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철 공공정책부장

  “목사님들이 다 세금 납부를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상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목사님들이 세금 납부에 대해 찬성하고 있어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하는 건 당연하지요.”
  최근 어느 모임에서 경기도 부천의 모 교회 담임목사가 오랜 논란거리인 종교인 과세 문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에 의하면 개신교계의 반발 때문에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세간의 상식은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래서 그의 말은 별로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서 나온 그의 말에 번쩍 귀가 뜨였다.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는 그의 말에 귀가 뜨인 건 물론이고 갑자기 신뢰감이 생겼다. 그러면서 그의 얼굴이 성스럽게 느껴지며 그를 향한 존경심까지 생겼다.
  그는 150여명이 출석하는 작은 교회에 부교역자 없이 혼자 사역하면서 사례비로 연 2,500만원정도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1년에 한번 그 액수에 대한 소득세를 내고 있단다. 처음 세금을 내겠다고 했을 때 몇몇 교인이 반대했지만 그는 자신도 사회적 책임을 함께 져야 하고 교회가 투명해야 이 사회의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풀 수 있다고 설득했다는 말도 했다.
  그러고 보니 그 목사의 말은 현 시점에서 참으로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이번 제19대 국회가 종교인 과세를 법으로 명문화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지난 10월 20일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가 종교인 과세 방식을 담아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조세법안심사소위에 상정하기로 했다.
  많은 국민들은 과연 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지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종교계 표밭을 의식한 국회의원들이 또 다시 몸을 사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법제화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근 열린 정부와 여당간의 세법개정안 당정협의 직후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고 특히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뜻인가. 대놓고 안 하겠다는 식으로 들렸다.
  솔직히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의 특성상 거대 이익집단인 종교계 표의 이탈을 두고 모험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종교인 과세가 개신교 과세나 마찬가지인 우리의 상황을 감안하면 ‘까칠한’ 개신교계의 공격 타깃이 될 경우 치명적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진정 표를 의식한다면 역으로 종교인 과세를 성사시켜야 맞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 적어도 80%는 종교인 과세에 대해 찬성하고 있지 않은가. 거기다 많은 개신교회들, 특히 유명한 대형 교회들 목사들이 현재 세금을 내고 있기도 하지 않은가. 국회의원들이 이를 모른다면 여론에 무심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성직이라는 명분으로 과세에 반대하는 종교인들도 이제 솔직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성직을 맡고 있을지라도 당장 밖에만 나가면 대한민국의 기반시설을 이용하며 치안서비스 등 국민으로서 받을 수 있는 각종 권리를 챙겨 받으며 심지어 수익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당장 인터넷에 ‘목사님 모집’이라고 치면 급여수준, 근무환경 등을 담은 채용공고들을 볼 수 있다.
  어쨌든 이제 정부안이 국회로 넘어간 이상 종교인 과세 여부는 전적으로 국회에 달렸다. 제19대 국회는 이번 정기국회를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린다. 따라서 의원들은 이번 국회가 종교인 과세법 처리의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입법화에 나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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