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의연대와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2시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 취소 결정 촉구 금감원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염보라 기자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감원·금융위·금융사발(發)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는데, 모두가 네탓 공방만 벌이고 있는 모습이에요. 참담하고 답답한 심정입니다."

한 사모펀드 피해자의 토로다. 피해자는 있지만 책임을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사람(기관·회사)은 없다. 사모펀드 진입 문턱을 낮춰 개인 투자자들을 '꾼'들의 판에 끌여들인 금융위원회도, 감독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금융감독원도, 상품을 판매한 금융사도 네탓 공방만 펼치고 있다.

◇ 금융위 "감독 소홀 탓" vs 금감원 "규제 개선이 우선"

지난 6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금융감독원지부는 '금융위는 발 뺀 전수조사'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지금 금융위가 해야 할 일은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사모펀드 불 지른 금융위' '문제를 일으킨 금융위' 등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이는 지난 2일 금융위가 사모펀드 전수검사 계획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사모펀드 전수검사는 ▲판매사 등을 통한 전체 사모펀드(5월 기준 1만304개)에 대한 자체 전수검사와 ▲집중점검반(금감원+유관기관 협조)의 전체 사모운용사(5월 기준 233개) 현장검사의 투트랙(2-track) 진행을 골자로 한다. 완료 기간은 2023년까지로 뒀다.

해당 발표를 두고 금감원 안팎에서는 사모펀드 사태를 금감원의 감독 소홀 책임으로 국한시키고자 하는 금융위의 복심이 담겨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소비자 피해 집중분야 전면점검 합동회의에서 "사모펀드의 경우 일부 운용사가 본연의 취지를 악용해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펀드 설계운용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했고, 판매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 의혹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모두 금감원이 감독해야 할 범위다.

이에 대해 금감원 노조는 "사모펀드 사태를 해결한다며 이번 사태와 전혀 무관한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증권금융 직원까지 동원하면서 정작 금융위는 뒤로 빠져 책임을 피하고 있다"면서 "정작 문제를 일으킨 금융위는 다른 기관에 짐을 떠넘기면서 여전히 컨트롤 타워를 차지하고 있으니 실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 전수조사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지금 금융위가 해야 할 일은 전수조사라는 전시행정이 아니라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법규를 고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금융위가 사모펀드 진입 장벽을 대폭 완화하면서 전문 투자자들의 놀이터였던 사모펀드 시장은 일반 투자자의 진입도 허용됐다. 이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NH투자증권지부가 지난달 29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당국을 향해 사모펀드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염보라 기자

◇ "우리도 피해자"… 억울함 호소하고 있는 금융사들

금융위와 금감원이 네탓 공방을 펼치는 사이, 십자포화를 맞는 건 금융사들이다. 

"일부 불완전판매 문제와 관련해서는 책임을 통감하지만, 판매사 책임에만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는 것 같아 억울한 것도 사실입니다." A은행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책임을 촉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김준완 NH투자증권지부장은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면서 운용사의 권한은 더욱 막강해졌지만, 현행법상 판매사는 운용사를 견제하거나 감시할 구조를 갖지 못한 상황"이라며 "운용사가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사기를 치고 들어오면 판매사는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옵티머스운용 펀드 최대 판매사다.이 회사는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수탁은행·사무관리기관을 상대로 소송 제기를 위한 법률 검토에도 돌입한 상태다. 운용사·펀드에 대한 감시 의무가 누구한테 있는지를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간 네탓 공방을 넘어 판매사와 수탁기관·은행 간 핑퐁게임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NH투자증권도 피해자라는 걸 강조하기 위한 행보 아니겠느냐"면서 "사모펀드에 대해 감시를 하려면 실사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 이는 판매사도 수탁은행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규제를 강화하던, 자산운용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던, 궁극적인 해법인 당국 차원에서 제시해줘야 한다"며 "사건이 터지면 판매사에 책임을 묻는 현재의 땜빵식 접근으로는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 금융소비자 보호 모두 역행하게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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