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 조직 발전의 밑거름
“국민 모두가 숲을 잘 이해했으면”

[공감신문 대담=이은철 공공정책부장, 정리=김혜리 기자]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는 봄과 무척 잘 어울리는 인물이 있다. 지난 20년간 식물과 대화하고 교감하는 일만 해오다 마침내 연구직 공무원으로서 최초로 국립수목원(이하 수목원) 수장을 맡게 된 이유미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단지 식물이 좋아서 연구를 시작한 그는 현재 우리나라 식물분류 분야에 있어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에게는 일이 곧 취미다.
  지난해 초 그가 수목원 설립 이래 처음으로 여성 원장으로 취임할 때만 해도 ‘과연 여성으로서 쉽지 않은 자리를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우려를 깨끗이 불식시켜 놓았다. 수목원 전통을 잘 살리면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까지 보태 조직을 유례없이 좋은 분위기로 이끌고 있다.

▲ 이유미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숲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이영진 기

  그는 1994년 산림청 임업연구원 수목원과에 임업연구사로 공직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지금까지 식물만 연구하는 외곬 인생을 살아왔다. 멸종 위기의 우리 고유 식물들을 찾아 전국 곳곳을 돌아다녔다.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찾아 1년의 반 이상을 집에 가지 못한 적도 있다. 흔히 식물 연구라고 하면 고상하고 정적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거친 산과 들은 물론 낙도나 무인도까지도 가야 한다.
  수목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펴낸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100가지’ ‘한국의 야생화’ 등의 책으로 이미 상당한 유명세를 갖고 있기도 한 그는 4월 16일 수목원에서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숲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강조했다.

산림 전문가로 수목원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는 평가가 많다. 그간 소회를 밝힌다면.
  연구원부터 시작해서 지금껏 평생직장으로 삼고 나름대로 열심히 일해 왔는데 과분한 직책을 맡게 된 것 같다. 88서울올림픽 이후 ‘선진국에는 없고 우리에게 있는 중요한 자산은 무엇인가?’라는 자문으로 수목원이 개원했다. 현재 내가 수목원장이기 때문에 그 공을 다 받았지만 우리 직원들이 숨은 곳에서 다 자기 역할을 해왔다. 자랑스럽다. 특성상 수목원이 굉장히 자유롭지만 조직 충성도는 타 기관에서 깜짝 놀랄 정도로 높다.

유관기관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대내외 역량강화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우리가 먼저 MOU를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요구가 물밀 듯이 몰려왔다. 우리도 직접 나서서 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과감히 포기하고 민간에게 이러한 것을 제공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중요한 것이 정보화이다. 세계정보화기구에 공급하는 한국의 식물종 80% 이상을 우리가 담당한다. 이런 것을 모르는 분이 많다. 이것을 우리가 직접 하는 것은 아니고 미래창조과학부를 통해서 제공한다. 포털사이트 등과의 제휴 및 유관기관 및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식물산업이 많이 발전했다. 누군가는 국내외 전자원들을 모으고 정리하고 규명된 정보를 학문 발달을 위해 제공해야 한다. 그 역할은 수목원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산림분야의 컨트롤타워로서 수목원의 역량이 타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조금 전 언급한 MOU를 예로 들면 우리가 먼저 나서서 하자고 한 것이 없다. 모두 상대 쪽에서 원해서 했던 것이다. 그리고 수목원은 정부기관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강해지려고 말한다고 해서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핵심적인 것을 쥐고 있어야지 역량이 강화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관의 힘이 조금 더 커져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도시민들에게 관심이 높은 귀농·귀촌과의 업무연계성도 있다고 들었는데.
  실질적으로 귀농·귀촌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농촌으로 갔더니 생각했던 농촌과 실제가 너무 다르다고 한다. 이에 농촌에 가서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서 마을 정원이라는 샘플을 제시했다. 이런 것이 모이다 보면 동네마다의 특색과 상징적 정원들이 형성될 것이라고 본다. 어린이 정원도 있다.

▲ 이유미 원장은 "지금은 해외 유수 식물원과 수목원들이 우리나라 수목원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영진 기자

개발과 보존이라는 상충된 개념 사이에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각 경우마다 다른 것 같다. 자연림의 경우 보존이 답이다. 조림한 숲은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적당한 수의 나무를 유지하는 것이 맞다. 만약 조림한 숲을 그저 보존만 한다면 작은 식물이 살 수 없는 곳이 되고 만다. 광릉숲의 경우 여러 난개발 때문에 고생했다.
  핵심지역 완충지역 전이지역으로 나눠지는데 핵심지역은 우리가 관리하고 있어 괜찮은데 문제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완충지역이다. 부임하자마자 소송 관련 공문을 받아 보는 등 고생이 많았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난개발을 하면 결국 미래는 어둡다. 최소 10년 후를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다. 지자체나 유관기관들도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수목원이 보유한 생물자원의 가치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해외사례와 비교해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식물을 가지고 있더라도 상품이 될 수 있는 원종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몇 년 전 세계수목원협회에서 우리나라 수목원을 세계 30대 수목원에 포함시켜 상당히 고무됐었다.   어떻게 보면 전세계 식물원 중에서 우리나라 수목원이 미래를 향해 가장 왕성하게 움직이고 있다. 짧은 시간에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수목원 설립 시 ‘2020 프로젝트’를 세웠는데 미국의 표본 수 60만개 달성을 2020년까지로 설정했다. 한데 올해 벌써 100만개를 넘을 예정이다. 오히려 지금은 해외 유수의 식물원과 수목원들에서 우리를 벤치마킹하겠다고 한다.

기관 발전을 위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취임할 때 ‘평생 수목원을 꿈꾸는 학자로서 살아왔는데 더 이상 제 꿈을 꾸지 않겠다’고 말했다. 나는 이제 소위 ‘질 사람’이기 때문에 자라나는 직원들을 위해 좋은 여건을 물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직내의 고질적 숙제들과 답답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게 잘 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감춰진 비전을 드러나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유미 원장>
-1962년 2월 28일
-풍문고 졸업
-서울대 임학과 졸업
-서울대 임학 석사
-서울대 산림자원학 박사
-산림청 임업연구사 특채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국립수목원 원장직무대행
-現 국립수목원 원장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