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 사용료’를 내야 하는 시대 도래”

[공감신문] 강란희 칼럼니스트= “그간 카드사는 여러 사유를 들어 (중략) 밴사의 수수료를 강압적이고 지속적(持續的)으로 인하해 왔습니다. 또 한 정부의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정책으로 인해 카드사의 수익감소마저 밴사에 전가해 당사와 같은 밴 대리점의 수익은 50% 이상 삭감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강란희 칼럼니스트

지난달 중 순경 한 가맹점에서 자신의 사업장을 관리해 오든 밴 대리점으로부터 “카드결제시스템 사용에 대한 월 관리비 부과 건”이라는 한 통의 협조 공문을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하지만 사실 이건 생소한 일이 아니라 예견된 일이다.

“(협조 공문의 내용은 이어진다) 이로 인해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밴 대리점은 더 이상 무상관리 정책으로 점주님께 A/S, 용지공급, 전산 관리, 자동이체(DDC)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따라서 부득이하게 2019년 4월부터 아래와 같이 카드결제시스템 월 사용료를 청구 예정입니다.” (이하 생략)

이 같은 조치는 비단 이 업체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밴 대리점 업자들은 이와 같거나 유사한 공문을 이미 보냈거나 준비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새삼스럽지 않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밴 대리점 업자들의 이 같은 조치가 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볼 때 밴 대리점 업계나 가맹점에서는 “올 것이 왔다.”라는 이야기다.

“실업자는 늘어나고…. 유지보수 비용 청구”

이제 불똥이 밴 대리점뿐만 아니라 가맹점으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이 모두가 정부의 무분별한 카드수수료 인하정책으로 인한 신용카드사의 밴사와 밴 대리점 업계에 대한 강압적인 실력행사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들어 밴 대리점 업자들의 수익이 많게는 30%가량 폭락하다 보니 곡소리가 나는 당연하다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국내 주요 밴사 중 한국정보통신(KICC) 를 비롯하여 스마트로(Smartro)와 케이에스넷(KSNET) 등 국내 밴사 대부분이 밴 대리점의 주 수입원인 수수료 인하 통보를 했거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 지경에 이르자 밴 대리점 업계에서는 자구책으로 어쩔 수 없이 우선 사람부터 줄이고 두 번째는 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력감축이나 규모 축소로 인해 많은 사람이 다시 길거리로 나앉게 된다는 말이다. 가맹점 점주들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을 무상으로 사용하던 서비스를 이제 모두 유상으로 사용하게 되었으니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일반 음식점들도 공짜가 사라진 지가 오래다. 예컨대 일식집에서도 예전에는 스끼다시와 매운탕 등을 무상으로 제공해 왔는데 이제는 모두 유상으로 전환 됐다. “이제 한국적인 미로 자리 잡았던 <덤> 문화도 기억 속으로 사라진 것 같아요.” 한 손님의 푸념이다.

밴 대리점 모임에 동행 취재 / 강란희 칼럼니스트

한편 지난달 말 글쓴이는 국내 한 밴사의 대리점 모임에 초대를 받아 동행 취재를 했다.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다. “밴(VAN) 업계가 술렁입니다. 시끄럽습니다. 그리고 대리점들의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습니다.” 첫마디가 이렇다.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수십 년을 경영해 오던 사업장을 매물로 내놓거나 내놓을 예정인 업자들과 또 다른 사업으로 전환을 모색하거나 M&A를 준비 중인 업자들도 더러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휴- 올 것이 온 것이요.”

“밴 대리점, 소액거래금액에 패널티(Penalty)를 내야….”

그도 그럴 것이 밴 시장에는 새로운 강력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밴 대리점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가맹점에서 소액으로 결제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패널티(Penalty)를 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밴 전산 사용료를 밴 대리점이 밴 본사로 내야 한다는 말이다.

“참 기구한 운명이지요. 우리 처지에서 볼 때 정부나 카드사나 밴 본사는 다 똑같아요. 전부가 갑질이지요. 하부조직은 죽든 말든 자신들의 살 도리와 생색내기로 일관하고 있어요. 결국, 죽는 건 우리와 가맹점 들이지요. 이것이 결국 돌아서 ‘정부에 대한 반대표’로 작용할 것이고요.”

예컨대 밴사는 밴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 결제구간을 대폭 조정하여 신용카드 결제금액 구간에서 소액결제금액의 수수료를 대폭 인하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체크카드는 밴 대리점에서 받는 수수료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히 밴 대리점이 황당해하는 것은 밴사가 밴 대리점에 밴 전산 사용료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일부 밴이긴 하지만 가맹점에서 결제되는 13,000원 이하 소액결제금액 한해서 구간별로 적게는 2원대/건부터 많게는 건당 13원대/건까지 패널티를 받아야겠다고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참 웃기는 일이잖습니까요. 가맹점에서 소액결제 되는 부분도 우리(밴 대리점)가 책임져야 한다니요. 특히나 가맹점에서 결제되는 15,000원 이하 소액금액들은 5~60%를 차지해요. 그렇다면 이 구간에 수수료는 폭락하지요. 패널티도 내야 하지요. 우리더러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뭐가 다르겠어요.”

“이제 가맹점도 ‘밴 사용료’를 내야 하는 시대 도래”

이제 가맹점도 밴사를 선택해서 일정한 가입수수료를 내고 신용카드를 받아야 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 같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밴사 관계자는 밴 시장도 휴대폰 시장과 같은 시장으로 변할 것 같다고 귀띔을 한다. 다시 말하면 가맹점은 사업장을 열면 국내 밴 사중 한 곳과 밴 계약과 동시에 서비스별 차등 수수료를 내고 신용카드 가맹점을 이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모두가 정치권이 낳은 산물이지요. 정치권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대책 없이 재단하다 보니 오늘날 우리도 죽고 가맹점도 죽을 지경에 온 것이지요. 그보다 대다수 경비는 가맹점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가맹점도 옛 영광이 그리운 시대로 변했어요. 이제 다(多) 건수 시대는 가고 고액시대 도래했거든요. 차라리 밴 사용료 내고 가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서로 속은 편할 것 같기는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가맹점의 부담은 점점 늘어날 것이고 이에 반해서 영세 밴 대리점 업자들도 정리(폐업이나 통폐합 등)가 되지 않겠습니까?”

“사실 카드사가 좀 심하지요. 그들은 가맹점 카드수수료가 아주 쪼끔 내리면 나 죽겠다고 엄살을 피우고, 그리고 그 이상의 금액을 밴사에 증가시키거든요. 사실 따지고 보면 신용카드사는 카드수수료는 별 관심 없어요. 그들은 카드론 대출로 어마어마하게 당기지(많은 이자를 받는 것) 않습니까. 그들 입장에서 볼 때는 카드사업은 카드론 대출사업을 하기 위한 미끼로 필요한 것이거든요. (중략) 그렇다면 욕심만 부릴 것이 아니라 상생해야죠. 더구나 우리가 카드사의 주 업무인 가맹점 신청까지 돈도 받는 것 거의 없이 해 주고 있잖아요(후략)”

현존하는 국내 8개 카드사 / 여신전문협회

“밴 시장, 태풍 전야의 고요함”

어쨌든 밴 대리점들은 가맹점 못지않게 부글부글 끓는다. 아직은 가맹점들도 실감을 못 하고 있는 곳이 많다. 다시 말하면 전면적인 유료화가 각 밴 대리점들의 사정에 따라 일부 시행은 했지만 유보하고 있는 밴 업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밴 시장의 변화 바람은 불가피해 보인다. 벌써 “사무실을 같이 사용하자.” “통폐합하자.” “연합 밴을 만들자.” “인수 좀 할 수 없겠는가?” 등의 문의가 물밑으로 오간다고 한다. 이럴수록 가맹점에 불어닥칠 변화의 바람은 오히려 고요한 적막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밴 대리점 업계에 따르면 이번 정률제 조정으로 기존에 이미 내린 수수료를 더하면 30% 전후의 막대한 매출이 감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당연히 <못하겠다.>는 아우성과 함께 관계 당국으로 손가락질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더구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각종 ‘페이’들이 출현해서 밴 업계를 괴롭힌다고 입을 모은다. QR코드 기반의 제로페이에 대한 우리 시장에서 성공확률과 시장 영향에 대해서는 여러 번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중국시장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고도 여러 번 언급 했다.

또 체크카드와 경쟁을 해야 하는 제로페이로서는 아마 시장에 정착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을 것이라고 밴 업자와 전문가들은 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성공할 수 있는 길도 없지는 않다. 이것을 위해 밴 업계는 상당한 준비가 되고 있고 또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점점 늘어나는 매출전표 직매입과 더불어 죽음의 정률제 조정으로 인한 고통받는 영세 밴 대리점 업자와 영세 소상공인들의 고통을 정부와 관계 당국 그리고 밴사의 지혜로운 눈이 필요할 때인 성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장에는 무슨 배짱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만 살면 돼’라는 고집으로 ‘무상’을 부르짖는 업체가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어요. 이 같은 행위는 스스로 죽으려고(망하려고) 용쓰는 것인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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