많이 다루고 관련 칼럼니스트나 상담가들이 많아지면서 연애장벽도 낮아졌어요. 원래는 연애가 결혼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었다면 이제는 연애 자체가 목적이 된 거죠.또, 근대로 넘어오면서 계급이 없어지고 연애란 개인이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 됐어요. 그러면서 연애 자체에 대한 방식과 성격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이제는 그런 부분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A. 우선 <계간홀로>를 꾸준히 오래 만드는 것! 원래 자영업도 그렇고 3년을 버텨야 된다고 하잖아요. 이제 4년으로 접어들고 나니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나 용어 사용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어요. 전국에서 이 잡지를 보는 사람이 많아야 300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저 혼자만의 잡지가 아니니까요.두 번째는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것! 잡지를 처음 만들었을 때 제 나이가 26살이었는데 소희 말해 “약 빨고 만들었다”라는 식의 개그를 표방했었거든요. 시간이 지나고 나니 확실히 그때랑 지금의 개그감은 다르더라고요. 저는 웃기다고 썼는데 독자들은 ‘뭐야?’라고 반응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계속 공감할 수 있는 웃음코드를 잃지 않았으면 해요. “별님! 부디 제 개그감각만은 빼앗지 말아주세요!”
2018-10-15 18:46
이채현 기자
[공감신문 라메드] 작가 황선복 “슬퍼도 웃는다. 구성진 노랫가락이 나의 삶”
[공감신문 라메드] 누구나 엄마가 있다. 엄마는 삶의 원천이며, 언제나 그리운 품이 아닐까? 하지만 세상의 모든 엄마가 자녀에게 다 똑같지는 않다. 어떤 엄마는 항상 웃는 모습으로 기억되고, 어떤 엄마는 화가 나 있거나, 울고 있는 모습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작가 황선복이 그리는 엄마는 슬픈 역사를 가진 분이다. 그가 책으로 남긴 <엄마, 울지마>는 그런 슬픔 속에서 성장하며 살아야 했던 한 남자의 기록이다.그리운 엄마, 잔인한 현실황선복 작가는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어린 선복 앞에 놓인 인생은 불편한 환경이었다. 아버지는 이미 결혼해서 자녀가 있었고, 엄마는 그런 집에 본인도 모르게 두 번째 부인이 되었다. 그리고 아래로 동생들이 태어났고, 어린 선복은 그런 동생들을 추스르며 살아야 했다.그리고 항상 웃음기 없이, 울고 있는 엄마를 봐야 했다. 그리고 9살 때, 엄마가 집을 나갔다. 그리움이 사무칠 수밖에 없는 삶의 시작이었다. 한창 부모의 사랑, 특히 엄마의 애정을 받고 자라야 할 나이에 막막한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왔지만, 배다른 형제들과 큰엄마와 불편한 생활을 해나가야 했다.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고, 산에서 나무를 해오는 등,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교에서는 밝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좋아하는 건강하고 명랑한 학생이었던 선복. 가정 형편이 어렵지만, 이미자의 가요를 부르면서 아픔을 달래며 지냈다. 어린 선복은 학교 선생님들마저도 감탄하게 하는 구성진 목소리를 가졌다고 한다.하지만 학교도 다니기 어렵고,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고 선복은 결심한다. 집을 나와 서울로 상경한 선복은 수십 가지의 일을 경험하며 밑바닥 인생을 살면서 먹고 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스물다섯 살에 안정된 직장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엄마를 찾아야겠다고 결심한다. 결국, 청주로 내려가 며칠간의 수소문 끝에 엄마를 만나게 된다. 그 마음이야 생각만큼 똑같지 않겠지만, 엄마라는 그리움은 힘든 인생을 버텨온 버팀목이 아니었을까?엄마가 살아오면서 미처 자식에게 이야기하지 못한 사정이 얼마나 많았을까? 하지만 그만큼 힘들게 어린 시절의 혼란을 이겨내며 살아왔을 선복의 인생 또한 말 못 할 사연이 넘칠 것이다. 두 사람의 재회가 가진 삶이 반드시 해피엔딩만은 아니겠지만, 이제 성인이 된 선복에게는 감정을 일단락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홀로 걸어온 시절, 입지적전인 인생황선복 작가는 신뢰와 신용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생활이 안정된 후 헤어졌던 동생들을 찾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고, 고향의 아버지와 큰아빠 그리고 배다른 형제들에게도 베푸는 삶을 살고 있다. 황 작가는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치고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을 마치고 대학원에서 정책대학원 과정을 수료했다. 황 작가의 배움에 대한 의지는 지금도 크다. 특히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뜻이 있다.황 작가는 수액 공병을 모아 재활용하는 사업을 시작하며, 병원 운영 환경을 알게 된다. 재활용이라는 개념이 사회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 황 작가는 의료폐기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영역을 넓혀갔다. 그 결과 사업은 크게 번창했다.이후 황 작가는 환경문제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같게 됐다. 그 결과 환경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2015년, 황 작가는 가수로 데뷔한다. 평생을 꿈꿔온 일 중 하나였다. 방송과 공연 요청이 많고, 최근에는 해외 공연스케줄도 잡혀있다. 황 작가의 사무실 한편에는 노래연습과 녹음을 할 수 있는 방이 따로 있다.어린 시절, 그리운 엄마의 이름을 부르던 어린 선복은 이제 성장한 자녀를 둔, 그리고 사업체를 이끄는 기성세대가 되었다. 그에게는 불러야 할 노래도 많고, 해야 할 사업 구상도 꽤 구체적으로 잡혀 있다. 작가 황선복은 이제 제3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었다.
2018-10-12 18:46
임준 기자
[공감신문 라메드] 꿈을 통한 자기분석 “어느 날 꿈이 내게 말했다”
[공감신문 라메드] 어릴 적부터 자주 꿈을 꿨다. 꿈에서 나는 우주를 떠돌았고, 중세를 여행했다. 몇 년이 지나도 두고두고 가슴에 남아있는 꿈도 있었다. 잊히는 게 아쉬워 꿈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십여 년이 지났지만, 왜 그런 꿈을 꾸는지 알 수 없었다. 어느 날 편집장님이 물었다. “꿈을 분석해 보러 가는 게 어때?”여러 유명인의 일화엔 꿈 이야기가 종종 등장한다.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는 <Yesterday>의 멜로디를 꿈에서 얻었으며, 영화화된 소설 『트와일라잇』 역시 스태프니 메이어의 꿈을 바탕으로 했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는 거북선과 관련한 그의 꿈 해석이 담겨 있기도 하다. 꿈이 신비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꾸는 이에게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일지 모르겠다.꿈 일기를 들고 김서영 광운대학교 인제니움 학부대학 교수를 만났다. 김서영 교수는 영국 셰필드대학교 정신과 심리치료연구센터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프로이트의 환자들』 『드림저널』 등 꿈 일기와 해석에 관한 다수의 책을 펴냈다. 나의 꿈은 어떻게 해석될까?# 세상에 나쁜 꿈은 없다김 교수가 ‘꿈 해석’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프로이트’를 연구하면서부터다.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의 창시자로 19세기 말 ‘무의식’ 개념을 통해 사회·문화·정치·예술·종교 등 서양 세계관 전반에 엄청난 사고의 전환을 가져왔다. 특히 그는 꿈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그의 전집 중 가장 많이 번역되고 읽힌 것이 『꿈의 해석』이다.“『꿈의 해석』은 프로이트의 꿈을 통한 자기분석으로 이뤄진 책입니다. 그는 꿈이야말로 자신의 무의식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는데요, 대중 치유에 가장 중요한 것이 꿈이라 여겼습니다.”프로이트에 따르면 꿈에는 평소 우리가 생각하는 것, 문제 상황, 이성에 가려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내면의 욕망까지 발현된다. 김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의미 없는 꿈도, 나쁜 꿈도 없다고 한다.“의식은 의도적으로 거짓말하기도 합니다. 그때 우리 자신에게 경고하는 것이 무의식, 꿈입니다. 꿈은 꿈의 재료를 통해 간접적이고 위트 있게 또 집요하게 진심을 전합니다. 꿈의 언어를 이해하면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어요. 귀신 꿈을 꾸면 왜 그 꿈을 꾸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아랑전설에서 사또가 귀신의 한을 풀어준 것처럼요. 내면의 갈등이 해결되면 더 나타나지 않습니다.”동양에서 여기는 꿈과는 어떻게 다를까. 김 교수는 일반화돼 있는 해몽에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동의보감 등 동양의학에서 꿈을 질병과 연관시켰던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프로이트도 신체적인 증상, 병이 꿈과 연결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꿈은 자극이 되는 것만 기억하고 이를 발현시킵니다. 꿈에 나타났다는 것은 자극이 된다는 말이죠. 발에 뜨거운 온도를 가하면 불이 나는 꿈을 꾼다든지 하는 것인데요. 당연히 몸의 어느 부분이 좋지 않다면 몸에 자극이 되고 이것이 꿈으로 나올 수 있겠죠.”# 꿈, 과학적인 타로카드꿈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전할까. 프로이트에 따르면 꿈은 최근의 일부터 어릴적 기억, 신체적 감각까지 꿈의 재료로 사용해 이미지 혹은 서사 형식으로 나온다.“예를 들어 다리가 하나 빠진 책상이 꿈에 나온다고 해요. 어떤 느낌인가요? 균형이 깨졌다. 불안하다는 뜻이죠. 분명 삶 어느 부분에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에 그런 꿈이 나왔을 것이에요. 꿈을 꾸고 그 원인에 대해 스스로 깨우쳤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겠죠.”타로카드의 그림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하는 방법과 비슷해 보인다는 질문에 김 교수는 “해석 방식은 비슷할 수 있지만 꿈은 실제 사실을 재료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굳이 말하자면 과학적인 타로카드라 할 수 있죠“라고 답했다.# 꿈을 해석하는 두 가지 방법꿈 해석은 크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으로 다루는 방법과 융의 분석심리학적으로 다루는 방법이 있다. 김 교수는 두 방식 모두로 해볼 것을 권했다.“감각적인 꿈이 있다 하면 이야기 위주의 꿈이 있어요. 텍스트로 나누어 분석하는 게 프로이트라면, 꿈 전체가 주는 감각을 토대로 분석을 나타내는 것은 융의 방식입니다. 꿈에 따라 융적인 분석, 프로이트적인 분석이 가능합니다. 저는 그래서 꿈을 꾸면 두 방식 모두로 해석해 보기도 해요. 이 둘을 합친다면 꿈 해석이 더 풍성해지겠죠.”프로이트의 정신분석적 꿈 분석은 표상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먼저 눈에 띄거나 중첩되는 표현과 사물을 찾고 꿈에서 어떤 방식으로 압축되고 전치되었는지 밝혀가는 과정이다.“차가운 수술대에 묶여 있는데 옆에서 남자친구가 팔짱을 끼고 있어요. 표상은 차가운 수술대, 남자친구가 되겠죠. 하지만 여기서 압축, 전치돼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합니다. 차가운 것은 수술대가 아니라 사실은 남자친구였던 것이죠. 꿈은 남자친구가 차갑다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융의 분석심리학은 꿈을 무의식이 주는 메시지로 본다. 따라서 하나하나 분석하기보다 꿈 전체를 보는데 꿈에 나오는 모든 개체가 나의 일부분이거나 내가 필요한 것의 하나로 인지한다. 꿈들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꿈 내용과 함께 연상과 근황을 들어봐야 한다.# 꿈 해석 실전예전에 쓴 꿈 일기 일부를 가져갔다. 에디터의 꿈 내용과 해석 과정에 대한 대화 내용이다.<꿈 내용>갑작스러운 기상이변으로 지구를 떠나 우주를 떠돌았다. 어느 행성에 불시착해 걸었다. 태엽으로 이뤄진 거대한 행성. 무엇인가에 걸려 넘어지자 갑자기 태엽이 움직이며 시간이 거꾸로 가기 시작했다. 과거를 보여주는 강이 나타났다. 과거에 현혹된 사람들은 강에 빠져 괴물로 변했다. 누군가 나를 부르더니 탈출구로 이끌었다. 험준한 산과 강, 좁은 길을 지났다. 탈출구에 도착해 홀로 지구로 가는 문을 통과했다. 여느 일상. 누구도 내 말을 믿지 않았다.김교수: 먼저 표상을 중심으로 가장 많이 보이는 이미지들을 골라보세요.에디터: 불안한 이미지들이 눈에 띄는 것 같아요. 기상이변, 불시착, 험준한 산, 좁은 길, 괴물 같은 것들요.김교수: 꿈이 전반적으로 주는 느낌이죠. 나에게 중요한 키워드는 무엇인가요?에디터: 탈출이요. 조력자, 과거로 가는 태엽도 기억에 남아요.김교수: 불안한 상황이었던 것 같네요. 꿈은 표상의 중요도를 바꾸기도 하고 합치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여러 방향으로 맞춰 볼 필요가 있어요.에디터: 음… 과거로 가는 건 태엽이 아니라 나 자신인 것 같아요. 과거에 갇혀 괴물이 될까 봐 도망치려고 하는 것도 저 자신이고요.김 교수: 꿈을 꾼 당시 그런 상황이 있었나요?에디터: 당시 대입 수능시험을 망쳐 재수하려던 차였어요. 1년을 낭비하는 건 아닌지, 뒤처지는 건 아닌지 상당히 불안했던 것 같아요. 그런 심리가 반영된 것 같아요.김교수: 꿈은 거기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요?에디터: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는 뜻 아닐까요?김교수: 꿈 해석이 됐네요. # 꿈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김 교수와의 꿈 해석 과정은 소크라테스의 산파법 같았다. 그녀는 분석 결과를 얘기해주는 것이 아니라 에디터 스스로 의미를 생각해 보고 결론을 낼 수 있도록 질문하고 유도했다.“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입니다. 스스로 꿈을 해석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기분석이라는 것이 어려워 보일 수 있습니다. 한 번으로는 잘 안 되죠. 하지만 계속하다 보면 분명 길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찾는 것. 그래서 꿈에 대한 결론은 자신이 내야 합니다.”김 교수는 꿈을 요가와 같은 자기 명상의 단계라고 정의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알고 그렇게 나아가는 것. 꿈 해석의 궁극적 목적은 결국 현재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가족이나 부부, 내 아이와 함께할 경우 재미있지만, 심각한 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얼굴 맞대고 말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꿈으로 할 수 있어요. 분명 평소에 얘기하기 어려웠던 부분까지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2018-10-10 18:46
이채현 기자
[공감신문 시작공감] 1인 가구 특집 연재 '좋은 집 편'
[공감신문] 통계청 인구조사에 따르면 인구의 1/5은 혼자 살고 있습니다. 증가 속도도 빨라 수년 내 인구의 1/3이 1인 가구가 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사회에 트렌드도 1인 가구에 맞춰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1인 주거의 주택들이 늘어나고 1인 가구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들이 발전하고 있습니다.1인 가구를 위한 공유주택, 문정동 홈즈 스튜디오 어반하우스법조타운과 함께 계획 개발이 이루어진 문정동은 잠실과 강남의 이동이 편리한 송파의 신도시입니다. 문정역 주변으로 대단위의 오피스텔이 밀집해있고, 문정역에서 도보 10분 내 주택가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교통의 장점만 생각한다면 문정역의 오피스텔이 좋아 보입니다. 문정역을 바로 이용할 수 있고 수서 SRT도 가까워 지방으로의 이동도 편리합니다. 다만 역 주변인만큼 복잡하고 도로의 소음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문정역에서 5~10분정도를 걸어들어가면 공원과 함께 주택가가 나타납니다. 교통량이 적고 유동인구도 많지 않아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중 홈즈 스튜디오 어반하우스는 유독 눈에 띄는 집입니다. 평범한 빌라와 다르게 아름다운 외관을 볼 수 있습니다. 외관 뿐 아니라 내부도 흔히 보던 집들과 전혀 다릅니다. 로비, 복도, 층계까지 모두 부티크 호텔을 연상시킵니다.일반적인 원룸에 비해 방이 넓습니다. 한정된 공간에 방을 늘리다보면 방의 공간도 좁을 뿐더러 방음과 단열에 불리하기 마련입니다. 옆 방의 화실과 내 방의 침실이 벽 하나를 두고 온갖 소리가 그대로 전달되는 경험이 있으셨을 겁니다.어반하우스는 방의 공간이 넓고 침실과 화장실이 옆 방과 닿지 않도록 설계한 점이 눈에 띕니다. 또한 방 마다 많은 창문을 두었는데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채광이 풍부합니다. 창문과 침실에 거리를 두어 숙면을 고려한 점도 눈에 띕니다.방 곳곳에 수납 공간도 충분합니다. 옷장, 신발장, 벙커 침대, 수납장 등 숨겨진 공간이 많습니다. 1인 가구는 이사가 잦고, 옮겨갈 집의 옵션에 따라 가구를 처분해야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는데, 충분한 수납 공간으로 별도의 가구를 구입하지 않아도 짐들을 충분히 보관할 수 있어 보입니다. 또한 6층은 입주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와 루프탑 공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어반하우스를 운영하는 미스터홈즈에 따르면, 6층 라운지는 입주민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하여 음향 시설, 음료 시설, 쇼파 및 루프탑을 만들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다세대 주택의 경우 공동 출입문이 열려 있고 때때로 의심스런 사람이 드나들기도 합니다. 어반하우스의 경우 입주민들만 출입할 수 있도록 공동 출입문 부터 엘리베이터, 복도 등 모든 공용 공간에 CCTV가 작동 중이고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ADT캡스가 출동한다고 합니다.집을 나서면 바로 앞에 문정 근린공원이 있고 집 뒤로는 연화 근린공원이 있습니다. 공원에는 자전거를 타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 밤이면 산책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연화 근린공원 옆으로 파출소가 있고 주변으로 작은 카페와 식당, 편의점이 있습니다. 카페와 편의점은 한적했고, 식당에선 정겨운 음식 냄새가 풍겼습니다.1인 가구가 늘어가는 반면 1인 주택은 부족합니다. 당연히 서비스에 취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세입자와 건물주의 갈등은 빈번히 발생하고 살면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들에, 건물주의 갑질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반하우스는 종합 부동산 기업 미스터홈즈가 운영합니다. 집의 계약부터 살면서 생기는 온갖 문제들은 미스터홈즈의 매니저가 즉각 해결합니다. 세입자의 권리를 건물주에게 부탁조로 이야기하며 불편할 필요가 없습니다.문정동에 자리한 홈즈 스튜디오 어반하우스는 아름다운 디자인, 역세권의 조용한 주택가, 충실한 집의 기본기, 미스터 홈즈의 관리. 이렇게 4가지 장점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1인 가구를 위한 공유주택인 만큼 각각의 방에서 사생활이 보호되고 공간인 라운지와 루프탑이 함께 있어 느슨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강남 및 잠실권 생활의 1인 가구에게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2018-10-08 18:46
박준선 기자
[공감신문 초대석] 강병철 교감 "진학 강점 이대부고, 사회성 형성도 집중하고 있어"
[공감신문] 대학 진학을 기본 목표로 하면서 학생들의 사회성과 인성에도 큰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는 곳 있다. 바로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이화·금란고등학교’(이대부고)다.공감신문은 최근 복잡다단해지고 있는 국내교육 문제와 관련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이대부고 강병철 교감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강병철 교감은 진학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행복과 사회성, 인성 등도 결코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Q. 이대부고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한다.“이대부고는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고등학교이자,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다. 학급 수는 학년당 12학급으로 총 36학급이다. 이대부고는 대한민국 최초 남녀공학(1958년 개교)이다. 첫 남녀공학을 넘어서 남녀 합반을 시행한 첫 학교다. 우리 학교는 교복 자율화와 두발자율화를 했을 정도로, 당시 사회 분위기와는 다르게 굉장히 자유로운 모습을 보였다.”Q. 더 구체적인 학교 자랑을 해주신다면.“어느 학교보다 선생님과 학생이 자유롭게 소통한다. 늘 친밀하게 지내고 있다. 또 학습과 진학 면에서 강북 최고의 실력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대입 진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지금은 여러 학부모들에게 대학을 잘 보내는 학교로 인식이 돼 있다. 진학 요소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우리학교에는 ‘수박 먹고 대학 간다’의 저자 박권우 선생님도 계신다. 진학 전문가인 박 선생님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1학년 때부터 진학 정보를 제공한다. 일부 학부모들은 3년 동안 진학 상담을 받다보니 자신이 진학전문가로 활동해도 될 것 같다고 말 할 정도다.”Q. 진학이라는 강점으로 학부모들이 만족하면, 반대로 학생들은 힘들어 하지 않나?“그렇지 않다. 우리 학생들은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이대부고는 음악회나 전시회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서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아울러 형제나 자매가 다니는 학교로 소문이 나있다. 보통 형이나 누나가 다니면 동생들에게 그 학교 절대 가지 말라고 만류 하지만, 우리 학교는 다르다. 심지어 4남매가 다녔을 정도다. 이는 학생들이 학교에 만족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이다. 우리 학교는 학습과 진학을 치열하게 하는 측면도 있지만, 학생이 만족하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Q. 진학과 함께 집중하고 있는 부분이 또 있는지 궁금하다.“진학과 함께 학생들의 사회성과 인성을 기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즉, 이대부고는 실력인 진학과 더불어 사회성, 인성을 함께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Q. 이대부고가 중점을 두고 있는 사회성과 인성에 대한 더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다.“지금 우리가 암기 위주의 입시가 사실 매몰돼 있는데 이는 4차 산업혁명시대와 맞지 않는다. 많이 체험하고 공감하고 대인관계를 잘 맺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중고교 때 자라면서 배워야 할 대인관계, 사회성 등을 어른이 돼서 배운다?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학업과 진학이 중요하지만, 나는 학무보들에게 너무 공부를 강요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공부만큼 중요한 사회성과 인성을 청소년 시기에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Q.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아이들은 화학물리와 같은 어려운 시험문제들도 잘 푼다. 문제들은 대부분 패턴화 돼 있어서 꾸준히 연습하면 잘 풀게 돼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문제를 잘 풀수록 문제는 더 어려워진다. 일정 수준의 문제를 풀면 다음 단계는 대학에서 배우도록 해야 하는데, 문제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한다.이미 고등학생 수준에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도 문제가 더욱 더 어려워지니, 그것을 풀기위해 많은 에너지를 투입한다. 그러면 학생도 힘들고 학무보도 힘들어진다. 또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교사들도 바빠진다. 아이들이 어떤 고민과 생각을 갖고 있는지 충분히 들어야 할 교사들이 문제를 풀고 연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미 충분히 어려운 시험을 꼬아서 출제하니까, 모두가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고등학생들에게 현재 시기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기간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먼 훗날 우리 학생들이 시련과 난관을 겪을 때, 이대부고에서 3년 생활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의 원천이 되면 좋겠다.”
2018-10-08 18:46
박진종 기자
[공감신문 라메드] 난생처음, 무작정 떠난 스위스 알프스 배낭여행
#1 출발3명의 남성이 스위스로 떠난다.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한국에서 2인, 그리고 독일에서 1인이스위스에서 모인다.나는 스위스 배낭여행을 꿈꾸며한 달여를 구글어스와 블로깅을 하며스위스를 되뇌고는 했다그러다가 점점 욕심이 생겼다.“지구상에서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자.”살면서 그런 꿈같은 이야기 한 번 해보는 것도나쁘지 않다는 생각과 지금 가지 않으면못 갈 거 같다는 생각으로 스위스행을 결정하고비행기 티켓을 끊기까지의 시간은반나절이 채 걸리지 않았다.#2 터미널2018. 9. 22. 20:55호기롭게 출발하여, 모스크바를 경유하여스위스 취리히 공항에 도착했다.러시아 항공인 ‘에어로플로트’는 말이 많단다.수하물 분실, 연착, 랜딩의 불안함이 승객들을불편하게 만든단다.“어쩌다 한 번씩 있는 일 가지고 하는 말일 거야.”콧방귀 뀌며 배낭을 찾으러 벨트로 갔다.가자마자 내 배낭은 바로 보이고,같이 간 놈의 배낭은 어쩌다 한 번씩있는 일에 당첨!다음 날 13:00에 모스크바에서 취리히로배낭을 싣고 온다 한다.취리히 공항에서의뜻밖의 첫 비박.#3 재회취리히 공항 도착이 늦은 밤 시간이라교통비를 아낄 겸공항에서 머물다가 첫차를 타고(새벽 5시경)GRINDEL WALD로 넘어가려 했다.그러나 배낭이 도착하지 않고게다가 프랑크프루트에서 야간버스를 타고넘어오고 있는‘ 세계여행자놈’의 도착이아침 6시경이란다.일단 그놈부터 만나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서배낭을 찾아 떠나자.얼마 안 되는 여행기간 중소중한 반나절을 버리게 됐다.하지만 괜찮아.좀 더 바빠지면 되는 것뿐이니까.#4 CAMPING HOLDRIO첫날은 가볍게 그린델발트 캠핑장에서충전도 하고 좀 쉴 겸 머물기로 한다.취리히에서 그린델발트는 2시간 정도 거리.드디어 취리히 공항을 벗어나자.‘시골 쥐’가 된 듯이도착한 그린델발트.와보지는 않았지만이미 구글어스로 이 시내를 방구석에서누비고 다녔었다.건너편 언덕에 보이는 홀드리오 캠핑장으로 향한다.눈에 보이니 뭐 좀 걸으면‘나오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시답잖게 떠들고 풍경을 바라보고 담으며2시간여 만에 캠핑장 도착.분명 저기 언덕에 있는 캠핑장인데2시간이 걸려 도착을 했다.CAMPING HOLDRIO그린델발트 마을 높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굳이 역에서 가까운 캠핑장을 지나서여기까지 온 보람을 느낀다.어둠이 완벽하게 깔린 그린델발트를바라보며, 주저 없이 코를 골고 뻗는다.그리고 다음 날 아침저 멀리 올라오는 태양빛과머리 위에 달빛으로 구름 하나 없는‘아이거’를 바라보고 있었다.‘말도 안 돼…’보고도 믿지 않고 의심하게 되는그런 EIGER NORDWAND.저 수직으로 깎여있는 절벽이한라산 높이 1.7배에 달한다.마을에 사는 한국 어머님께서 반갑다며맥주를 들고 올라오셔서는마시라며 주신다.AM 7:48잘 마시겠습니다!잘 마셨습니다!이제부터가 우리의진짜 배낭여행 시작.
2018-09-27 18:45
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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