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부결돼도 의미있는 정상외교 어려울듯

오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여부가 결정되면 그 결과가 어떤 식으로든 한국 외교에도 중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어떤 경우든 우리 '정상외교의 비정상화'는 이어질 것이며,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외교보다는 '상황 관리'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만약 가결된다면 권한이 정지되는 박 대통령을 대신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한국 외교는 '현상유지'에 주력하게 될 전망이다.

정상외교 일정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오기까지 '180일 이내'의 기간 중 사실상 보류되며 필요불가결한 외교 협의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필두로 한 외교부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정책 추진 면에서도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결정은 그 시급성이 인정되지 않는 한 탄핵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은 내려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서명 절차를 앞둔 조약 체결이나 외국 대사 접수와 같은 일상적인 외교 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을 때 고건 대행 체제에서 정부는 9건의 조약을 체결하고, 외국 대사의 신임장을 제정 받았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내년 2월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재외공관장 정기 인사의 경우 정년을 맞아 귀임해야 할 대사들이 있는 만큼 최소한 소폭으로나마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이 부결될 경우 박 대통령이 계속 외교 관련 권한을 행사하겠지만, 거취 문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주요국과의 의미 있는 정상외교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대신 외교사절 접수, 조약 비준 등 헌법상 권한을 행사하면서 제재·압박 중심의 대북정책, 한미일 3각 안보공조 강화 등 현재의 외교기조를 유지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탄핵안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내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조기에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교 소식통들은 이를 '중대 리스크'로 꼽고 있다. 부결되더라도 정권 장악력이 크게 떨어진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론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공산이 커 한미정상회담은 트럼프 일정에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미국 새 행정부의 대한반도 외교 라인이 정비되고 대북정책이 수립되기 전에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함으로써 우리 정부의 입장이 미국 정책에 반영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한미간 정상외교의 공백은 큰 우려를 낳을 전망이다.

앞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2001년에는 3월 초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간에,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2009년에는 4월 초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간에 첫 한미 정상회담이 각각 열린 바 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