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용龍이 산다는 하천, 와룡천臥龍川에 용꿈을 꾸는 유권자라는 낚시꾼들이 대거 모여 들었다. 입하가 지난 초여름 하천 주변은 장터처럼 시끌벅적하다. 짝을 찾는 새 소리들은 확성기의 유행가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2017년 5월9일. 돌발적으로 벌어지는 용 낚기 게임의 대형 이벤트다. 이 곳 와룡천에서는 보통 5년마다 한 번씩 거의 정기적으로 용을 낚는다는 낚시 대회를 여는 대형 축제를 벌여왔으나 올해는 탄핵사태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본래 예정이었던 12월 초보다 훨씬 빠른 5월9일에 부랴부랴 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대회의 조기 개최가 낚시꾼들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명확히 알 수 없었으나, 누군가는 심하게 울었고 누군가는 쌍수를 들어 환호작약했다고 한다. 낚시 대회의 조기 실시에 따른 검증 미비, 준비 부실 등 각종의 우려는 어설픈 기대와 탐욕스러운 흥분에 가려졌다.

낚시 대회가 벌어지는 현장인 와룡천은 그리 작지는 않으나 맑거나 깨끗하지는 않다. 최근 관계당국과 NGO환경단체의 오염도 및 생태환경 조사 등에 따르면 식수로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3급수 정도의 수질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수영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나 혹시 이곳에 정치인이 빠지면 빨리 구해내야 한다고 한다. 물이 더 오염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익숙해진 우리말로 미르라는 용의 존재 여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와룡천에는 월척 정도의 황소개구리, 붕어, 잉어 외에도 제법 통통한 미꾸라지가 서식한다는 것은 밝혀진 상태다. 그러나 어변성룡魚變成龍, 물고기가 잘 변하면 용이 되기도 한다는 소문도 있으니 용을 탐하는 낚시꾼들을 탓할 수는 없다. 

또 잉어가 용문을 오르는 등용문도 어디엔가 존재한다고 하니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다. 다만 대회 때마다 용을 낚았다는 얘기들은 무성했으나 실제 용을 낚은 일은 없었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대회 후에 시간을 갖고 차분히 검토조사해보니 용이 아닌 용 인형이었거나 행사 당시의 화려한 조명발이나 얼굴에 분칠을 한 화장발 등으로 유발된 착시효과 때문에 용으로 분장한 황소개구리나 미꾸라지를 용으로 착각하거나 오인했다는 반성과 자탄이 들끓었다고 한다.

오래 전, 천하를 주유하던 공자는 현인 노자를 만나고 난 후 용과 같은 인물이라고 찬탄했다. “...용에 이르러서는 구름과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니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내가 오늘 만나본 노자는 용과 같은 인물이었다.” 또 강태공이라는 옛 낚시꾼은 미끼 없는 낚시를 강물에 넣고 천시지리인화天時地利人和의 때를 기다리며 세월을 낚다가 스스로 끝내 용과 같은 인물이 되어 태평성대를 이루었다는 역사 기록이 와룡천 주변의 지역에서는 마치 보물섬을 찾을 수 있는 보물지도처럼 대접을 받는다는 소리도 파다하다.

고전 《춘향전》에서 용꿈을 꾸고 낳았다는 귀한 자식이 주인공 이몽룡李夢龍이다. 그 어렵다는 고시에 장원급제해 지엄한 어명을 수행한다는 암행어사가 된 이후 그의 일련의 행태는 치졸하고 매우 실망스럽다. 탐관오리 변학도의 횡포에 시달리는 춘향의 일편단심 정절을 치사하게 시험하는가 하면 옥중의 딸을 걱정하는 장모인 월매 여사 앞에 낙방거사의 거지 차림으로 나타나 천연덕스럽게 속이기도 한다. 스토리는 자유연애의 해피 엔딩이라 다행이긴 하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다른 좋은 방법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정혼한 애인 하나 구하려고 엄중한 법과 공권력을 사적으로 오용하지 않았나 하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태몽은 용꿈이 아니었고 개꿈이었다는 얘기다.

항룡유회亢龍有悔다. 분수 넘치게 너무 높이 오른 용은 후회를 하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상상의 동물인 용이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다. 이곳을 찾는 유능한 조사釣士들은 와룡천에 용이 살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용을 언젠가는 낚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한다. 

이 하천의 이름은 본래 와룡천이 아니라 행락객들이 버린 쓰레기를 뒤지는 잡견이나 유기견, 집 잃은 개들이 자주 출몰하는 개천이었으나, 언제인가부터 ‘개천에서 용 났다’는 소문이 전설처럼 전해지면서 유명해졌다. 이곳 하천 주변을 찾은 어떤 나그네들은 “개천 같은 것은 처음부터 아예 없어서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이 없는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이 아닌가.” 라는 말도 했다고 전한다. 그리고 결과에 관계없이 대회 후 챙길 수 있는 각종의 경품을 기대하거나 추후 벌어질 논공행상과 김칫국, 미역국, 해장술 등에 현혹된 낚시꾼들과 구경꾼들이 만들어내는 이런저런 입도선매와 견물생심도 난무했다고 한다.

또 하천의 주변에는 민주화民主花, 산업화産業花라는 볼만한 꽃들이 제법 만발한 것을 비롯,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처럼 희귀하다는 경제민주화經濟民主花라는 화려한 꽃까지 개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본 사람은 아직 없지만, 봉황이 산다는 인근의 봉황산에는 세련되고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는 정보화情報花가 다채롭게 피어 있는 등산로도 일사천리로 제법 그럴듯하게 조성되어 있어 지역의 자랑거리로 눈길을 끈다.

《논어》 <술이편>에서는 子釣而不綱(자조이불강) 弋不射宿(익불석숙), 공자는 낚시질은 해도 그물은 치지 않았고 화살을 쏘아도 자는 새에게는 쏘지 않았다고 한다. 공자는 가난했던 젊은 시절, 제사에 쓸 고기와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때로 고기를 잡는 일이 있었지만 낚시로 필요한 양만 잡을 뿐 많은 고기를 한꺼번에 잡기 위해 그물을 치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취옹醉翁은 술에 그 뜻이 있지 않고, 좋은 낚시꾼은 고기를 잡는데 뜻을 두지 않는다는 경지다. 옛 시인(월산대군, 김천택)들도 읊었다. “...낚시 드리우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홀로 오노매라... 석양에 낚싯대 둘러메고 오락가락하리라”

양반이나 우국지사를 자처하는 와룡천의 유권자라는 낚시꾼들은 오래 전부터 이런 미덕들을 배우고 익혀왔다고 주장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최근의 스포츠 낚시의 경우 과거와 달리 한 차원 높은 도덕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덕목을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도덕적인 낚시문화를 창출하기 위해 추구한다는 기본원칙들이다. △물고기를 잡았다가 놓아 준다 △항상 모자란 듯 잡는다 △서식지를 교란하지 않는다 △전리품이나 식용을 위해서만 물고기를 챙긴다 △모든 쓰레기는 다시 가져오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관련 규칙을 존중하고 지킨다 △낚싯줄이나 낚시도구는 확실히 회수한다 △재활용 규칙을 철저히 준수한다. 대회에 참가한 낚시꾼들이 이런 덕목들을 준수했는지는 알 수 없다. 노름꾼은 본전 생각에 망하고, 술꾼은 아침 해장술에 망한다고 한다. 낚시꾼은 고기 잡는 손맛에 밤낮을 잊는다. 물고기는 향기로운 미끼를 탐하다 그 목숨을 잃고 선비는 재물을 탐하다 그 이름을 더럽힌다.

대선후보 TV토론 / 연합뉴스=공감신문

이번 낚시 대회는 TV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TV는 와룡천을 스쳐가는 바람이나 작은 물결의 움직임까지도 경마 보도 식으로 자세히 전하며 많은 낚시꾼들을 부추겼다. 잠룡이라는 표현도 줄을 이었다. TV가 용이 산다는 와룡천과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많이 나왔다고 한다. TV를 통해 유권자라는 낚시꾼들은 높이 오르는 용의 승천을 과연 볼 수 있을까. 

특히 TV토론은 영광과 시련의 무대라고 한다. 유권자들은 TV를 통해 용이라 믿어지는 물고기들의 SWOT(강점, 약점, 기회, 위협) 요소를 검증하고 평가한다. 제5의 벽이라는 TV의 힘이다. TV의 토론이나 보도는 전세를 일거에 좌우하는 변수는 아니라고 하지만 박빙의 경쟁을 펼치는 경우 반전의 기대를 하게 한다. TV는 고착화하는 여론조사를 확인·강화하는 통과의례가 아니라, 옥석을 확연히 가려 판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공격과 방어 속의 검증과 해명은 믿기 어렵고, 실상과 이미지는 산만하고 혼란스럽다. 악재, 호재 여부를 떠나 거의 일방적으로 아전인수, 견강부회, 침소봉대가 심한 동문서답으로 적절한 변별력이 있는가도 의심된다. 

시청자들은 TV를 열심히 보고난 후, 누가 누구를 걱정해야 하는지를 몰라 더욱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유권자는 TV를 통해 용의 진면목을 보아야 하지만 용의 가면만 확인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동상이몽 하는 가면극의 배우들과 함께 유권자들은 TV라는 와룡천에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그럴듯한 탈을 쓰고 각자 역할을 맡아 공허한 말의 성찬을 베푸는 왜곡된 인간상이었다는 비판도 많았다. 

따라서 역설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용을 기다리는 유권자의 실망과 불신은 오히려 더 깊어진 것은 아닐까. 그러나 유권자들은 A. 링컨(1809~1865)대통령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한 두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으나 많은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의 밑천이 드러나는 데는 때로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또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이다. 인간은 빛 좋은 개살구, 교언영색, 후안흑심, 양두구육에 자주 속고 난 후 잘못 선택한 미끼나 낚싯대, 손가락 탓이나 하는 것이 보통이다. 모든 것이 내 탓이라는 성자의 말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 사전투표소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대통령 선거의 관리를 위한 물품·시설·인력 예산 1800억 원, 정당에 지급한 선거보조금 421억 원, 정당·후보자에게 보전하는 선거비용 889억원(제17·18대 대선 평균 선거비용 기준) 등 총 311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2017년 5월 2일 연합뉴스 보도 참조). 

이번에 대통령 한 명 뽑는데 드는 기본 예산이다. 거기에다 이번 조기 대선에 출마한 후보가 쓸 수 있는 공식선거비용은 1인당 509억 9400만원에 달한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투표 당일을 포함해 불과 21~22일 정도로 매우 짧은데도 15% 이상의 득표를 예상하는 유력 후보들은 이 많은 세금을, 법이 보장한 당연한 권리라는 명목으로 떳떳하게 소비할 수가 있다. 후원금이나 자원봉사 같은 협찬도 답지한다는 소문이다.

Love costs money. 사랑에는 돈이 든다. 그리고 정치에도 돈이 많이 든다. 우리가 그리 사랑하지도 않는 정치에, 한 마리의 용을 낚는다는 외화내빈의 낚시대회에 이처럼 많은 돈이 드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정치가 치부致富의 수단이 되고, 떡고물 나눠먹기나 매관매직의 낙하산 인사, 뇌물이 오가는 정경유착 등으로 얼룩진 시대를 우리가 경험한 것이 그리 먼 일이 아니고 바로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대통령, 또는 대통령 후보가 된다는 것이 하나의 유망한 벤처기업이 되는 것인지 또는 ‘돈 먹는 하마’라는 무망한 벤또기업이 되는 것인지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어떤 재벌기업도, 어떤 잘 나가는 최고경영자(CEO)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처럼 막대한 비용을 어떤 명목이든 쓰지는 않을 것이다. 큰돈을 버는 것도 매우 기쁜 일이지만, 엄청난 돈을 이처럼 단기간에 신나게 써보는 것도 매우 즐거운 일일 것이다. 선거공영제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우리의 민주주의는 고비용 저효율의 과소비 시스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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