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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신한銀 '아름드리'… 속타는 사모펀드 투자자들

운용사 견제·감시 의무 없는 판매사들 "내가 무슨 죄" /금융당국, 행정지도 예고했으나 제재 근거 없어 실효성 의문

염보라 | 기사입력 2020/08/11 [10:14]

이번엔 신한銀 '아름드리'… 속타는 사모펀드 투자자들

운용사 견제·감시 의무 없는 판매사들 "내가 무슨 죄" /금융당국, 행정지도 예고했으나 제재 근거 없어 실효성 의문

염보라 | 입력 : 2020/08/11 [10:14]

 

▲ 금융정의연대와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지난 6월 30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 취소 결정 촉구 금감원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염보라 기자     ©염보라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WM(자산관리)센터장들에게 (펀드)운용보고서를 읽어본 적이 있냐고 물었는데, (읽었다고 한 WM센터장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운용보고서를 읽을 책임도 없고, 법적 의무도 없다고요. 1등급 위험상품을 판매하면서 진행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지난달 28일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진행된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 대책위원회'의 규탄 집회에서 한 투자자는 이렇게 외치며 "그래놓고 국책은행 직원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인가. 창피한줄 알아야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발언은 최근 5년간 사모펀드 판매에 열 올렸던 은행들의 '일단 팔고보자'식 행보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읽혔다. 사모펀드 시장 자체가 소위 '꾼'들이 놀았던 고위험 시장이었음에도, 상품에 대한 검증이나 운용사에 대한 견제 책임은 뒤로 미룬 채 그저 ‘영업’에만 몰두했다는 씁쓸한 사실을 드러낸 언급이었다.

 

◆사모펀드 팔아 수백억 수수료 챙긴 은행들… 환매 중단 대처는 ‘소극적’

 

수십 년 간 '이자장사'라는 오명을 들어왔던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2015년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자 이를 바탕으로 비이자수익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사모펀드를 70조6735억원어치 팔았다. 연간 판매액을 보면 2015년 5조7586억원에서 2019년 19조5692억원으로 무려 3배 이상 판을 키웠다.

 

이를 통해 은행이 거둬들인 수수료 수익 역시 2015년 356억원에서 2019년 960억원으로 3배 가까이 확대됐다. 5년간 사모펀드를 팔아 챙긴 수수료 수입만 무려 3315억원에 달한다.

 

적극적으로 사모펀드를 판매해 제법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연이은 환매 중단 사태에서 보여준 은행들의 대처는 소극적이었다. 투자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1차적 책임은 운용사'라는 허울 좋은 핑계 뒤에 숨었다.

 

 

▲ 지난 7일 신한은행을 통해 '아름드리 무역금융펀드 7호'에 투자한 고객들이 원금 전액을 잃게 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선가지급을 검토 중이냐는 질문에 신한은행 측은 "아직 언급하기 이른 시점"이라고 일축했다./신한은행 본점


◆ "투자 위험에 보험사가 100% 보상" 홍보했지만…

 

지난 7일 ‘아름드리 무역금융펀드 7호’에 투자한 고객들이 원금 전액을 잃게 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 신한은행의 반응도 별다르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애초에 '투자 위험에 대해 보험사가 100% 최종 보상한다'는 점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유치했다. 지난 2월 환매 중단이 결정됐을 당시, 투자자들이 분쟁조정 신청 등 행동에 나서지 않은 이유 역시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보험사(중국 태평보험)가 이 펀드에 대해 '사기 및 기망' 판단을 하고 '전액 지급 불가' 판정을 운용사에 통보하면서 반전을 맞았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은 "보험사를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으나, 책임 소지에 있어서는 "운용사를 통해 기획하고 투자한 상품" "아름드리(자산운용)이 해온 일"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선가지급 검토는 당연히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보험사가 100% 최종 보상한다'는 점을 통보한 만큼 불완전판매 여지가 남아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자금 회수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지만,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애타는 투자자들의 마음은 갈피를 못잡고 붕 뜨게 됐다.

 

현재 신한은행은 아름드리 펀드를 비롯해 라임 펀드, 디스커버리 펀드, 교보로얄클래스 펀드에서 각각 수백억에서 많게는 2000억원가량 묶여있다. 신한은행은 이중에서 사기 혐의가 명백히 드러난 라임 펀드에 대해서만 50% 선가지급을 결정한 상태다.

 

이밖에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라임자산운용 플루토 TF-1호’의 전액 배상안에 대한 하나은행·우리은행·미래에셋대우·신한금융투자의 답변 기한 연장 신청 ▲사기 혐의가 드러난 '옵티머스펀드'를 둘러싼 NH투자증권(판매사)과 예탁결제원(사무간리사) 간의 책임공방 등도 결국 판매사의 '무책임'이 시발점이 된 대표적인 사례다.

 

▲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증권업종 본부와 NH투자증권 6월  29일 금융감독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펀드'를 놓고 수탁사 등과 책임논쟁을 펴고 있다./염보라 기자


◆ 다음 터질 펀드는? 불안감은 투자자 몫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사모펀드 수는 5월 기준 1만304개에 이른다. 어떤 펀드가 환매 중단 '폭탄'을 터뜨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금융사들의 미온적 태도를 지켜본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27일 발표한 '사모펀드 대책' 주요 과제 중 '판매사‧수탁기관의 운용사에 대한 감시‧견제 기능 강화' 행정지도를 선제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법령상 제재는 불가능해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법률상 제재를 하려면 금융사에도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행정지도는 그런 성격이 아니라 (운용사에 대한 감시·견제 기능을 소홀히 해도)제재는 어렵다"면서 "제대로 하려면 법규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금융위에서 법률을 마련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판매사‧수탁기관의 운용사에 대한 감시‧견제 행정지도에 대한 실효성 의문에 "행정지도는 자발적 협조를 전제로 하는데, (금융사들이)보통 잘 협조한다"면서 "현재 시행령 입법예고까지 한 상황이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사모펀드 제도개선 법제화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부터 7월까지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 규모는 총 22개 펀드, 5조6000억원에 이른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라임·젠투파트너스 등에 4742억원가량 물렸고, 신한은행이 379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상품별로는 라임 펀드가 1조667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3577억원), 증권사 가운데는 신한금융투자(3248억원)의 판매 규모가 가장 컸다. 신한은행(2769억원), 대신증권(1076억원)도 1000억원 이상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다음 메리츠종금증권(949억원), 신영증권(890억원), 하나은행(871억원), KB증권(681억원), BNK부산은행(527억원), 한국투자증권(483억원), 삼성증권(407억원), 키움증권(285억원), BNK경남은행(276억원), 유안타증권(229억원), NH투자증권(183억원), 미래에셋대우(90억원), NH농협은행(89억원), KDB산업은행(37억원), 한화투자증권(12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홍콩계 사모펀드 젠투파트너스 펀드(1조900억원)의 경우 신한금융투자(3990억원), 키움증권(2625억원), 삼성증권(1400억원), 우리은행(902억원), 하나은행(421억원), 한국투자증권(178억원) 등이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인 옵티머스 펀드는 NH투자증권을 통해 전체 판매액의 약 84%인 4327억원어치 팔려나갔다. 이밖에 하이투자증권이 325억원, 한국투자증권이 287억원, 케이프투자증권이 148억원, 대신증권이 45억원, 한화투자증권이 19억원가랑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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