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 픽사베이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동네 은행이 또 문을 닫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만 해도 이달에만 12개 점포를 정리했다. 지난달에는 36개 점포를 폐점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대한 은행의 불가피한 생존전략이지만,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보다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는 '대면' 작업이 익숙한, 이른바 '디지털 취약계층'의 한숨은 짙을 수밖에 없다. 언택트(비대면·Untact) 시대가 낳은 차별들…. 현 상황을 점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은행권의 노력을 살펴본다. 


◇ '점포 효율화' 딜레마에 빠진 은행들… 금감원 엄포에도 '역대 최대' 폐점


은행권이 '점포 효율화'의 딜레마에 빠졌다. 현재의 점포 통·폐합 추세가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로 비약될 수 있다는 우려를 알지만, 시대적 흐름을 무시할 수도 없어서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선호 거래 채널은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대면 입출금 거래 비중은 7.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인터넷뱅킹 입출금 거래 비중은 64%까지 확대되며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비대면 대출 비중도 크게 늘었다. 4대 시중은행이 지난 8월 집행한 대출 건수는 총 15만4000여건으로, 그중 51%는 비대면 채널에서 발생했다. 비효율 점포를 정리해야 할 명분이 생긴 것이다.

지난달 한국금융연수원이 내놓은 '은행의 점포 수요 감소에 대한 대응방안' 보고서를 보면 국내은행의 점포 수는 2018년말 6766개, 2019년말 6709개, 올해 6월 기준 6592개로 지속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117개 점포가 '순감'한 것인데, 이는 지난해 1년치 증가폭(57개)을 이미 두 배 웃돈 수치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은 올해 4분기에만 103개 점포를 정리할 예정으로,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올 한해 4대 은행이 통·폐합 하는 점포 수는 총 231개가 된다. 신설 점포를 감안해도 200개 안팎의 점포 순감이 4대 은행에서만 이뤄지는 셈이다.

 

이런 추세 속에서 불이익을 집중포화 받는 건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층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65세 이상이 온라인을 통해 이체와 출금 거래를 한 비율은 69.9%로 높은 편에 속했지만 신용대출이나 예금가입은 10% 안팎에 그쳤다. 절차가 조금만 복잡해져도 접근성이 크게 축소된다는 방증이다.

 

▲ 은행권 점포 폐쇄 추이  © 한국금융연수원
▲ 은행권 점포 폐쇄 추이  © 한국금융연수원

◇ 고령층 특화 '큰글씨뱅킹'부터 화상상담까지, 포용 노력도 '가속'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과 점포 통·폐합에만 혈안돼 있는 건 아니다. 이로 인해 소외될 수 있는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배려하기 위해 '큰글씨뱅킹'을 만들고 화상상담을 도입하는 등 노력도 가속화 하고 있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은 고령층 특화 인터넷뱅킹 서비스인 '골든라이프 뱅킹'을 운영 중이다. 비대면 채널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고객이 쉽고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메뉴구성을 단순화 하고, 글씨를 키웠다.

'KB스타뱅킹 미니'도 선보였다. 조회나 이체 등 핵심거래를 중심으로 메뉴를 간소화한 뱅킹 앱으로, 저사양폰 고객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비대면 채널을 활용한 대고객 커뮤니케이션을 꾸준히 지속해 인근 지점으로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신한은행>도 특화 뱅킹 서비스인 '신한 S뱅크 미니'를 보유하고 있다. 조회, 이체, 입출금 서비스 메뉴 등을 특화했으며 큰 글씨체로 변경이 가능하게 했다.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니어 고객의 디지털 금융소외를 막기 위한 동영상을 제작, 송출하고 있는 것. 

 

최근에는 화상상담 시스템을 적용한 미래형 혁신 점포 '디지택트 브랜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고객이 화상상담 창구에서 전담 직원과 원격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대면·비대면 융합 점포로, 2평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어디든 차릴 수 있어 점포 통·폐합의 부작용을 줄이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는 서울 서소문 지점에서만 운영 중이다.

 

 

▲ 신한은행의 미래형 점포 '디지택트 브랜치'
▲ 신한은행의 미래형 점포 '디지택트 브랜치'

<우리은행>은 보이는 ARS를 운영 중이다. 텔레뱅킹 음성ARS 서비스 중 이용빈도가 높은 16개 항목을 추려 주요 메뉴와 업무를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면서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어르신 전용전화'도 별도 구축했다. 이를 통해 65세 이상 고객은 전담 상담원과 우선적으로 전화 연결을 할 수 있다. 이밖에 인터넷·모바일뱅킹 큰 글씨형 메인 서비스 제공, 고령층 대상 스마트폰 활용법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보이는 ARS 시스템을 통해 디지털 취약계층과 만나고 있다. 고령층 전담 상담 매뉴얼도 마련했다. 친근한 인사말과 속도와 음량, 쉬운 용어로 반복적 설명 등 고령층 상담에 필요한 필수적인 부분을 매뉴얼화 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아울러 큰 글씨 및 음성전환(보이스아이) 약관을 제공 중이다. 

 

◇ '점포 폐쇄 가이드라인' 마련한 금융당국… "은행권 협의 통한 공동대응 바람직"

 

한편 금융감독원은 현재 은행권 자율규제인 '은행 점포 폐쇄 가이드라인'을 연내 개정할 방침이다. 점포 통·폐합 여부를 결정하는 영향평가 절차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이 경우 은행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은행권 협의를 통해 공동대응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드래프트(Draft)' 방식의 점포 폐쇄 절차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드래프트는 프로 팀의 신인선수 선발 제도의 하나로, 각 팀의 대표가 선발회의를 거쳐 신인 선수를 일괄적으로 교섭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의 점포 수요 감소에 대한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디지털 취약계층 밀집지역과 금융서비스 과소 제공 지역에서 점포 폐쇄를 할 경우, 드래프트 제도를 차용해 각 은행들이 점포를 폐쇄할 지역을 순차적으로 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은행 간 '공동점포' 운영도 제안했다. "코로나19 이후 벨기에·일본·독일 등에서 중형은행뿐 아니라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지점의 공동 운영이 적극 모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ATM의 공동 운영과 더불어 은행 간 공동점포 운영은 고객의 편의성 증대와 비용절감 효과가 클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 다음 기사는 <언택트 시대 소외되는 디지털 약자들 ②장애인> 편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