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직접 체험한 공적 마스크 '줄서기'
병무청, 업무 돕기 위해 사회복무요원 투입

 

[공감신문] 전지선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출생년도에 따라 요일별로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지 4일째다. 

목요일인 이날(12일)은 출생년도 끝자리가 4와 9인 사람 대상으로 1인 2매씩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

식약처로부터 이날 대상자라고 SNS 안내를 받은 기자는 신분증을 지참하고 약국으로 향했다.

마스크 알림 앱을 통해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국 위치와 해당 약국이 오후 1시부터 공적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것은 진작 숙지하고 있었다. 

오후 12시 45분 약국에 가는 길. 아직 판매시작 15분 전이고 약국은 간판도 보이지 않은 위치인데, 길게 줄이 서있다. 반쯤은 포기한 상태로 줄을 섰다.

기자가 줄을 선 뒤에도 마스크 구매 대상자들은 계속해서 줄에 합류하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약 20분간 대기했던 기자는 결국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 이미 훨씬 앞쪽에서 마스크는 품절됐다. 

30분 넘게 줄을 섰던 사람들은 허탈한 마음에 한동안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일부 사람들은 “약사한테 직접 가서 (마스크 재고가 정말 없는지)물어보자”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약국마다 ‘한정수량’으로 들어오는 공적 마스크에 사는 사람도, 판매하는 약사도 힘든 실정이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허탈한 마음이 분노로 바뀌어 이를 약사한테 화풀이를 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12일 오후 공적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 / 전지선 기자

마스크 5부제 ‘사각지대’ 놓인 약사들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사들은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한 이들의 직접적인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난 10일 경기도 하남의 한 약국에는 당일 5부제 대상자도 아닌 40대 남성이 들어와 마스크를 사려고 해 약사가 거부하자 약국 출입문을 발로 차 유리에 금이 가도록 파손했다.

같은날 오후 2시 부천의 한 약국에서는 위와 같은 이유로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한 50대 남성이 "그럼 나는 코로나 걸리라는 것이냐", "걸리면 책임질 거냐"며 고함을 지르고 다른 손님을 내쫓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하다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지난 9일 광주시에는 60대 남성이 마스크가 품절되자 들고 있던 낫으로 약사를 위협해 경찰에 붙잡혔다.

안양시에서 약국을 운영중인 약사 A씨는 기존 약국 단골손님으로 인해 난처한 상황도 있다고 전했다. 단골손님들이 본인의 출생년도에 맞는 요일에 마스크를 미리 빼달라는 요청이 종종 들어오기 때문이다.

A씨는 “요청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 물론, 공적으로 판매하는 마스크인만큼 정중히 거절하긴 했지만 단골을 잃는 것 같아 난처하기도 하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또한, 서울 여의도의 한 약국에서 약사로 근무하는 B씨에 따르면 여자 혼자 운영하는 약국을 일부러 노려서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발생한 사건들로 인해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하자 약사를 위협해 마스크를 얻으려는 사람들도 있다는 소문이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12일 오전 철산2동 주민센터에서 복무 중인 사회복무요원 지용준 씨가 경기도 광명시 한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 판매를 도와주고 있다. 병무청은 사회복무요원을 약국 공적 마스크 판매 보조요원으로 지원하기로 하였다. / 연합뉴스

병무청, 공적마스크 지급 현장에 나선다

병무청은 공적마스크 지급 업무로 인해 일손이 부족하고 안전 위험에도 노출돼 있는 약사들을 위해 약국에 지방자체단체 소속 사회복무요원들을 배치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8일 개최된 중앙재난안전대책회의 시 자치단체장들이 공적마스크 지급 판매로 바쁜 약국에 인력 지원을 해 줄 것을 건의한 것을 병무청 측에서 적극 수용해 이뤄진 것이다. 

약국에 배치되는 사회복무요원들은 복무기관으로 출근했다가 공적마스크 판매가 집중되는 시간대에 약국으로 이동하여 근무하게 된다. 

사회복무요원들은 공적마스크 5부제 시행 안내 및 마스크 소분포장 등의 업무도 수행하게 되며 시행 시기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인력 지원이 필요한 약국을 파악해 사회복무요원들을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달부터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코로나19로 수 많은 국민들이 밖에 나가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다. 

개인 사정으로 외출을 할 때 마스크는 ‘나를 지켜주는’ 방패같은 존재로, 의지하게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마스크 공급난으로 예민해지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공적 마스크를 국민에게 연결해주는 약사들에게 분노보다는 따뜻한 격려가 우선이 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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