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1kg당 26.5kg, 양고기 1kg당 22.9kg 이산화탄소 배출...커피는 1kg당 15.33kg, 에스프레소 1잔 0.28kg, 라떼는 0.55kg 배출

 

[공감신문] 박재호 기자=지구촌 현대인들에게 커피란 기호식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한 잔의 커피는 하루일과를 시작하기 전 원동력을 불어넣기도, 겹겹이 쌓인 업무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역할을 해내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 습관처럼 마신 커피가 세계 기후위기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 한 잔에 담긴 기후 비용은 과연 얼마일까?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커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제품 중 하나다. 매년 95억kg 이상의 커피가 전 세계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총 거래가치는 309억 달러, 우리 돈 33조8355억 원에 달한다. 2050년까지 전 세계 커피 수요는 지금보다 3배 더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통적인 커피 생산방식은 많은 양의 에너지와 물, 토지를 사용하는 데다 생물다양성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주로 원두를 생산해 판매하는 데까지 걸리는 공급망이 길기 때문이다. EU와 미국은 전 세계에서 생산된 커피 3분의 2를 수입한다. 

 

지금까지의 커피의 탄소배출량에 대한 연구는 주로 생산단계에 초점을 맞춰 생산국에서 소비국으로의 운송과정 등의 환경비용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진은 커피 주요 생산국인 브라질과 베트남의 아라비카 커피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두 나라는 전 세계 아라비카 커피의 50% 이상을 생산한다. 연구진은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이르는 커피의 탄소발자국을 계산하고 비교했다. 

 

한 국가에서 아라비카 커피 1kg을 재배해 영국으로 수출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평균 15.33kg으로 베트남산이 16.04kg, 브라질산은 14.61kg이었다. 두 가지 커피 모두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70% 이상이 수출과 운송과정에서 발생했다. 

 

지난 2018년 미국 천연자원보호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최악의 탄소배출 식품 1위는 소고기로 1kg당 26.5kg 수준이었다. 2위는 양고기(1kg당 22.9kg), 3위는 버터(1kg당 12kg)에 올랐다. 여기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커피의 탄소배출량은 소고기의 절반을 웃도는 데 이어 3위인 버터보다 높아 결코 낮지 않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평균적으로 커피 한 잔에는 18g의 커피가 들어 있어, 1kg이면 에스프레소 약 56개를 만들 수 있다. 에스프레소 한 잔의 평균 탄소발자국은 0.28kg 정도가 되는 셈이다. 여기에 우유가 첨가되면 수치는 더욱 커진다. 라떼 한 잔의 탄소발자국은 약 0.55kg이며, 카푸치노 0.41kg, 플랫화이트 0.34kg 수준이다. 

 

연구진은 다만 커피의 생산과 소비 단계에 지속가능한 방식을 적용할 경우 1kg당 탄소배출량은 3.51kg로 최대 77%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에서 적용한 지속가능한 사례에서는 커피 원두 수송에 비행기 대신 화물선을 사용하고 화학비료를 유기폐기물로 대체한 것이다.  

 

이외에도 커피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더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먼저 재활용 자재사용 및 포장량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1차 재료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켜 임업 및 광업에서 발생하는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 

 

두 번째는 커피머신의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가공 단계에서의 탄소배출량의 70%는 소비단계에서 발생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자동 커피머신의 에너지 사용량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는 재생 에너지원 사용이 꼽힌다. 전기와 에너지 생산을 위한 화석연료의 사용은 커피의 생애주기 단계마다 상당한 탄소배출을 발생시킨다. 재생 에너지원을 사용하면 농작물 생산의 탄소발자국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다. 

 

네 번째는 생산국에서 커피콩을 미리 볶아 수출하는 방법이다. 원산지에서 콩을 미리 볶으면 무게가 줄어들어 화물선의 연료소모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 현재 커피는 볶기 전 상태로 수출돼 소비국에서 ‘신선하게 볶은 커피’로 팔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볶은 커피는 생두일 때보다 유통기한이 짧지만 서늘한 온도로 보관 시 6개월까지 신선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커피의 씁쓸함은 탄소배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커피산업은 오랜 시간 인권유린과 수질오염, 서식지 파괴 등 갖가지 문제로 점철돼 있다. 

 

연구진은 “시장의 성장세에 따라 문제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로 하여금 사람들이 일상의 작은 사치가 지구를 희생시키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150여 개의 글로벌 커피 기업들은 커피 생산 및 제조 과정에서 일어나는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주요 커피 생산업체와 무역업체, 로스터, 소매업체 등으로 구성된 글로벌 연합은 최소한 세기 중반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5기가 톤까지 줄이겠다고 공동으로 약속했다. 이들은 소규모 농장들과 열대림 복구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국제보존협회(CI)와 스타벅스가 5년 전 함께 시작한 이 단체의 이름은 ‘지속가능한 커피챌린지(The Sustainable Coffee Challenge)’로, 월마트와 맥도날드, 네스카페, 네스프레소 등이 회원사로 속해 있다. 

 

이들은 커피시장의 확대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을 수 있도록 열대우림 보호와 더불어 커피생산량 최적화를 위한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자연 사용량을 늘리지 않고도 급증하는 커피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커피의 수요와 공급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오죽하면 ‘커피공화국’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다. 하지만 오늘 이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가 얼마 만큼인지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코앞으로 다가온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 곳곳에서 크고 작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커피시장 역시 예외일 순 없을 터. 환경보호에 초점을 맞춘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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