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한판토스 사장 시절 레드캡투어 조원희 회장과 인연…연임 결정 앞두고 터진 의혹에 HMM 당혹 / 사측 "최저 수수료 제시해 선정한 것뿐"

▲ 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  © HMM
▲ 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  © HMM

[공감신문]염보라 기자="레드캡투어가 배재훈 HMM 사장 덕을 본 것 아니겠느냐."  

HMM(옛 현대상선)이 올초 출장 항공권·비자업무 거래처를 기존 현대아산에서 레드캡투어로 변경한 것을 두고 이런 저런 의혹 섞인 잡음이 흘러 나오고 있다.

배재훈 사장이 '오랜 인연의 정(情)'에 휩쓸려 레드캡투어를, 이른바 '밀어줬다'는 의혹이다.

레드캡투어 2대 주주인 조원희(35.97%) 회장은 한때 배재훈 사장이 범한판토스(현 판토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있을 당시 '총수'로 모셨던 인물이다. 

이러한 의혹이 배재훈 HMM 사장에 대한 연임 결정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범한판토스서 조원회 회장 모셨던 배재훈 사장

    2010년 LG전자 부사장서 범한판토스 사장으로 승진 발령

   

20일 물류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HMM은 올해 초 항공권과 비자 등 출장관련 업무 거래처를 현대아산에서 레드캡투어로 변경했다.

레드캡투어는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6촌 동생인 구본호씨(3분기말 지분율 38.39%)와 그의 모친인 조원희 레드캡투어 회장(35.97%)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모자는 한때 배재훈 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있었던 판토스의 최대주주이기도 했다. 판토스를 LG상사에 넘기면서 레드캡투어만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배 사장은 LG전자 비즈니스솔루션사업본부 마케팅 부사장을 지내다가 조 회장과 구씨가 최대주주로 있었던 2010년 판토스 사장으로 승진, 이동했다. 

HMM이 레드캡투어에 일감을 준 것을 두고 '보은성' 밀어주기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 지난해 여행사업부 적자 전환한 레드캡투어

   "HMM 일거리는 충분히 단비 됐을 것"

이에 대해 HMM 측이 항변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제안서를 넣은 여러 여행사 중 레드캡투어가 가장 낮은 수수료율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직전 3개년 연평균 거래액이 5000만원 수준으로 밀어주기 할 만큼 액수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중 두 번째 해명에 대해 여행업계 시각은 다르다. 코로나19 여파로 출장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HMM을 고객사로 확보했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단비'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레드캡투어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 왼쪽은 2019년, 오른쪽은 2020년 기준이다. 렌터카사업부문은 급증세를 나타냈으나 여행사업부문이 적자 전환하면서 기업의 전체 영업이익은 100억원 가까이  빠져나갔다. © 염보라
▲ 레드캡투어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 왼쪽은 2019년, 오른쪽은 2020년 기준이다. 렌터카사업부문은 급증세를 나타냈으나 여행사업부문이 적자 전환하면서 기업의 전체 영업이익은 100억원 가까이  빠져나갔다. © 염보라

레드캡투어의 사업부문은 렌터카사업과 여행사업으로 구분된다. 연결재무제표를 살펴보면 레드캡투어는 지난해 3분기까지 렌터카사업에서 호실적을 냈으나 여행사업에서 적자 전환하며 시름 중인 상황이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렌터카사업부문은 2019년 135억원에서 2020년 248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여행사업부문은 105억원 흑자에서 74억원 적자로 뒷걸음질 쳤다. 이에 따라 기업의 전체 영업이익 역시 240억원에서 174억원으로 고꾸라졌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연간 1000만원 안팎이면 소액이긴 하지만 '지인장사'를 했다는 의혹은 충분히 제기될 수 있어 보인다"며 "게다가 여행사업부문이 적자인 상황에서 HMM을 거래처로 확보한 것 자체가 상장사인 회사(레드캡투어) 입장에서는 크던 작던 호재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공개입찰을 통해 일거리를 준거라면 비교안이 있을 것이다. 회사가(HMM) 억울하다면 레드캡투어에 업무를 줄 만한 정당한 근거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HMM 측은 "현대아산 여행사에서 외부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통보가 왔고, 이에 따라 여행사 3~4곳에서 제안서를 접수해 최저 수수료를 제시한 레드캡투어를 최종 선정한 것"이라며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이어 "선정할 때 여러가지를 검토하겠지만 일단 회사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가장 큰 부분이었다"면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팀은 배 사장과 레드캡투어 최대주주와의 관계를 모르고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연임 기로 놓인 배재훈 사장

   HMM 경영진추천위원회 결정에 이목

한편 배 사장은 현재 연임 기로에 놓여 있다. HMM의 주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은 주주총회 전에 HMM 경영진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임 사장을 선정할 계획이다. 배 사장의 임기는 오는 3월 27일까지다. 이에 따라 늦어도 3월 중에는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빼면 배 사장에 대한 연임 가능성은 시장서 높게 점쳐진다. 창립 이후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는 데다 재무구조 및 노조와의 관계 개선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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