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브로너스, 불어날 수요 예측해 직접 팜나무 심어

닥터 브로너스의 공정 무역 팜농장 ‘세렌디팜’/리앤컴

[공감신문] 전지선 기자=팜유는 팜나무 열매를 압착 추출하여 얻는 식물성 유지다. 다른 식물성 오일에 비해 저렴하고 가공과 운반이 용이해 식품, 화장품은 물론 다양한 산업 및 공업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팜유의 생산 과정에서 열대 우림과 야생 동물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간다는 데 있다.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팜유 수요에 따라 기업들은 수많은 야생 동물의 터전인 천연 원시림을 불태우는 방법으로 팜나무 재배 면적을 넓혀 갔다. 숲을 태워 만든 밭에는 화학 비료를 뿌릴 필요가 없어 일반 농지보다 경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1990년부터 팜유 산업을 구축해 현재 전 세계 팜유 소비량의 8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약 30만km2 이상의 열대 우림이 불타 사라졌고 오랑우탄은 이미 멸종 위기에 놓였다. 코끼리, 호랑이, 코뿔소, 말레이곰 등 다른 동물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연을 해친 대가는 빠른 속도로 사람을 향해 돌아오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와 태국 등 인도네시아 주변 국가에는 열대 우림을 태우는 인위적 산불에 의한 헤이즈(haze) 피해가 심각한 상태다. 독성 물질이 포함된 연무의 일종인 헤이즈는 호흡기 질환을 야기함은 물론 항공 운항 및 관광 산업에까지 타격을 입힌다. 또한 많은 학자들은 인도네시아 산림 훼손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닥터 브로너스 ‘페퍼민트 퓨어 캐스틸 솝’/리앤컴

세계자연기금(WWF)의 통계에 따르면 슈퍼마켓에 진열된 제품들 중 절반갸랑은 어떤 형태로든 팜유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가 즐겨 먹는 과자, 초콜릿, 아이스크림, 라면 등 식품은 물론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 세정제, 각종 의약품에까지 팜유가 들어간다. 사라지는 숲과 동물, 갈수록 황폐해져 가는 지구의 현실이 우리 일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팜유를 사용해 비누를 만드는 미국 유기농 뷰티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Dr. Bronner’s)는 이미 오래 전 이러한 문제들에 주목했고, 자연에 해를 가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팜유 생산을 위해 2006년 ‘세렌디팜(Serendipalm)’이라는 직영 유기농 팜농장을 설립했다. 이들은 열대 우림에 불을 지르는 대신 수십 년간 가나에서 팜을 재배해온 소규모 농가와 지속적이고 공정한 구조의 계약을 맺었으며, 불어날 수요를 예측해 직접 팜나무를 심었다.

닥터 브로너스와 세렌디팜의 파트너들은 농약과 화학 비료를 배제하는 유기 농법에서 한 단계 나아가, 오염된 흙을 정화하고 기후 변화를 늦추는 ‘재생 유기 농법’의 실행에도 앞장서고 있다. 세렌디팜에서는 화학 비료 대신 지렁이 퇴비를 사용하고 팜나무 밑에서 잘 자라는 콩과 식물로 토양을 피복하며 바나나, 무화과, 올리브 등을 팜 종자와 함께 심는다. 이러한 재생 유기 농법은 토양 유기물 함량을 높는 동시에 비옥하고 풍요로운 열대 우림의 모습을 지켜 주고 있다.

세계 최대 팜유 생산지인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분포하는 수마트라 오랑우탄은 현재 멸종의 바로 전 단계에 해당하는 ‘심각한 멸종위기종(Critically Endangered)’이다. 이대로라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오랑우탄을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사람과 동물 그리고 자연의 공존을 위해 닥터 브로너스와 같은 선도적 기업을 지지하고 팜유의 생산 과정에 관심을 가지려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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