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바람타고 금융권 침투… 카드업계,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앞두고 위기감 고조

/픽사베이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 "메기 효과도 기존 시장 플레이어들이 견고한 수익을 내고 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이야기 입니다. (카드사들이 주사업 부문인 '신용판매'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이 상황에서는 시장을 잠식하는 포식자가 될 수 있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혁신' 바람을 타고 금융권에 속속 침투하고 있는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거침없는 행보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 발표 예정인 '디지털금융 종합 혁신방안'에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업체들의 후불결제 도입을 포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 이르면 내년부터 간편결제 시에도 신용카드처럼 후불결제가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관건은 후불결제의 한도다. 당초 50만원 안팎이 유력시 됐으나, 100만원까지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라는 일부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카드업계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는 상황이다. 

100만원은 1인 평균 한달 신용카드 이용금액인 60~80만원선을 훌쩍 넘긴 것으로, 사실상 신용판매업을 허용해준 셈이 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는 이 경우 빅테크 기업의 신용판매 시장 잠식 가능성이 대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쇼핑 이용 시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네이버 쇼핑을 이용하면 결제 페이지 맨 위에 네이버페이가 뜨고 가장 하단에 카드결제가 포함된 일반결제가 있다"면서 "만약 네이버페이로 수십만원씩 후불결제를 할 수 있다면 소비자들은 번거롭게 일반결제까지 화면을 내릴 필요 없이 네이버페이로 결제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에는 페이사들과 10%대 체크카드 시장을 놓고 경쟁했다면 앞으로는 70~80% 규모를 차지하는 신용카드 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는 셈"이라며 "자유롭게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빅테크·핀테크 기업들과 달리,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해 혁신 서비스 개발에 있어 제약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신금융업법상 부수업무와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페이사들에 후불결제 문을 활짝 열어준다면 카드사들은 장기적으로 신용판매 시장을 잠식 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네이버(위)·카카오 CI

마이페이먼트·종합지급결제 사업자 등 혁신 결제서비스를 도입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카드업계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파이낸셜 등은 마이페이먼트·종합지급결제 사업자로 가기 위한 초입인 '오픈뱅킹' 참여를 확정하고 정보 공유 범위 등을 한창 논의 중인데, 카드사들은 아직 참여 여부도 확정짓지 못했다. 

현재 결제정보를 공개하는 조건으로 분담금 산정 등 밑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당국이 오픈뱅킹 문턱을 넘어 마이페이먼트·종합지급결제 사업까지 허용해줄지도 미지수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신용카드업의 대체재로 꼽히는 종합지급결제 사업 등 참여가 불발될 경우 지급결제 부분에서 사실상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모 카드사 관계자는 "디지털금융 종합 혁신방안이 핀테크 기업 육성에만 초점 맞춰질 경우 카드사는 경쟁력 측면에서 핀테크 기업들에 뒤쳐질 수밖에 없다"며 "기울어진 운동장(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카드사들이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도 다각도로 고려해 (혁신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카드사들도 핀테크처럼 혁신 역량을 바탕으로 많은 혁신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한카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혁신 서비스를, 비씨카드는 QR코드, 현대카드는 PLCC를 활용한 혁신 서비스에서 각각 강점을 보이고 있다"면서 "금융혁신은 핀테크와 금융이 서로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네이버와 카카오는 간편결제·은행·증권에 이어 최근 보험 법인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고객 수천만명을 보유한 국내 1위 포털 네이버와 국내 대표 메신저로 자리잡은 카카오의 거침 없는 사업 확장에 금융업 전반에 대한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